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정치인 안철수.(연합뉴스사진)
요새 종편TV에 나와 '고담준론'을 펴는 몇몇 정치평론가들은 한때 "요즘처럼 어수선한 정국에선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쪽집게 평론'이 엉터리라는 게 요 며칠새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하기야 언제 누가 붙여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시사평론가라는 명찰을 달고 나와 '되도 않는 소리들'을 하고 있는 그들의 말을 어느 국민이 철썩같이 믿겠는가마는...
암튼 '도련님'안철수의원으로선 요즘 속이 터지고 속이 상해 죽을 형편에 놓였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우선 '정치인의 필수 기본 자격'인 '매스컴의 관심받기'에서 안철수는 상당이 비켜나 있는 듯해 보인다.
안철수 측은 엊그제 '지방 정책투어'를 나선다며 취재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25인승 버스를 대절했지만 취재신청을 한 기자가 불과 열명도 안 되었다고 한다. 일단 '기자들의 외면'에 안철수씨 엄청 충격받았을 거다.
지난해 대선무렵엔 '철수 생각'을 한 마디라도 벙긋하면 그냥 대서특필되곤 했던 그 '호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홀대를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자체 선거를 겨냥한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웬걸, '영입'은 커녕 '외면' 당하는 듯한 상황이 속출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안 의원이 '함께 할 대상'으로 염두에 뒀던 인사들은 대부분 고사하거나 공개적으로 당장 안철수와 한 배를 타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안 의원측을 맥빠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개혁성향의 전직 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의 홍정욱 정태근 김부겸 정장선 김영춘 전 의원 등이다. 한때 안 의원 측과의 합류 가능성이 거론됐던 민주당 손학규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도 민주당 잔류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형편이다. 그만큼 '안철수 약발'이 현저히 떨어져 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런 '안철수 외면 현상'을 특이하게 해석한다면 그거야 말로 난센스라고 본다. 그럴줄 몰랐단 말인가. 안철수를 무슨 메시아라도 되는양 떠받들고 눈물까지 글썽거리던 '유명 여교수'의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겠다. 그녀 뿐만 아니다. 제법 똑똑하다고 봐왔던 남교수들도 '안철수 호위대'처럼 서 있던 모습은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재 수준일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뭘 잘 모르는 '혁신적 사회지도자'급 반열의 인사들의 뒷받침과 순진무구한 청년들의 박수소리에 대한민국은 한때 꽤나 시끄러웠다.
지금도 여전히 몇몇'저명 교수급'들이 안철수씨를 에워싸고 '거사'를 도모하려하고 있는 듯하지만 늘 그랬듯 '책상물림'교수들은 어떨 때보면 저잣거리 장삼이사(張三李四)들보다도 못한 '정치감각'을 갖고 있는 특수한 사람들이고 보면 그런 그들이 좀 딱하게도 보인다. 물론 그런 그들의 개인적 '정치철학'을 무시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척 보면 알수 있는 '그릇의 됨됨이'를 어렵게 외국에서 박사까지 딴 교수들이 왜 몰라보는 지 그게 좀 답답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안철수라는 특정인을 비하하고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보다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 '좀더 살기 좋아야할 대한민국'을 위해 탁월한 정치지도자를 기다리는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 '아닌건 아니고 긴건 기다'라는 상식적 이야기들 하고 싶을 뿐이다.
안철수 본인은 대단한 '야망'을 갖고 대한민국 정치판을 개조하겠노라는 비장한 '선언'까지 하고 있겠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지금까지 '신인 정치인' 안철수가 우리에게 보여준 크고 작은 실망스런 모습을 종합해 보면 '안철수는 아직 멀었고, 아직 아니다'는 계산서가 그냥 나온다는 말이다.
세상의 '민심'이 좀 싸늘해졌다는 걸 파악했는지 '간'보는게 주특기라는 안철수의원이 오늘 국회 제1 토론실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비분강개하면서 '사자후'를 토해내며 강도 높게 국정원을 맹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안의원은 오늘(8일) 오전 정치개입으로 국정조사 대상에 오른 국정원을 맹비난하고 민주세력과 이명박정부 등 이전 정권은 물론 박근혜 정부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까지 요구했다는 거다. 그야말로 '시선끌기'를 위한 '초강수'로 '최고존엄'을 향해서까지 돌직구를 날렸다고나 할까.
보도에 따르면 그는 "박 대통령의 침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정원문제는 중요 사안이다. 왜 침묵하고 계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여야 정파간 논쟁이 되기 전에 국정원 개혁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했어야 한다.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은 국정원을 그렇게 만든 정권이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국정원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남재준 현 원장을 겨냥해 "국익보다 조직의 명예를 앞세우는, 조직의 명예를 위해서는 국익도 저버리는 국가정보기관이 바로 국정원의 현주소"라는 지적도 했다.
"지금 국정원의 조직원들은 더 이상 나라에 충성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승진과 이권으로 달콤한 대가를 돌려주는 원장에게 충성하면서 불법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방대한 조직과 정보, 비밀주의, 견제 받지 않는 예산과 활동 등으로 국정원은 국익을 수호하는 기구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권력을 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이 됐다"면서 "국정원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말인 즉슨 구구절절 다 옳은 일이지만 안철수의원의 그런 지적은 그야말로 '사후 약방문'처럼 들려온다. 왠지 한참 지난 유행가를 듣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무슨 '신선한 매력'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이러니
'간철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다니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정치평론가 식으로 이 말 저 말 꼬집은 그의 예리한 비판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서도 어쩐지 '시의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말이다. 왜 그때그때 딱 부러지는 '고유한 자기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는지 그에게 묻고 싶다.
게다가 그는 정치평론가가 아닌 '신인 정치인'이라는 자기 신분을 유념해 비난만 하는 대신 '현실적 대안'과 실천 가능한 정책을 솔선해 보여줘야만 정치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아마 그렇게 하기엔 한참 '역부족'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