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입는 3천만원대 정장과 5천만원대 코트와 경제민주화
▲ 230수 란스미어 원단 ▲ 란스미어원단으로 만든 3천만원짜리 양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즐겨 입는 3000만원대 국산 초고가 정장이 공개된다고 한다. 이런 온라인 뉴스제목과 기사를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 이른바 멘붕! 양복 한벌이 3천만원이라니... 아무리 돈 많은 이건희회장이라지만 왠지 '위화감이 든다. 그렇다고 '있는 자'를 시샘하는 '없는 자'의 그런 멘붕은 아니라는 걸 미리 밝혀둔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천하의 이건희'라도 3천만원짜리 양복은 좀 심하지 않나하는 소박한 의문이 들었다는 거다.
있는 사람은 있는 만큼 써줘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초보경제학 이론도 있다지만 글쎄, 양복 한벌 해 입는데 3천만원이상 척척 쓰는 이건희회장이 멋있게 보여지긴 커녕 '무개념 인간형'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온라인 뉴스에 보도된 이건희 회장이 입고 있던 멋진 겨울 코트가 한벌에 무려 5천만원대라는 기사를 본 기억도 떠오르면서 '젠틀 건희'에 대한 호감도가 일시에 반감되는 듯한 고약한 기분이 든다. 물론 이런 기분도 그를 시샘하거나 폄하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걸 말해둔다. 이건희정도라면 꼭 그런 식의 초고가 양복을 입지 않더라도 충분히 멋지게 보일텐데 그걸 아마 이회장 본인은 모르는 듯하다.
어쨌거나 이건희 회장이 즐겨입는 이 3000만원대 정장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재인 230수 란스미어(lancemere) 원단이 사용됐다는 거다. 이런 엄청난 고가의 양복이 고용노동부 주최로 5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35차 세계주문양복연맹 총회에서 전시된다고 한다. 호사가들은 한번 쯤 구경가볼만한 듯하다.
230수 란스미어 원단이 뭔가 살펴보니 실내에서 사육한 생후 1년 미만의 양 목덜미에서 추출한 양모로 만든다고 한다. 원단 1g에서 무려 170m의 실을 뽑아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는 거다.
양 1000마리분을 모아야 양복 한 벌을 만들 수 있어 '양모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나 어쩐다나. 양복 1벌 원단 가격만 1500만 원이며 판매가는 300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양 1000마리라는 대목이 좀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갑자기 별 상관도 없는 공포영화 '양들의 침묵'까지 떠올라 으스스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이 원단은 가볍고 부드러우며 탄력이 좋아 이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의 맞춤형 양복제작에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오너들의 양복 한벌 값이 3천만원을 호가한다는 건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하려해도 그리 유쾌한 뉴스는 아닌 것 같다.
좀 억지스럽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이래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이건희회장의 3천만원짜리 양복 한벌과 5천만원짜리 코트 한벌은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의 한 요소로 기록되어질 블랙코미디 같은 우스운 얘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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