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둔 '甲의 횡포'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 국회 예결위원장인 새누리당 이군현(맨 오른쪽)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줄지어 선 방문객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 위). 각계 인사가 보낸 수십 개의 축하 화환도 늘어서 있다(사진 아래). /조선일보 오종찬 기자
이군현 의원이 이번에 낸'동행'이라는 제목의 책.
오늘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예산 심사 코 앞인데 출판기념회 연 국회 예결위원장'이라는 제목아래 어른 손바닥보다 좀 더 큰 크기의 사진과 기사를 보면서 불쾌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대단하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세도가 당당한 줄은 몰랐다.
아마도 오늘 아침 이 기사를 본 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상당히 화가 났을 것이라고 본다. '원칙과 정상'을 좋아하는 박근혜대통령이 야바위꾼들 처럼 '돈 놓고 돈 먹기'비슷한 이런 출판 기념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박대통령의 성품 상 이런 보도를 봤다면 우리네 일반 서민과 비슷하게 화를 냈을 거라고 믿고 싶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새누리당 이군현이라는 의원이 내년도 예산을 심사할 정기국회가 열린 3일 오후 국회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현직 장관 여야 실세 의원등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 동행-감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이라나. '동행'이라는 좋은 단어가 왠지 수상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 자리엔 황교안 법무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한창 바쁠 국무위원들도 '눈도장'을 찍으러 왔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무성·이재오 의원 등과 민주당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도 행사장 앞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아마 그들 역시 '지역구 예산'을 따내기 위한 '임무수행'을 위해 그 자리에 갔을 거다. 420석 규모 행사장이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다녀간 사람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0명은 넘을 거라는 얘기도 나왔다. 물론 그들은 한결같이 '돈봉투'를 챙겨가지고 갔을 것이다. 그게 '핵심'이니까.
책값은 '정가 12000원'이지만 그 자리에 봉투 들고 간 사람 중에 달랑 1만2천원만 넣고 간 '멍청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아마도 최하 10만원은 넣어야 '주최측'을 섭섭하게 만들지 않을 거다. 아니지 '예산'좀 따내려는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겨우 10만원만 넣었다면 그건 화를 자초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름지기
그런' 고위직'들은 최하 30만원은 넣어야 '체면치레'는 할 듯 싶다.물론 그들이 낸 그런 '부조금'들은 모두 우리들이 낸 '국민세금'에서 나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형화환도 화려하게 출판기념회장을 장식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리본이 여봐란 듯 붙어 있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등이 보낸 화환도 80개가 넘었다는 것이다. 이런 '화환들의 운명'은 어찌 될까. 행사가 끝나면 리본은 떼버리고 어디론가 '재활용'을 위해 실려 갔을 것이다. 꽃집 주인들이 '횡재'했다고나 할까. 최소한 그런 대형 화환은 15만원 이상 할 텐데 말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예결위원장은 예산 심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판기념회 '흥행'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는 거다. 예산을 타려는 장관, 공공기관장, 여야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눈도장을 찍으러 알아서 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군현이라는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의 '자리'를 보고 '예물'을 바치러 왔다는 얘기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책값이 든 봉투와 명함을 받는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장관이 출판기념회를 찾아가 의원과 악수하고 방명록에 이름을 쓰더라도 비서가 따로 책값 봉투를 넣고 명함도 남긴다. 그래야 의원들 기억에 잘 남는다"고 전했다. 이런 장면은 '개그 콘서트'에서 활용한다면 '대박'이 날 듯하다. 우습지 않은가 말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주무르는 '권력자'여서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장관과 그 비서 일행이 우르르 명함과 돈봉투 들고 왔다갔다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시라!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는 4일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 5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줄줄이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정기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 2일에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민주당 정호준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달 중 열 예정인 의원도 여러 명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그들 모두는 '정치자금'을 긁어 모으기 위한 '합법적 문화적 수단'으로 책을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한 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상 어떤 규제도 없다는 게 현실이다. 모금 한도도 없고 회계 보고를 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고 한다. 그냥 수완좋은 대로 얼마든지 돈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찬찬스'인 셈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출판기념회는 경조사와 비슷한 성격으로 본다.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제공한다는 구체적인 제보·증거가 없으면 별도로 감시·감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이나 단체가 책을 아무리 많이 사거나 책값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로서는 '갑의 횡포'를 부릴 '굿 찬스'가 아닐 수 없을 거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비롯 각종 '힘있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들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출판기념회라는 '고상한 문화행사'를 때맞춰 열어온 건 대한민국 국회에서그동안 늘 있어 왔던 '관행'이라는 거다. 이거야말로 비정상적인 관행이고 박근혜대통령이 그토록 주장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척결대상'이 바로 국회의원의 이런 '노골적인 모금행사'인 출판 기념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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