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KT회장 사임 종용] 조중식 기자
민영화된 공기업 KT엔 정부지분 0%, 개입근거 없어
청와대는 "그런일 없다"지만… 역대정권 CEO人事 개입해와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인사 개입은 KT 등 과거의 대형 공기업들에서 반복해 일어났다. 예를 들어 KT는 공기업으로 있다가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역대 정권은 계속해서 CEO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전임 KT 사장이었던 남중수 전 사장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중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는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회장에 연임됐다.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그런데도 조원동 수석이 최근 제3자를 통해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이 회장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청와대 측은 "조원동 수석이 '그런 사실(이석채 회장에게 조기 사임을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의 해명처럼 청와대나 정부가 KT의 인사에 개입할 근거는 전무하다. 민영화 이후 정부 보유 지분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KT는 국민연금(8.65%)과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외국인(43.9%)이 주요 주주인 순수 민간 기업이다. 회장 선임 절차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 후보를 물색해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이 후보를 최종 선임하도록 돼 있다. 주주들이 CEO 후보를 이사로 선임해야 하므로 지분이 전혀 없는 정부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이 계속 CEO 인사에 개입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관행'이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관계뿐만 아니라 개혁의 방향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을 강조해왔다. 마찬가지로 역대 정부가 민간 기업 CEO 인사에서 되풀이해왔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