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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에게-엄마가

스카이뷰2 2013. 1. 28. 12:36

‘내 딸 서영이’에게-엄마가

 

 

서영아, 요새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아프단다. 살아생전에도 못난 엄마였는데 이렇게 하늘나라에 와서까지 너의 괴로움을 손 놓고 보고만 있으려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구나.

서영아, 너는 존재 자체로 엄마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아주 소중하고 귀한 존재였어. 비록 가진 것 없는 엄마였지만 네가 학교에서 전교 1등만 척척해오면서 세상 누구보다도 엄마는 부자마음이었어. 이 세상 아무도 부럽지 않았단다. 서영이 네가 내 딸이어서.

 

고맙고 고마운 서영아! 미안하다, 엄마가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는데도 오로지 네 힘으로 쌍둥이 동생 상우도 의대 졸업시키고 너도 판사직에 까지 오르다니 정말 장하고 장하다. 이젠 변호사라는 어엿한 전문직 여성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엄마는 그렇게도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 다시 세상에 내려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내 딸 서영이’를 목청껏 자랑하고 싶단다. ‘내 자랑스러운 딸 서영이!’라고...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그런데 서영아! 요즘 너가 그토록 마음 고생하는 걸 보면서 엄마는 너에게 말로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몇 마디 할게. 행여 너의 그 여린 마음을 또 다치게 하지나 않을 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간절한 어미의 마음으로 우리 딸 서영이의 온전한 행복을 위해 기도하고 싶단다.

 

   

서영아, 어느 가을날이었지, 네가 엄마의 유골을 엄마가 살았던 고향의 강에 내려놓으러 왔을 때 지금의 강 서방, 그러니까 위너스재벌그룹 장자인 강우재씨가 너의 뒤를 따라와 울고 있는 너를 등 뒤에서 꼭 껴안아 주었을 때 엄마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면서도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 저 사람은 내 딸 서영이를 진심으로 아껴줄 남자구나, 저 사람이 바로 우리 사위 될 사람이라고 엄마는 직감했단다.

 

 

  서영이 네가 너를 지켜온 마지막 울타리인 자존심 때문에 쉽게 강 서방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못할 때 엄마는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단다. 그래도 그 우여곡절 끝에 네가 위너스 재벌 가문의 맏며느리로 들어간 날 엄마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너무 기뻐서 말이지. 네 결혼식장에 ‘아르바이트 하객’으로 갔다가 느닷없이 너를 발견한 네 아빠도 엄청 놀랐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정말 기뻐했을 거야.

 

서영아, 지난 이야기지만 네가 시부모님께 친정아버지와 동생의 존재를 ‘없다’고 말한 건 백번천번 잘못은 한거야. 하지만 엄마는 너의 마음을 또 백번천번 이해하지. 왜 아니겠니. 아버지라는 사람이 공부잘하고 총명한 너를 얼마나 힘들게 했냐말이야. 하지만 아빠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단다.

 

아빠도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몰라. 너도 이제 곧 부모가 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아무튼 너는 아빠를 ‘있으나마나한 존재 차라리 없었으면 좋을 존재’라고 한탄했을 지 모르겠다. 그 마음도 이해는 충분히 한단다.

 

하지만 부모 자식간에 아무리 서로 미움의 골이 깊어지더라도 끊을 수 없는 게‘천륜’이라는 걸 너도 알거야. 네가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아버지가 안 계신다’고 시부모 앞에 말해버렸지만 그 이후 네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을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은 또 찢어진단다.

 

서영아! 지금 네 앞에 펼쳐진 상황은 사실 이 못난 엄마 아빠 탓이지 너의 잘못은 아니야.

하지만 서영아! 네가 비록 거짓말 한게 시댁 식구들에게 알려졌다해도 네가 그렇게 이혼서류 한 장 던지고 불쑥 가출했던 건 엄마가 보기엔 아무래도 좀 경솔했던 행동 같아.

 

물론 너만 잘못 한 건 아니다. 강서방도 그런 식으로 너를 괴롭혔다는 건 아무 것도 해준 것 없는 장모로서도 화나는 일이야. ‘장인 어른’의 존재를 알게됐다면 즉시 서영이 네게 가타부타 사실여부를 묻고 해결책을 찾아봤어야지, 네 말처럼 서영이 너를 ‘난도질’하려는 듯 매사에 이유 없이 짜증이나 부리고 사람의 숨통을 조이게 했던 건 엄연히 강서방 잘못이다.

 

 

하지만 서영아, 우리 좀 냉정히 생각해보자. 물론 네가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했던 건 큰 잘못이고 위너스 재벌집안 시어른들로서는 용서 못할 죄로 여길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말이다 .엄마는 너의 그 언행이 그게 그렇게 ‘죽을 죄’고 용서 없이 이혼까지 해야만 하는 가정파탄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엄밀히 따지자면 네가 시집살이 했던 지난 3년간 너는 강서방에게 ‘겁나고 미안하고 불안해’하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살아왔다. 물론 네가 그렇게 자초한 것이긴해도 어쨌든 서영이 너만 괴로웠지, 타인들에겐 아무 해를 끼친 건 아니잖니.

 

물론 그 시어른들과 네 남편 강서방 그리고 시누이와 시동생이 네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안 순간 배신감이야 컸겠지만 그걸로 ‘혼인파탄’까지 가야한다는 건 엄마가 보기엔 좀 아닌 듯 싶다.

서영아, 강서방이 재벌집 아들이라서가 아니다. 강서방처럼 진실로 너를 아껴주고 애틋해하고 사랑해주는 남자가 남편으로 네 곁에 있다는 게 엄마는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단다.

 

 

그러니까 네가 너의 ‘상한 자존심’상 도저히 강서방과는 못살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게 엄마로선 너무 안타까울 뿐이야. 결혼생활에서, 부부관계에서는 자존심 따위는 아무 필요가 없는 거란다.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아껴주고 그리고 서로를 용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결혼의 본질이야. 서영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짓말이 들통나서 더 이상은 못살겠다’는 건 너무 침소봉대( 針小棒大)한 생각이란다.

 

살다보면 벼라별 일이 다 있는 게 이 세상 살이야. 너희처럼 많이 배우고 더구나 격식 따지기 좋아하는 그런 재벌집에서야 오죽하겠니.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서영아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번 일이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너를 괴롭힐 일은 아니라는 걸 엄마는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단다.

 

시부모님 찾아뵙고 네가 눈물로 사과한다면 그 분들도 너를 다시 받아들여주실 거라고 엄마는 믿는다.

어제보니 너와 강서방은 끝내 서초동 법원 계단 앞에까지 갔더구나. 합의이혼하러 가는 길이겠지. 그 계단에서 어서 내려와야 한다. 서영아, ‘제발 이젠 혼자 있고 싶다’는 너의 그 심정을 엄마는 백번천번 이해한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니. 힘든 소녀가장으로 살아온 너의 삶에 엄마는 정말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말이야 서영아, 결혼한 사람이 그깟 일로 바로 이혼을 결심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엄마는 생각한다. 내 딸 서영아, 네 앞에 펼쳐진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너는 총명한 변호사에 재벌집 맏며느리로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좋은 일’들은 세상에 너무나 많이 쌓여있단다. 그런 사람이 잠깐의 실언으로 ‘이혼’이라는 경솔한 판단아래 인생의 절반을 망가뜨릴 수는 없지 않겠니.

 

서영아, 엄마가 옛날 사람이라 구식 생각으로 이혼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강서방 같이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편에게 네 자존심이 좀 상했다치더라도 그건 그리 큰 흠이 아니란다. 회복될 수 없는 상처는 더더욱 아니란 말이다.

 

제발 부탁한다, 서초동 이혼 법정 계단에서 빨리 내려와, 어서, 그리고 강서방과 함께 다시 시작하렴. 아니 다시 시작하고 말고도 없어, 너희처럼 선남선녀, 젊고 아름다운 부부가 잠시의 실언 하나 탓에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는 건 서로의 앞날을, 인생을 망치는 허망한 일일 뿐이야.

 

그러니 엄마, 말을 들으렴. 서영아! 이혼만이 능사는 아니란다. 제발 강서방과 서로를 감싸주고 눈물을 닦아주면서 맛있는 것도 함께 나눠 먹으며 영화도 보면서 세상에 많고 많은 가여운 사람들을 너희가 가진 힘으로 도와주면서 그렇게 살아가렴! 그러니까 이혼만은 절대 안 된다! 알았지? 내딸 서영아! 

   

(이 글은 요즘 47.8%라는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주말 드라마 ‘내딸 서영이’의 죽은 엄마 입장에서 써본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 툭하면 이혼부터 하려는데요,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경향이 보입디다. 아무래도 작가가 시대 조류를 반영해보려는 것 같지만 이 젊은 엘리트 부부가 그깟 일로 이혼한다는 건 제가 볼 때는 어불 성설이어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