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 28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이건희회장과 슈미트 팔 헝가리대통령.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 박사논문 표절 논란으로 대통령직도 사임
올해 71세인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이 20년 전, 1992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로 밝혀지면서 박사학위를 박탈당한데다 4월 2일 대통령자리마저 내려놓았다. 헝가리 참 대단한 나라다. 한마디로 ‘명징(明澄)한 선진국’이라고나 할까.
좀전 인터넷 뉴스 서핑을 하다가 ‘헝가리 대통령이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하는 바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는 보도를 보고 잠시 믿어지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만우절’은 어제인데 혹시 올해부터는 만우절이 4월 2일로 바뀌었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게다가 며칠 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외빈 접견실’인 한남동 승지원에서 오랜 지우(知友)인 동갑내기 헝가리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났기에 더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헝가리 젬멜바이스대학은 슈미트 팔 대통령의 1992년 박사학위 논문 표절을 인정, 박사학위를 박탈했다고 BBC 등 외신이 3월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젬멜바이스 대학교 티바다 툴라시 총장은 "대학평의회는 찬성 33표, 반대 4표로 슈미트 대통령의 박사학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했다"며 "그의 학위 논문은 과학적, 윤리적 방법론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에 앞서 지난 1월, 헝가리의 한 언론은 슈미트 대통령의 박사학위 논문의 상당 부분이 표절이라고 보도했다. 대학 측이 조사위원회를 열어 조사한 결과, 슈미트 대통령의 박사학위 논문 215쪽 가운데 200쪽 이상의 페이지가 일부 유사하거나, 다른 논문을 직접 번역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지난 3월 27일 보고서에서 "이 박사학위 논문은 '번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박사학위 취득 요건인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준비한 논문'이라는 윤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세상에나! 유명인사들의 논문표절이나 허위학력 논란에 익숙하게 살아온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대통령 논문이 표절이라며 박사학위를 박탈한 것도 부족해 대통령직에서마저 사임하게 한 헝가리 ‘수준’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우리 대한민국에서야 고위공직자 청문회 같은 데서는 ‘논문 표절’ 같은 건 거의 ‘기본 사항’이 아니던가.
한 두명이 아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유명인사로는 서울대총장 지내고 국무총리자리에 오른 정운찬씨의 청문회가 기억난다. 경제학 쪽에서 ‘석학’대우를 받는다는,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인사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걸 보고 사실 놀라지도 않았다. 그런 인간형이 어디 한둘이어야 놀라든지 말든지 하지. 조금 거리있는 표현이지만 '브루터스 너마저'라고나 할까.
학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논문 표절’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니라고 한다. 슬쩍 베끼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무총리 정도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고위관직에 오를 인물이 그것도 시중대학도 아닌 국립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양반’이 논문표절 시비에 휘말려 청문회에서 ‘기네,아니네’ 망신살이 뻗쳤다는 건 정운찬 본인 뿐 아니라 서울대 재학생이나 졸업생 그리고 그쪽 동네 관계자들에겐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정운찬은 국무총리직을 맡았고 ‘세종시’를 둘러싼 박근혜비대위원장과의 ‘밀땅작전’에서 실패한 뒤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그런 그가 요즘은 대통령출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출마하는 거야 ‘개인 의지’와 ‘꿈’이니까 뭐라할 건 없겠지만 저렇게 헝가리 대통령이 논문표절로 대통령직까지 사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대한민국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몰염치’함이 오버랩된다.
사실 슈미트 대통령도 ‘사건 초기’만해도 웬만하면 물러나지 않으려고 ‘버티기 작전’으로 나왔다고 한다. 슈미트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스캔들 때문에) 사임을 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으로 논문을 작성했고,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학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이 사건과 내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사임을 하고 만것은 결국 ‘야당’의 맹공격 탓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그쪽 헝가리 동네에서도 ‘야당’이 하도 시끄럽게 대통령 퇴진을 외쳐대니까 결국 대통령 스스로 ‘사임’을 선언하기까지 이른 것이라고 한다. 슈미트 대통령은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과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펜싱 부문 2연속 금메달을 따낸 스포츠 영웅출신이다. 그는 지난 1992년 젬멜바이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논문을 제출, ‘박사모(帽)’를 썼는데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표절시비 바람에 ‘모자’가 날아간 것이다. 이 대학의 티바다 툴라시 총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어제(1일) 총장직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직 사임'사건을 보면서 인구 1천만명이 채 안 되는 헝가리는 나라규모는 작지만 아주 야무진 국가같다는 느낌이 든다. 문학이나 과학 등 어느 한 분야라도 빠지는 구석이 없다. 말하자면 ‘인텔리 국가’라고나 할까. 작년 7월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국가 인상’이 거의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헝가리에서 인상 깊었던 건 인구 1천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했다. 그중 노벨 문학상 2명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도 3명, 노벨 화학상은 4명이나 된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비타민C도 헝가리 사람이 만들었다는 얘기도 흥미를 끌었다.
'노벨상 컴플렉스'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헝가리라는 이 작은 나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노벨상 수상유무가 국가의 존재감을 결정하는 척도는 아니겠지만 여하튼 우리는 고작 평화상 한 개만 받은 국가여선지 물리학상이나 화학상 문학상을 척척 받아낸 헝가리 국민의 저력이 놀라울 뿐이었다. 더구나 200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케일 임레의 ‘운명’이라는 장편소설은 독일인들이 노벨상 수상위원회에 강력 추천해 수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문학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그런 ‘실력있는’국가이다 보니 학문적 자존심도 굉장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희를 넘긴 ‘명예직’에 가까운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현직 대통령을 ‘까짓’ 논문표절 한번 했다고 학위박탈에다 대통령직까지 ‘박탈’하다니...
참 빈틈없는 선진국다운 나라라고나 할까. 헝가리 만만치 않은 나라다. 대한민국에선 거의 보기 어려운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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