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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간제'→'시간선택제' 일자리 변경제안,용어 바꾸면 생각도 달라져

스카이뷰2 2013. 8. 17. 12:37

朴대통령 '시간제'→'시간선택제' 일자리 변경제안,용어 바꾸면 생각도 달라져

               

 

인천시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박대통령.(연합뉴스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라는 용어가 별로 어감이 좋지 않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안했다는 온라인 뉴스를 보며 눈을 의심했다. 설마해서 보고 또 봤지만 대통령은 틀림없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대통령은 어제 (16일) 인천시 업무보고 자리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는 것과 관련, '시간제 일자리'를 대신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안했다는 거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인천 남동구에 있는 인천광역시청을 방문해 송영길 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간제 일자리라는 것이 좋게 어감에 와 닿지 않는다"며 이 같은 점을 언급했다고 김행이라는 청와대 여성대변인이 전했다고 하니 틀림 없는 사실인 듯하다.

박 대통령은 "예전에는 시간제 일자리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생각이 됐는데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는 것은 자신이 하루종일이 아니더라도 몇 시간 일할 수 있도록 선택하는 것"이라며 "시간 선택제 일자리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괜찮은 것 같죠? 생각이 달라지지 않느냐"고 동의까지 구했다고 한다. 사실 대통령 말씀은 그 말대로라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이상적이다. 하지만 천국과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는 걸 '순수한 우리 대통령'은 아직 모르고 계시는 듯하다. 

 

요 근래 매스컴 보도를 가만 지켜 보면 대통령의 '말씀'은 거의 금과옥조 비슷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그러니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의 '사견'을 말했다가는 큰일이라도 날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시간제'라는 말은 별로다 그러니 '시간 선택제'가 좋지 않나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데 어느 누가 그 앉은 자리에서 감히 "아닌 것 같은데요, 그건 말장난 비슷하게 들릴 소지가 있구요, 요즘 국민들은 너무 영악해서 그렇게 말하면 벌떼처럼 일어날 것 같습니다"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질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표현에서 뭔가 편견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새 출발을 하는 마당에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네이밍(naming)'을 지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시간 선택제'라는 희한한 용어가 등장하게 된 모양이다. 

 

이 '시간선택제'관련 보도가 나가자 인터넷 뉴스 댓글란은 순식간에 온통 '악쓰는 댓글들'로 넘쳐났다. 순식간에 2천개가 넘는 '악플'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인터넷 뉴스를 '손수' 읽으신다는 박대통령이 이런 댓글들을 봤다면 아마 매우 기분이 상하셨을 듯싶다.

 

왜 아니겠는가. 언제나 '바른 생활 소녀'스타일로 매너 있고 착한 심성의 소유자로 보이는 대통령 아닌가 말이다. 더구나 오로지 불철주야로 나랏일에만 애쓰고 있는 데다 어떡하면 국민들을 잘 보살필까만을 생각한다는 양반에게 야박한 네티즌들의 비수같은 악플들은 정말로 그녀의 심기를 엄청 불편하게 만들었을 거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시간제를 시간 선택제라고 해서 소위 말하는 '알바'자리가 금테 두룬 좋은 보직으로 바뀔 수는 없는 거다. 대통령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에 어떤 수요가 있는지 알아봐서 차별받지 않고 자기가 선택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집중하겠다"며 "여성들이 경력 단절의 고통을 겪지 않고 아기를 키우면서도 일과 행복하게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잘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니 그렇게 되리라고 정말 믿고 싶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만만하냐하면 그건 아니라는 게 우리네 상식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전부터 용어를 고민해왔는데 한 기관의 공모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용어가 나와 굉장히 만족해했다"며 "박 대통령은 그 용어가 좋은 만큼 시간선택제 시스템을 권장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처음 공개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좀 걱정스럽다. 어떻게 '선택제'라는 말에 대해 그리도 '굉장히 만족해'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수많은 네티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어떤 네티즌은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까지 들먹이며 대통령의 '철없는 만족'을 걱정하고 있다. 다 아는 얘기지만 조삼모사는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세개 주고 저녁에 네개 주겠다하자 싫다고 난리쳐, 그럼 아침에 네개 주고 저녁에 세개를 주겠다니 좋아라했다는 중국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시간제는 싫고 시간 선택제는 좋다고 생각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과연 시간제를 시간 선택제로 말만 바꿔놓고 금세 무슨 새 세상이 등장할 걸로 믿을 국민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사람들에게 충고해주고 싶다. 이 시간선택제에 관련한 댓글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대통령에게 '등돌린 민심'에 대해 제대로 보고말씀 올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