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안철수교수의 모습.11년만에 그는 지위도 높아지고 귀도 커졌다.
요즘 안교수의 귀는 완전 부처님 귀처럼 크다. 귀의 크기가 세월따라 변한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아무래도 귀성형수술을 한 모양새다.(경향신문 사진)
‘해결사’ 안철수의 참을 수없는 ‘오만’의 가벼움
엊그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안철수)이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 중 몇 가지가 사흘이 지난 오늘 아침까지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안철수는 강연에서 "지금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잘 해주시면 내가 나설 이유가 없다.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양당의 정치하는 분들이 긴장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고, 반대로 참여하겠다고 하면 내가 공격 대상이 되지 긍정적 발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 대목에 영 기분이 잡친다. 안철수 본인이야 유머가 섞인 ‘선의’로 그런 발언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듣기엔 안철수라는 ‘대통령 지망생’이 대한민국 정치인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를 반증해주는 발언으로 들린다.
우리나이로 쉰 한 살인 안철수의 이런 식 발언은 ‘소통과 공감’을 소중히 여기고 온갖 ‘선행’은 혼자 다하는 듯한 ‘착한’ 안철수의 ‘기본 심성’이 사실은 얼마나 ‘참을 수없는 ‘오만’으로 가득한 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지지율이 좀 나오는 ‘대권 예비주자’라고 해도 저런 식의 ‘오만과 독선’은 함부로 드러내기 힘든 법인데...안철수 말을 풀어보면 지금 한국 정치인들은 '안철수의 회초리'가 없다면 허접한 인간들이라는 얘기다. 그런 말뽄새는정치인들을 한 없이 얕잡아 보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을 편들자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한국 정치인들 안철수로부터 그런 '꾸지람'을 들어도 싼 행태를 너무 많이 보여줘온 존재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양당의 정치하는 분들이 긴장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 표현은 세상을 좀 살아온 나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방자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강연장을 빼곡이 채운 젊은 서울대생들은 이 ‘오만한 발언’에 큰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이러니 서울대생들에게 ‘헛똑똑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
제아무리 청춘의 핵심요소란 무모함과 오만함이 쌍벽을 이룬다고는 해도 상대를 깔아뭉개는 듯한 저 오만한 발언에 환호성을 보낸다는 건 예삿일이 아닌 듯 싶다. 환호와 함께 한쪽에선 약소하지만 야유도 터져나왔다면 그나마 '서울대생의 기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을 법한데 말이다. 안철수의 이 기고만장한 강연은 어떤 성인(聖人)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스타일을 모방한 듯도 하다. 28일 배달된 아침신문에서 안철수적(的)인 이 ‘오만의 극치’ 발언을 보면서 문득 체코의 문제적 작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제목을 안철수의 '참을 수없는 ‘오만’의 가벼움'으로 패러디해 우리 블로그 제목으로 삼아봤다.
이날 안철수는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까마득한 후배이자 제자이기도한 서울대생 2천여명을 앉혀놓고 1시간 동안 ‘소통과 공감’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고 한다. 꼭 7개월 전 안철수는 같은 장소에서 박경철 김어준 등과 함께 소위 청춘 콘서트를 열었었다. 이 전국 순회공연 같은 ‘청춘 콘서트’가 안철수의 ‘오만’을 받쳐주는 대들보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대화형식으로 자유롭게 진행했고 이번엔 ‘일방적 강연’형식이라 분위기는 차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무튼 안철수는 작년 9월 ‘박근혜 아성’을 일거에 무너뜨리면서 홀연히 등장, 한국 정치판을 놀래킨 '공로'를 세운 이래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신진 정치세력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사실이다. 더구나 서울대 대학원장이라는 자리가 그를 떠받쳐주는 큰 들보 역할을 했다. '메이드 인 서울대'라는 뒷받침 덕분에 안철수는 돌연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가만 '복기'해보면 안철수 신드롬의 가장 큰 공로자는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였다는 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는 늘 그래왔듯이 이번 강연에서도 ‘본심’은 콩알만큼 드러내 보였지만 매스컴의 대대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죽하면 아침신문 사설 제목이 ‘안철수교수, 이제 말 빙빙 돌려 할 단계는 지났다“였을까. 그 신문 사설은 안철수가 말을 너무 어렵게 한다고 꼬집으면서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안 원장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점을 골라 정치 참여 여부를 밝히겠다는 구상인 모양이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다. 안 원장에게 한때 기대를 걸었던 사람 상당수가 안 원장 태도에 실망했고, 그것이 안 원장 지지율이 정점(頂點)을 지나 계속 하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 원장은 "내가 정치에 참여한다면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이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장에도 나타나고, MBC 노조 파업에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처신하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인 듯하다. 그러나 안 원장이 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 생각을 밝히지 않고 여기서는 이 모습, 저기서는 저 모습으로 출연(出演)하는 방식을 계속하면 국민도 안 원장을 더 이상 국가 지도자감으로 여기지 않게 될 날이 올 것이다.(조선일보 3월 29일자 사설 중 >
사실 때가 때인 만큼 안철수 강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야 뻔한 것이다. 올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대권주자로 나서느냐 아니냐다. 그날 강연에서도 주최측이 학생들로부터 사전에 받은 질문 1000여개 중 5가지를 골랐는데 역시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사람들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안철수가 작년 서울시장에 출마하네 마네로 매스컴에 ‘짠’하고 등장했을 무렵만 해도 안철수는 ‘차기 대통령’이 다 된 분위기에 휩싸였었다. 왜아니겠는가, 그때까지만해도 ‘부동의 1인자’였던 박근혜 새누리당비대위원장을 단 한번이라도 꺾어본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던 ‘태평성대’였다. 사실 이 '박근혜 신드롬'도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크 호스’ 안철수가 돌연 ‘대선’이라는 살벌한 링 위로 등장할 채비를 한다는 보도와 함께 지지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는 보도는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나같이 평범한 시민도 조금은 놀라게 했다. 아마 제일 놀란 사람은 누구보다도 박근혜비대위원장과 안철수 본인이었을 것이다. '깐족거리기 좋아하는 기자들이 박근혜에게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까지 던질 정도로 안철수의 등장은 여야 모두에게 심각한 충격을 줬던 건 사실이다.
그러니 자신의 지지율이 높다는 걸 등에 업고,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무슨 ‘떡장수 인심 쓰듯’ 선뜻 박원순이라는 지지율 4%도 안됐던 ‘약체’후보에게 던져줄 때 안철수의 인기는 정점(頂點)을 찍었다고 본다. 이제 다 지난 이야기지만 세상에 이런 우스꽝스런 선거해프닝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있었는지 안철수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인구 1천 2백만이 넘는 세계적 도시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수장(首長) 자리를 온갖 낙마요소를 가득안고 있던 ‘자질 검증 낙제생’이 거뜬히 차지하게 했다는 건 개그 콘서트 소재로서도 금메달 감이다. 하여튼 그 선거를 정점으로 철옹성같던 안철수의 지지율은 팽팽한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슬슬 쫄아들기 시작했다. 안철수 본인도 ‘위기감’을 느꼈던지 급기야 엊그제 같은 강연을 한 것 같다.
안철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보도자료를 종합해보면 안철수라는 인물이 어떤 스타일의 인간형인지를 90% 이상은 알 것 같다. 일단은 무엇보다도 엘리트의식에 충만한 스타일이다. 그럴수 밖에 없겠지. 유복한 가정환경과 뛰어난 지식 체득력을 바탕으로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지방 어느 대학 의과대학장까지 했다니 '좌절을 모르는' 젊음이 갖는 오만함은 그의 DNA로 뼛속까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 친하게 지내고 있는 서울의대 출신들은 안철수에 대해선 일단 고개를 젓는다.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철수를 모른다는 거다. 나와 친한 그 지인은 서울의대에서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면서 안철수부부가 학생때 적을 뒀다는 서울의대가톨릭학생회 지도교수까지 지냈지만 그 부부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고 말한다. 좋게 말하면 자기관리가 철저한 스타일이고 아니면 좀 우뭉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그동안 안철수의 ‘어록’을 체크해보면 그가 어떤 인간형이란 건 웬만큼은 알 수 있을 것같다.
엊그제 서울대 강연 도중 스스로 ‘안철수 현상’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망설임 없이 직접 거론했다는 것도 좀 우습다. 어느새 안철수도 ‘정치인 화법’을 흉내내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 정치인들 중 조금만 유명해진 사람들은 꼭 제 자신을 일컬으면서 자기 이름을 직접 호명하는 버릇이 있다. 남의 이름을 부르듯. 이거 좀 안 좋게 들린다. 가령 ‘저에게’나 ‘저를’ 해도 되건만 ‘이 홍길동에게’ 혹은 ‘홍길동을’ 이라고 자기 이름을 ‘타자화(他者化)’해서 부르는 모습들을 보면 속된 표현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안철수도 어느새 자신의 이름을 여느 '속물 정치인'들처럼 타자화하는 '고얀'버릇이 생긴 모양이다. '기성 정치인'들을 그토록 혐오하면서 말이다. 원래 나쁜 버릇은 쉽게 들기 마련이라는 건 알지만 안철수의 화법은 참 가관이다.
안철수는 강연장에서 ‘안철수 현상’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구(舊)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 오래된 체제는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들”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회 갈등을 푸는 능력 없이 보수든 진보든 누가 정권을 잡든 국민은 관심이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5천만 국민의 마음을 어찌 그리 명쾌히 분석해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편가르기 하는 화법'은 자살한 어느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보니 안철수의 화법 중 눈에 띄는 게 바로 이 편가르기다. 작년 서울시장선거에 자기가 밀던 박원순이 이기자 "건전한 상식의 승리'라는 한마디로 나머지 47%의 나경원지지자들을 단숨에 뽀개버렸다. 졸지에 당시 한나라당후보를 지지했던 시민들은 불건전한 인간들로 내쳐진 것이라고나 할까.
총선 선거운동 시작과 때를 맞춘 듯한 안철수의 ‘서울대 강연’을 놓고 정치권에선 서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을 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래저래 아직은 ‘안철수 현상’이나 ‘안철수 효과’에 덕을 보려는 의타심 많은 한국 정치인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여,야 정치권 '선수'들에게 한 마디 충고하고 싶어진다. 제발 ‘자력’으로 뭘 좀 이뤄보라고. 스스로 ‘안철수 현상’을 들먹이는 ‘대통령 지망생’ 안철수가 만능해결사는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지지율? 그거 하루 아침에 훅 꺼질 수 있는 신기루 같은 것에 불과하다. 역대 대통령선거의 지지율 역사를 상기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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