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쪽 사진은 1967년 7월 31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박근혜(사진 오른쪽 끝) 대통령 등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남 진해에서 해군 보트를 타고 거제시 장목면 저도로 가는 사진이다. 지난 2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저녁 휴가지인 저도에서‘추억 속의 저도’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바닷가 모래밭에 나뭇가지로‘저도의 추억’이라고 쓰는 모습등 자신의 휴가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조선일보 DB·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성심여고 1학년시절 저도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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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여성대통령의 '화려한 첫 휴가'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청와대측은 기자들과 언성을 높이면서까지 대통령의 휴가지를 '극비'에 부쳤지만 결국 대통령이 스스로 페이스북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제목과 함께 올린 사진5장으로 '전격 공개'되면서 온갖 매스컴에선 대통령의 휴가지에 얽힌 인연과 대통령의 휴가지 패션등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살기 바쁜 서민들에게 '대리만족'을 전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달린 댓글만해도 무려 3천개가 넘을 정도로 대통령의 휴가는 지금 세간의 톱 이슈로 떴다.
박근혜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틀째인 30일 저녁 6시쯤 페이스북에 공개한 휴가 장소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저도(猪島). 저도는 1954년부터 1993년까지 대통령 휴양지로 활용됐고, 현재도 섬 전역을 군이 관리하고 있어 경호가 용이하다고 한다. 저도 해변은 박 대통령이 성심여고 1학년 때인 1967년 7월 박정희 전 대통령 등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서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을 5장 공개했고 '추억 속의 저도'란 제목의 글도 올렸다. '패션의 박근혜'답게 휴가지에 가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휴가지 도착 이틀동안 세벌 이상의 각기 다른 휴가지 패션스타일을 공개해 시선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글에서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 복잡하고 힘든 일상을 떠나 마음을 식히고 자연과 어우러진 백사장을 걸으며…"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또 "35년여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쪽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고 한 것으로 봐서 청와대를 떠나기 전인 1970년대 말까지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며칠전 트위터에 자신의 인형사진을 올린 '사춘기 소녀'같은 박대통령의 여린 감수성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무렵 '바닷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립니다~'로 시작하는 유행가가 크게 히트한 걸 아마 박대통령도 기억할 것같다. 그러니까 거의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저도의 추억'이란 글씨를 바닷가 모래밭에 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버지에 이어 청와대에 들어간 데다 휴가지까지 아버지의 추억이 깃든 곳을 찾아 감회가 각별하신 듯하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절 십 수년을 '대통령아버지'와 함께 찾은 휴가지아닌가. 사실 60년대무렵엔 지금처럼 '휴가를 간다'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최빈국 국민들'의 삶은 팍팍했었다. 그런 시절 틴에이저 따님들과 우아한 영부인과 함께 지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는 대통령 일가의 '화려한 휴가'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처럼 보였던 시절이다. 지금이야 너도나도 휴가는 해외로!라는 열풍이 거세지만 말이다.
박 대통령의 첫 휴가가 화제를 모은 건 대통령이 독신이어서 더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이 끔찍히 사랑한다는 어린 친조카를 오랫동안 못봤기에 이번 휴가에 남동생 박지만씨 일족이 동행하는지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고독'과 '추억'을 택했다. 아무래도 대통령으로서의 첫 휴가를 홀로 호젓하게 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때 '지방의 군 휴양시설'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장소를 숨기기는 했지만 하루 이틀 뒤면 대강 어디인지 알려지도록 내버려 뒀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는 "휴가 장소가 공개되면 경호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어디인지 추측할 수 있는 어떤 기사도 안 된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했다고 한다.
결국 이 '안보'논리가 받아들여져 박 대통령의 휴가지는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할 때까지 일절 보도 금지하는 '엠바고'에 부쳐져 대통령이 그저 '모처'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미지근한 보도가 나왔었다.하지만 이런 소동을 겪은 다음 날 박 대통령이 스스로 휴가지를 공개하면서 청와대의 안보컴플렉스는 모양새가 우습게 되고 말았다.
정전 60년만에 전세계가 놀라는 고속 성장의 '신화'를 일궈낸 대한민국 대통령의 휴가지에 대해 청와대가 너무 '전근대적 발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이제 한국도 대통령의 휴가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거다. 청와대 경호실의 어려움은 짐작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휴가는 국민과의 소통 수단 중 하나인 만큼, 무조건 비밀에 부치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거다.
다른 나라 정상들의 여름휴가는 우리처럼 '보도 통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휴가 일정과 장소를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휴가지 라이프를 공개하면서 국민에게 가까이 가려는 시도를 하는 정상들도 많다. 미국 언론은 벌써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8월 10일 매사추세츠 마서스 비니어드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섬은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 미국 대통령들이 애용하는 섬이다. 오바마도 이미 몇차례 가족과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휴가지 모습을 사진 찍어 올렸다는 건 그만큼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대통령은 예전과 달리 이제는 거의 '인기 연예인'비슷한 이미지로 국민에게 어필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시대가 변했다는 거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휴가지를 비밀에 부친다는 건 좀 답답한 '안보행정'으로 보인다.
여름 휴가지에서 가족과 강아지까지 데리고 산책하는 오바마대통령.
남편과 함께한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
<온라인에 보도된 박근혜대통령 휴가관련 기사>
박근혜 대통령 휴가사진 공개, 누리꾼들 "저도가 어디?" 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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