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대한민국 국회의원’임수경의 ‘취중진담(醉中眞談)’

스카이뷰2 2012. 6. 4. 11:14

  

                           chosun.com 사진.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해 김일성과 포옹하고 있는 모습과 최근 임수경. joins.com사진.

 

 

 

‘대한민국 국회의원’임수경의 ‘취중진담(醉中眞談)’

  

"탈북자들아, 입 닥치고 살아… 이 변절자들" "임수경 의원이 폭언"… 탈북 대학생, 페이스북에 공개 파문

오늘아침 신문 1면 좌측상단에 크게 실린 이런 제목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우선 임수경이라는 올해 마흔넷 된 여성이 민주당의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21번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되기 참 쉽다.

 

임수경이라면 평양과 판문점과 경복궁 지하철역이 떠오른다.

예쁘장하게 생긴 ‘운동권 여학생’으로 20여 년 전 당시 한국외대(용인캠퍼스) 4학년때 ‘남한’ 여대생으로선 최초로 ‘밀입북’해 평양에 갔던 ‘여전사’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거의 탤런트 급인 신선한 외모의 여대생이 40여 일 간 북한에 머무르다 돌아온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 5개월간 옥살이를 한 뒤 '통일의 꽃'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건 당시 상황에선 아주 드라마 같은 스토리였다.

 

더구나 임수경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 일상복이나 소지품들이 북쪽 사람들에겐 경탄의 대상이었고, ‘남한이 잘 산다’는 걸 몸으로 입증한 임수경은 굉장한 ‘남조선 홍보 걸’역할을 자신도 모르는 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상을 줘야한다는 역설도 떠돌았었다.

 

또 하나의  임수경 이미지인 판문점은 그녀가 평양에서의 ‘활동’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올 때는 북측의 ‘배려’로 판문점을 통과해 ‘걸어서’ 조국의 품에 안겼다는 배경무대로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지금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임수경은 그때 자그마한 키의 문 아무개 신부의 손을 잡고 걸어 내려왔던 것 같다. 아마도 문규현이라는 ‘운동권 신부’였을 거다. 남북분단 시대의 가장 큰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을 뚜벅뚜벅 걸어내려오던 여대생과 카톨릭신부. 이들의 모습은 당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다음 임수경과 경복궁 지하철역은 애잔한 이미지로 연결된다.

임수경이 ‘산전수전’다 겪고 이혼까지 한 뒤 어느 여름날 밤 경복궁지하철역 로비를 가냘프게 생긴 어린 아들의 손목을 잡고 걸어가던 모습이다. 여전히 20대시절 ‘미모’를 잃지 않은 그녀는 아들을 몹시 사랑하는 평범한 젊은 엄마의 모습으로 아이와 눈을 맞추며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 이후 얼마 있다가 그 귀한 아들은 불의의 사고로 이국만리 필리핀에서 숨진 비통한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참 가슴 아픈 사연이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흐른 오늘 아침 임수경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크게 출세한 채 매스컴을 저렇게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얇은 외꺼풀의 동양적 미인 눈이었던 임수경은 어느새 쌍꺼풀의 눈으로 변모해 좀 이상해 보인다. 거기에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개겨”하면서 남한으로 도망쳐온 불쌍한 북한의 청년에게 ‘변절자 새끼’라는 폭언을 퍼부었다는 ‘구설수’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임수경은 종로의 한 주점에서 우연히 만난 탈북자 출신 백요셉이라는 20대 청년에게 "야,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 마라,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이 굴러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라고 한 뒤 과거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새누리당 하태경의원을 언급하며 "너 그 하태경 하고 북한 인권인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그 변절자 새끼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아니면 만취한 탓인지 임수경은 "개념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새끼들아. 너 몸조심해"라는 말을 했다는 게 그 탈북자청년의 주장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귀한 직업’을 갖게 된 임수경으로선 20대 탈북자 청년의 언행이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현재 외국어대 학생인 이 탈북자 청년은 1일 밤, 우연히 종로 주점에서'대선배' 임수경을 만났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임 의원을) '통일의 꽃'으로 알고 있었고 대학 과 선배라 용기를 내 사진을 함께 찍었다. 그런데 웨이터가 임 의원 보좌관들의 요구로 내 휴대전화 사진을 마음대로 지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고 보좌관에게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청년은 임수경에게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라는 말을 건넸다. 이게 사단이 난 것이다. 사실 그 청년도 썩 잘한 발언은 아니다. 본인이야 ‘북한 식 개그’로 농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총살형’운운한 건 젊은 혈기 탓이라 쳐도 실언한 거다. 말은 칠수록 거칠어진다는 말처럼 이렇게 시비가 붙어서 ‘변절자’ ‘죽인다 살린다’ 이런 막장 대사가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국회의원’으로 벼락출세한 임수경의 의식구조다. 청년의 말에 화가나서 순간적으로 실언한 것 치고는 너무 나갔다. 게다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앞세웠다는 건 아직 개원도 안해 정식 국회의원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초짜 의원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임수경은 3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탈북청년연대 백요셉 사무국장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발표한 '해명과 사과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지난 1일 발언과 관련한 모든 논란은 저의 불찰로 인한 것"이라며 "제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를 입었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하지만 ‘취중진담’이라고 행여 임수경의 뇌구조에는 아직도 ‘북쪽 체제’와 ‘김일성수령님’에 대한 젊은시절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닌게아니라 임수경이라는 운동권 출신여성이 ‘전향’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은근히 퍼져있다는 ‘종북주의(從北主義)’트렌드 탓인지 ‘북한 인권’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소위 친북인사들이 임수경식 사고방식으로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문제를 폄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피눈물 나는 사연’이 많은 탈북자들의 가슴을 후벼 판 이번 임수경발언은 ‘종북파’들에겐 어쩌면 ‘상식(常式)으로 통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임수경발언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매카시즘식 마녀사냥'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건 본말이 호도된 그야말로 편향된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더구나 보도에 따르면 임수경은 아직 개원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동료의원 21명과 함께 '떼로' 방북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러니 일각에선 임수경의 '사상'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뭐가 그리 화급한 일이라고 국회 문도 열기전 북한구경부터 다녀오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임수경이 그냥 평범한 시민의 신분이었다면 이런 얘긴 매스컴에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본인이 주장한대로 임수경은 그 대단하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었기에 철저한 공인의식을 요구받고 있는 신분이 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국회의원’ 임수경의 '대북관'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사과발언은 과연 ‘진정성’을 갖고 진심으로 한 건지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