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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아프지 않게 거위 깃털 뽑기'로 비유한 청와대 경제수석 망언과 박근혜대통령의 대처

스카이뷰2 2013. 8. 13. 11:40

"국민이 털뽑혀도 찍소리 못하는 거위냐"…조원동 '거위 털' 발언 비판 확산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데 청와대경제수석의 '거위털 뽑기'발언은 타오르는 불길에 휘발유를 끼얹은 꼴이 됐다.   조원동이라는 경제수석은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을 설명하면서  프랑스 루이 14세 당시 재무장관이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말을 인용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마치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이라고 친절한 부연 설명을 갖다 붙인 게 그만 화근이 되고 말았다. '있는 사람만 살맛 나게 하는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사회 불평세력들 뿐 아니라 얌전히 월급 봉투챙기며 겉으로는 '괜찮은 중산층'이라는 대접을 받고 있던 월급쟁이들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났다. 금세 '세금 전쟁'이라도 일어날 판세에 급기야는 세제개편 발표 나흘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가까스로 막은 듯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세제 개편을 둘러싸고 폭발한 성난 민심이 조용히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문제의 '거위털 뽑기'발언은 이제 두고두고 국민의 부아를 돋우면서 '정국의 도화선'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 같다. 그러니 대통령이 자신의 평소스타일과는 달리  '발빠른 대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선 '울고 싶은 데 뺨맞은 격'으로 뽑혀진 거위의 깃털을 재빨리 움켜쥐고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일제 공격에 나섰다.

 

'거위 깃털'하나로 온 세상이 흔들린 꼴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청와대 경제수석이라는 사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을 제깐에는 뭐 대단한 비유라도 되는 양 '거위털 아프지 않게 뽑기'를 들먹임으로써 화를 자초한 셈이다. 식자우환이라고나 해야할까. 아는게 병이라고나 해야할까.

 

민주당의 부대변인은 “국민은 거위 털을 뽑는다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국민이 거위인가. 청와대는 털 뽑힌 거위들의 심정을 아는가, 청와대와 조 수석은 혹시 지금이 절대왕정 시절 중상주의가 판을 치는 때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쏘아 붙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세금을 놓고 이런 무감각ㆍ무책임한 말을 늘어놓는 경제수석을 당장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대변인까지  브리핑에 나섰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루이 14세의 재상이었던 콜베르의 말을 인용했는데 콜베르의 원문은 읽어보면 좀 끔찍하다. ‘거위의 깃털을 최소의 소리를 내면서 최대로 뜯어내는 것이 세금의 예술이다’라는 것이다. 절대군주였던 태양왕 루이14세 때 들먹이던 논리를 21세기 대한민국 청와대가 가지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지금 박 대통령은 이 나라의 여왕이고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깃털 뽑혀도 찍소리 못하는 거위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격한 브리핑을 했다.   

“대기업과 수퍼부자의 솜털도 건들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깃털을 뽑아 그 비명을 듣고도 아무런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논리가 해괴하기 그지없다. 털 뽑히는 거위의 비명은 관심 없는 포악한 정치에 그저 분노스러울 뿐”이라는 것이다.

 

야당이 이렇게 강성 브리핑을 내놓으며 '민심'을 선동하자 여당도 '민심'만큼은 놓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라는 걸 인식했는지 청와대와 대통령을 향해 볼멘 소리를 내놓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위 소재'의 멘트가 나왔다.  “‘거위의 털’을 뽑는다고 하다가 ‘거위의 꿈’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세금이 늘어난 것이 증세이지 무엇이 증세가 아닌가. 세목·세율을 손대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라는 말장난을 하니 국민이 더 열 받는 것 아닌가”라고 경제수석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친박계인 한 의원도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 근로소득자 대부분은 선거 때 마다 정치적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계층으로, ‘증세는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그 분들에게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는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해명을 시도했지만 의도와 달리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민심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수석을 청와대에서 내보내라는 '문책'을 요구한 민주당 주장이 아니더라도 이런 고위공무원은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나마 엊그제 수석비서관 인사가 있었으니 박근혜대통령 성격상 문제의 경제수석을 금세 내쫓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대통령으로 하여금 '원점 검토'지시라는 대국민 사과성 발언을 하게 한 것만으로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에 곧바로 경질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뭐하던 인물이기에 이런 철없는 발언을 말이라고 했나 싶어 검색해보니 경기고 서울대에 옥스퍼드대 박사라는 '엘리트 코스'만 거친 일견 매우 똘똘한 관료다. 그런데 이렇게 한심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건 그런 류의 관료들이 평소 어떤 마인드로 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안은 박근혜대통령이 인수위시절부터 지금까지 무려 7개월간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니 박근혜정부로서도 국민을 향해 더 이상 할 말은 없을 듯 싶다.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했기에 발표 후 불과 나흘만에 대통령이 직접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게 했단 말인가. 또 대통령은 그 아랫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일을 망칠 때까지 왜 가만 있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전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의 역사는 피의 역사, 혁명의 역사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이나 프랑스 시민혁명 미국 독립전쟁등도 모두 '세금'을 둘러싼 국민저항이 시발점이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쳐 그 자리까지 간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기획재정부 부총리나 고위급 관료들은 무슨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편'이랍시고 국민의 부아를 돋우는 말이나 하고 정작 더 걷어야 할 분야에 대해선 손도 안댔다는 '혹평'을 받는 다는 것만해도 그 관료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