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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과 식사하던 김장수 "여기서 못 먹겠는데, 밥이 부실해서 못 먹겠어”

스카이뷰2 2013. 1. 14. 16:45

 

 

밥투정하다 여론의 질타받은 김장수씨.(아이뉴스사진) 

 

 

 

朴과 식사하던 김장수 "여기서 못 먹겠는데, 밥이 부실해서 못 먹겠어” 

 

 온라인 뉴스에 뜬 위의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붙든다. 인수위가 출범한지 며칠 안됐는데 한 백년 흐른 것 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냥 넘어가기 좀 그런 사소한 ‘문제 발언’이 나와 내 눈을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거의 언제나 습관적으로 '사소한' 것에 신경이 쓰이곤 한다.

 

며칠 전 온라인 뉴스를 보니 인수위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 김장수씨가 인수위 구내 식당에 서 반찬투정 밥투정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인수위 구내식당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한 4000원짜리 점심 식사(제육고추장볶음·양배추쌈·된장찌개·계란찜)에 대해서 불평을 쏟아냈다는 거다.

 

“밥이 영 부실해서 안 되겠어.” “여기서 더 못 먹겠는데? 밥이 부실해서 말야.”라는 게 김씨의 ‘한탄사’였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게 과연 코믹 개그 류의 기사인지 그 대단하다는 인수위원에 대한 보도인지 잠시 헷갈렸다.

 

얼마나 ‘맛’이 없었기에 그런 ‘밥투정’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때 대한민국 국방장관까지 지냈다는 인사가 해야할 ‘덕담’으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로 들린다.

설령 맛이 좀 없다기로서니 ‘밥이 부실해서’라는 말을 타령조로 세 번이나 읊어댔다니 그의 상식이 좀 의심스럽다. 좋은 말도 세번 연거푸 들으면 지겨운데 말이다.

 

직접 먹어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긴 어려운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 당선인까지 함께 먹는 식사류인데 그렇게 ‘못먹을 정도’의 음식이 나왔다고는 상식적으로 믿어지지 않는다. 아마 다른 네티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기사에 달리 수백개의 댓글을 보니 '김장수 성토장'이었다.

 

문득 그의 그런 ‘배부른 밥투정’을 보다보니 45년 전 버스에 치여 숨진 ‘저항시인’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가 떠올랐다. 그 시의 앞 머리 부분은 이렇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50년 전  어느 날, 가난한 시인은 큰 맘먹고 한 그릇에 오십원 하는 ‘갈비탕’을 사먹으러 어렵사리 갔다. 당시엔 ‘갈비탕’은 엄청 고급 음식에 속했던 시절이다. 그런데 그런 귀한 음식에 정작 기름덩어리만 많이 나오고 갈비는 없었으니 울화가 치밀만도 하다. 시인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저 왕궁 대신 왕궁의 음탕대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그만 욕까지 하고 말았다는 거다.

 

그래도 그 시인의 ‘분노’는 진정성도 있고 절절히 이해가 간다. ‘밥’이 안 되는 시를 쓰고 허접한 번역 원고로 근근히 살아가는 적빈의 시인이 어느 날 작심하고 가벼운 주머니를 탈탈 털어 갈비탕을 사먹으러 갔는데 기름만 둥둥 뜬 그런 유사갈비탕 모양의 ‘기름탕’이 나왔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이런 20세기 곤곤한 시인의 분노에 비하면 21세기 국방장관까지 지낸 인사가 ‘대단한 인수위’의 식당 밥이 부실하다고 투정했다는 건 아무래도 ‘공감’이 안 간다. 오히려 거부감만 들 뿐이다. 어떤 독자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 인수위 4천원짜리 밥 나도 좀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이렇게 쓴 댓글은 그나마 양반이다. 여기에 옮기기 민망할 정도로 '김장수씨의 밥투정'은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김씨는 국방장관이던 2006년 당시 故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허리를 굽히지 않고 인사해 ‘꼿꼿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게 무슨 대단한 전설처럼 떠돌고 있다. 이걸로 그는 '근사한 이미지 '연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육사출신’으로 이런 꼿꼿자세를 유지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일반인 눈엔 대단해 보였을 지 몰라도 육사 근처 왔다갔다 했거나 최소한 논산훈련소를 거친 병사들이라면 '군인‘이 ’꼿꼿이‘ 인사하는 게 그리 대단한 건 아니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시인도 아닌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밥투정 기사’에 분개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시 전문.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