김장훈에게 소방관노래를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며 웃고 있는 김문수지사.
평소 '청탁'같은 단어와는 담쌓고 지낼 듯 싶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가수 김장훈을 만난 자리에서 김장훈에게 무려 3가지나 '문화 기부 청탁'을 해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연예인들 중'기부왕'으로 불리는 김장훈으로선 도지사의 이런 '정서적 기부 청탁'에 조금은 놀랐을 법하다.
김문수 지사는 며칠 전, 경기도 북부청 대강당에서 열린 경기포럼에서 ‘재능을 기부하세요’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선 김장훈에게 “김장훈씨에게 부탁이 있다”면서 “DMZ에서 평화콘서트를, 개성공단에서 남북 근로자를 위한 노래를, 그리고 고생하는 119소방관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청탁을 했다. 김장훈은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특히 '119소방관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말에 장내는 폭소까지 터졌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몇 달 전 '119 소방대'에 문의전화했다가 '국민 진상'이라는 달갑잖은 별명까지 얻은 '전력'이 있는 김지사 아닌가.
김지사는 '선의'로 한 전화였지만 네티즌들은 '편집된 내용'만 듣고 벌떼같이 김지사를 공격했던 소위 '119사건'으로 김지사는 '119 도지사'라는 앤티 별칭까지 얻었다.
당시 온라인 상 분위기는 살벌했다. 인민재판 식 매도의 글이 범람했다. 김지사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고 그 소방관은 피해자라는 그릇된 평가가 온라인을 뒤덮었었다. 하지만 그 전화 녹취록을 조금만 곰곰 들어보면 소방관 잘못이 90%는 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장난 전화'로 오인했다치더라도 왜 묻는 말에 답을 안한단 말인가. 해당 소방서는 재작년인가 눈길에 헤매고 있는 노인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외면하는 바람에 결국 그 노인은 동사하고 말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듣기로 그런 119 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전화가 걸려오면 일단 자신의 '관등성명'을 먼저 밝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며칠전 무슨 일이 있어서 동네 주민센터 민원실에 전화했더니 담당자는 내가 여보세요라고 말하기전에 자신이 공익근무요원 아무개라고 먼저 말했다. 이런 '공무원의 복무자세'에 비춰볼 때 당시 그 소방관은 '복무규정'을 위반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다 지나간 얘기니까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 인터넷 문화의 '앞뒤 가리지 않는'극단적인 쏠림현상이 걱정스러워서 다시한번 지적해 본 것이다. 당시 김문수 지사는 이 119 전화사건 탓에 '인터넷 인민재판'을 받는 등 '중죄인'취급을 받았었다. 너도나도 김지사 성토분위기에 편승해 목소리를 높이는 게 온라인 트렌드 같았다.
일부 '젊은 네티즌'들은 김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세도'라도 부리는 걸로 판단했었는지 심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뭘 모르면 가만있는게 상책이지만 우리 네티즌들 가운데는 자신이 '오도'되고 있는줄도 모르고 우르르 잘못된 편견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 같다. 가령 엊그제 개그우먼 김미화는 'KBS교향악단장'을 음해하는 '거짓말'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망신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그를 따로 할 필요가 없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평소에도 나대기 좋아하는 스타일로 알려진 이 개그우먼은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으면서도 '사죄의 말씀'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에 엊그제 트위터에 올렸던 '거짓 트윗'은 뭐라 더 변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도 그 와중에 또 거짓 변명을 늘어놓다가 그것마저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는 것이다. 자 이 정도라면 '트위터의 재앙'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앞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만 같다.
거짓말이라도 팔로워가 몇 십만명씩 된다는 진보적인 유명인사들이 트위터에 뭘 올리기만 하면 일단 그 파급력은 대단하다. 그동안 인터넷 상에선 믿거나말거나 식 폭로로 인해 재앙을 당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피해 당사자가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일 경우 당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억'소리도 못하고 피해를 뒤집어 써야만 했다. 요즘 같은 선거철엔 이같은 '마타도어'수법의 트위터 재앙이 얼마나 또 횡행할 지 걱정스럽다.
그런데도 김문수지사는 며칠 전 종편 TV인터뷰에 나와 자신의 많은 별명 중 '119 도지사'라는 별명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해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그래선지 '진정성' 있어 보이는 김문수지사의 일관된 '119 사랑'에 적잖은 네티즌들은 '앤티 팬'에서 전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도 있듯 우직한 스타일의 김지사로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덕분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문수지사가 기본 심성이 선한 사람 축에 속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지사를 두둔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그동안 몇 차례 말실수로 인해 앤티팬들이 많이 생겼다지만 김문수만한 진정성을 가진 정치인도 드문 듯 싶어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30년 전 김문수 지사는 어떤 기관에 끌려가 심상정이라는 여성의 행방을 대라면서 자신을 죽도록 고문하는 '담당관'앞에서 끝내 입을 다물어 '독한 놈'이라는 욕까지 먹었던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매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듯 웬만한 사람들이면 몇대 맞기도 전에 그냥 '불었을' 심상정의 행방을 끝까지 지켜줬다는 그 한 가지 '실화(實話)'만으로로도 김문수라는 사람의 됨됨이가 어떻다는 걸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화는 재작년 지자체 선거 기간당시 TV토론회에 나왔던 '야권단일후보' 유시민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당시 한나라당은 참패했지만 '유시민을 꺾은 김문수'는 일약 '대선주자'반열에 올랐다. 우스웠던 건 심상정이라는 여성의 태도다. 이 여성은 지자체 선거때 경기도지사후보로 TV토론회에 나와서는 30년전 자신을 지켜주기위해 죽도록 고문당하면서도 '함구'했던 '은인'김문수지사를 향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발언을 골라서 했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둬주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여, 야로 서로 다른 입장이 됐다고 하지만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목숨'걸고 침묵한 은인에게 그런 식으로 도발한다는 건 그 여성의 됨됨이가 어떻다는 걸 알 수 있을 듯 싶다. 결국 그녀는 지자체 선거에 완주하지도 못하고 중도사퇴하면서 '유시민 지지'를 했었다. 아마 웬만한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소위 '진보좌파'라는 부류들의 '배은망덕'한 이런 자세에 박수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그 후 2년여의 세월이 흐르고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간판만 바꾼 '신장개업' 해프닝을 벌였다.
새누리당에선 '최고참' 당원이기도한 김문수지사는 며칠전 한중 정책포럼에 참석, "대한민국을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나"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어떤 대한민국을 누가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저를 자문해 보면, 극좌이면서 극우다. 대한민국 어떤 진보주의자보다 왼쪽이었고 과격했다"고 회상했다.
"출신성분이나 사상, 족적을 비교해보면 감히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고문이 어떻게 저한테 와서 진보를 말하나. 저보다 그 쪽(진보) 동네를 잘 알고 살았던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사실 안철수 같이 전형적인 부르조아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진보좌파'쪽을 기웃거리는 걸 보면 좀 우습다. 그야말로 '응접실용 좌파'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부류다.
김지사는 그날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언론에서 보면 김문수가 완전히 극우 아니냐. 조갑제와 비슷한 사람이라 하지만 저는 공돌이이고 집사람은 공순이였다. 거기다가 부부가 다 노조를 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강남좌파'들을 보면 자기 자식은 미국으로 보내면서도 쇠고기 촛불시위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다. 대한민국 양심이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이렇게 '독립투사'처럼 꼬장꼬장한 스타일의 김문수 지사가 김장훈에게 '청탁'을 했다는 건 그 자체가 빅 뉴스다. 연사로 초청한 김장훈에게 제안한 김지사의 '아이디어'는 가만 들어보면 요즘처럼 거칠어진 '국민정서'를 부드럽게 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삼일절에 '독도 콘서트'를 연 김장훈은 김문수지사가 제안한 'DMZ에서의 평화콘서트'개최를 해볼만한 문화 이벤트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아울러 개성공단 남북 근로자를 위한 노래나 119소방관들을 위한 노래 만들기는 또다른 형태의 '기부'여서 인정많은 김장훈으로선 흔쾌하게 김문수지사의 이 '로맨틱한 청탁'을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문수 지사의 이 3가지 청탁 중 '119 소방관 노래'제작이 제일 기대된다. '119 도지사'가 '119 소방관' 노래를 기획 청탁했다는 건 유머러스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노래야말로 김지사의 휴머니즘에 바탕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정서적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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