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

주목받지 못한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스카이뷰2 2013. 7. 23. 12:13

 

서울대학교 교수들은 17일 오전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NLL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원 선거 개입을 철저히 수사하라"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오늘 아침, 온라인 뉴스를 이리저리 서핑하다가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을 '발견'했다. 예전엔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하면 즉각 '대형뉴스'로 다뤄지곤 했다. 하지만 내가 찾아낸 그들의 시국선언문은 1주일전쯤인 지난 17일에 한 것이었다. 그런 '오래된 뉴스'가 지금에서야 그것도 우연히 내 눈에 띄었다는 사실에 '세상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문하면 60년쯤 전 '4.19 학생혁명'때 백발이 성성한 교수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던 '그 때 그 시절'이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던 듯 싶다. 그 이후 꾸준히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처럼 깜박이곤 했지만 그렇게 썩 효과가 높았던 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민주주의 회복을 주장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4년 만이라고 한다. 서울대 교수 128명은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과 박근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는 것이다. 1천 명이 넘는 서울대 교수들 중 128이 했다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서 그랬을까,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학 교수들이 '목청'을 높였는데도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건 좀 민망하기도 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선언문 발표'에 앞장선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점입가경으로 국정원이 자기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불법행위를 반복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NLL 정쟁으로 더 중요한 국정원 정치개입이 가려지는 시국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며 선언문을 낸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 모두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본인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지난 법인화 반대 열기에 못지않은 관심과 높은 참여를 보였다”며 “인문·사회대뿐만 아니라 자연대, 의대, 치대 교수들까지 나섰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비록 인원수는 128명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각 단과대학교수들이 골고루 참여했다는 점을 주장한 거다.

 

지난 대선때 야당 후보를 열심히 지지했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도 한 말씀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을 통해 도움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에 '호응'을 보내는 국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그를 맥빠지게 했을 수도 있겠다.

'탤런트 적 용모'를 자랑하는 이 중년의 교수는 인터뷰에서 “국정원 인터넷 공작팀이 대선 당시 야당과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고 박근혜 후보 칭찬으로 도배하는 공작 활동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인 이익을 본 것은 무조건적인 사실”이라며 “국정원이 NLL 문서를 공개하고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핵심적인 선거 총지휘부에 직접 전달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 가지고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측에서 '책임있는 답변'이 나왔다는 뉴스는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더불어 그의 주장에 '박수'를 많이 보낸 국민들도 별로 없는 듯 보인다. 그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국민들은 그런 정치적 선언문에 이젠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서울대 교수쯤된 사람들이라면 '반정부 선언문'을 발표하게 되기까지 엄청 깊은 생각을 하고 또 했을 법한데 자신들의 '존재감'이 이렇듯 묻혀져 버리고 말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은 그런 시국선언문이 별로 '약발'이 먹히지 않는 시대라는 걸 그 '총명한 선생님'들은 미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는 퍽 공들여 쓴 것 같아 아래 그들이 내놓은'시국선언문 전문'과 선언이라는'거사'에 참여한 교수들의 명단을 소개한다.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

 

우리는 상식이 통하는 정상국가 대한민국을 원한다!

 

NLL 정쟁 중단하고 국정원 선거 개입 철저히 수사하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가 선거라고 할 때, 지난 12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의 불법적 선거개입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유린되었음을 의미한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기관이 국가와 국민의 안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좇아 그런 불법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씻을 수 없는 과오이자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고, 그 전후 사정과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진상 규명 노력은 훼손된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서울경찰청장의 주도로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 사건의 진실은 축소되고 왜곡되었다. 또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국정원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또 다른 위법행위로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기록물 공개는 현행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외교의 기본 규범조차 무시하고 국가 최고 기밀에 속하는 기록물을 공개함으로써 정부기관 스스로 나라의 격을 떨어뜨린 자가당착적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와 집권 여당, 심지어 야당의 대응 역시 정치권의 자정 의지와 자기 개선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열람공개를 표결한 것은 법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자 입법권자 스스로 자신의 입법행위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의 본질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따른 여야 간의 정쟁에 가려져 더욱 어지럽혀져 있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과 퇴근길을 밝히는 전국 각지의 촛불은 이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태의 진상 규명과 그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간 참담한 심정으로 한국 사회가 가꾸고 지켜온 민주주의 기본질서의 훼손을 지켜보았던 우리 서울대 교수들은 민주주의 기본질서의 회복을 바라는 전 국민적 요청에 호응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은 그 자체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국정조사를 단행하여 사태의 진상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 또 검찰은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의 기획과 실행을 담당한 책임자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그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 앞에 세워야 한다. 사건의 진실을 축소하려 한 전 서울경찰청장과 관련된 경찰 책임자들도 마찬가지로 모두 엄중히 처벌되어야 한다.

 

1. 국가정보원이 진정으로 그 설치 목적에 맞는 기관으로 재탄생하도록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정보원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개혁은 결코 스스로의 자정 능력에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범정부적 차원에서 국회와 협력하여 국민의 호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식과 방향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2013. 7. 17.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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