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김기춘 신임 청와대비서실장 스토리

스카이뷰2 2013. 8. 5. 12:48

 

 

                                                                                

 

                       

김기춘 신임 청와대비서실장 스토리

 

 

 좀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기춘(75)씨로 경질되었다는 온라인 뉴스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그가 지난 날 했던 '웃기는 어록'이 떠올라서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은 20년전인 1992년 대선 무렵 당시 부산에 내려가 초원복집이라는 식당에서 복국을 먹으면서 불법관권 선거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주로 신문지면에서 요란하게 '사건의 전모'를 다뤘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김기춘씨가 합석했던 사람들에게 "장관이 얼매나 좋은 자린줄 아노"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장관자리'가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얘기를 스스럼 없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정서'가 어떤 상태인지를 가름할 수 있는 '화법'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사건의 세밀한 대화록'은 '도청'덕분에 이뤄졌고 그 이후 정치적 도청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 김기춘의 '장관론'이 회자 되기도 했다. 김기춘씨 본인이야 자신의 과거 발언이 후회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웬만한 사람들에게 이 얘기는 우스갯거리로 두고두고 '안주감'이 되어 왔다. 

 

 김기춘은 또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라든가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고 그게  그대로 도청녹음돼 폭로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우리가 남이가'는 개그 프로의 단골 소재로 차용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기춘 은 당시 부산 경찰청장 박일용에게 "당신들이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 것이고,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라며 지역 경찰총수에게 불법선거운동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무장관까지 지낸 높은 신분의 사람이 아무리 자기네들끼리의 '대책회의'에서라지만 노골적인 지역감정 활용방법을 은밀히 '지시'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나저나 박근혜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리고 최측근 '원로친박'으로도 불리는 김기춘은 억세게 '관운'좋은 할아버지로 그 또래  주변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게 될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요즘 한국 사회에선 40대 중반만 되면 '뒷방신세'를 져야하는데 75세 원로급인사가  '정계복귀'에 성공했으니...그래선지 그와 '친구'라는 박찬종변호사도 종편TV에 나와 '부러움'섞인 어조로 '대통령비서실장 감'이라는 평을 했다. 

 

하지만 1939년생이라면 우리나이로 올해 75세! 대한민국 대통령비서실장을 하기엔 너무 고령의 나이인 듯싶다. 그의 능력과 경륜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걱정스러워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듯하다. 김기춘  본인이야  '의욕'에 넘쳐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75세 나이에 비서, 그것도 일국의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라고 본다.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많아 보이는 인사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원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의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맴버이기도 하다. 7인회 중 한 명인 강창희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초대 국회의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17대 국회의원직을 끝으로 10여년 '백수'로 지내온 김기춘씨도 엄청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김 실장은 ‘미스터 검찰’이란 별명을 가졌던 검찰 ‘공안통’ 출신이다. 검찰 최고직인 검찰총장과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다. 억세게 관운 좋은 사람 중에 속한다고 볼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와도 인연이 깊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4년 공안 검사로 재직할 때는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유신헌법 제정 과정에도 참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말년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워낙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물인 듯하다. 

 

하지만 야당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유신 잔재의 부활'이라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민병두라는  민주당 의원은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건 유신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섬뜩함이 느껴진다"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설마 유신의 부활이야 이뤄지겠는가마는 그런 식으로 '논평'한다는 건 야당의원으로서 그만큼 위기의식이 심해졌다는 말일 거다.

 

민 의원은 "국민이 촛불을 들었을 때 (박 대통령은) 저도에 가서 중앙정보부를 만든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더니"라며 송곳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중앙정보부 파견검사, 유신헌법 초안 작성, '초원복집' 사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위원 등의 전력을 일일이 열거한 뒤, "100% 국민과 통합을 하자는 것인지, 100% 국민을 지배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야당의원이니까 이 정도의 비판은 당연히 할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엄청난 '격무'에 시달릴 대한민국 대통령비서실장의 나이가 무려 75세라는 게 웬지 걱정스럽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