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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올드보이' 참모들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

스카이뷰2 2013. 8. 12. 00:07

 

 

                                                          

 

 

1976년 12월 고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나란히 한국방송공사의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다. 1974년 어머니를 흉탄에 여읜 뒤 22세부터 국정을 경험한 박 대통령은 자신보다 한참 연배가 높은 참모진의 보좌를 받은 경험이 많다. 왼쪽부터 당시 김성진 문공부 장관, 이철승 신민당 대표, 정일권 국회의장, 박정희 박근혜 부녀, 민복기 대법원장. 동아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이 '올드보이' 참모들을 선호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은 모친인 육영수여사가 서거한 1974년, 22세무렵부터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수행해왔다. 

그렇기에 삼촌뻘, 오빠뻘 되는 ‘고령 참모들’과 일하는 것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1939년 11월 25일생으로 74세다. 1952년생인 박근혜 대통령보다 열세 살 위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의원은 1940년생, 홍사덕 전의원도 1942년생이다.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938년생,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945년생, 정홍원 국무총리는 1944년생이다. 대통령보다 적게는 7년 많게는 14년 위다. 현재 청와대 진용만 봐도 김 실장을 비롯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65), 박흥렬 경호실장(64) 둘 다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고 수석들의 연령도 과거 정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원로들의 세상’ ‘원로가 대접받는 정부’라고 할 만하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고령 참모들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이유를 그의 삶의 여정에서 찾는다. 10세부터 청와대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22세에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청와대 시절 내내 자신보다 스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이들의 보필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늘 나이 많은 이들의 보좌를 받아왔으니 고령 참모에 대한 부담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근저에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삶의 역정 탓이 크다고 동아일보가 10일 보도했다

그녀는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1년 반 만에 당 부총재가 됐고 5년 반 만에 대표가 되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됐을 당시 52세. 당 대표를 맡은 이후 줄곧 60대 이상의 3선 이상 중진들과 함께 당을 이끌었다.  2006년 여름 김기춘 현비서실장이 휴가여행을 제안했을 때 동행자로 직접 꼽은 박희태(1938년생), 맹형규 (1946년생) 모두  훨씬 연상이었지만  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을 정도로 '연상 취향'을 보여왔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고령 참모들이 젊은 참모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을 더 깍듯이 모실 것이라고 추측한다.  황 교수는 “이들에겐 나라 잃은 공주가 나라를 되찾아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6일 민주당에 5자회담을 제안하면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며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고 ‘윗분’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심리의 발현이라는 해석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70세가 넘는 참모들은 ‘과거’의 인물로 느껴지지만 박 대통령에겐 여전히 ‘현재’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는 해석도 있다. 한 참모는 “김기춘 실장의 경우 적지 않은 국민들이 노태우 정부 시절 인물로 여기지만 박 대통령으로선 그동안 늘 같이 일해온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과거의 인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배신을 당했던 경험이 검증된 고령 참모를 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특히 사실상 유배 생활을 했던 1980년대 경험이 컸을 것”이라고 전한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1979년 아버지를 잃고 청와대에서 나온 뒤 1980년대 인간적인 배신감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서전에서 회고하고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우리 삼남매는 부모님의 기일을 포함한 어떤 공식적인 행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 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고 썼다. 그때 그나마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사람들이 고 남덕우 전 국무총리,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등 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이다. 

 “배신을 경험해 본 사람은 심리적으로 항상 경계하고 방어하는 것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나이든 사람 중에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3남매의 장녀로 정치적으로 힘든 시절 ‘소녀가장’ 역할을 해 오면서 나이가 어린 참모를 좀 어리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주변이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는 이들도 대부분 30대 시절부터 같이 일해 온 만큼 박 대통령에게는 아랫사람으로서 ‘실무진’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이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성향이 있다. 묵묵히 일하는 참모를 쓰다보니 정치인보다 관료, 법조인, 군인 출신을 선호하고 정치적 욕심이 적고 경륜이 쌓인 사람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원희룡, 박진 전 의원과 같이 젊은 전직 의원들도 검토선상에 올랐으나 이들은 자기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62세 외교관 출신으로 정계 나들이라곤 전혀 하지 않았던 박준우를  정무수석으로 임명하게 된 배경이다.

고령의 수석들을 포진시킨 이유는 이들이 사실상 공직을 마무리해 장관이나 후임 자리에 대한 욕심이 적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돌출행동으로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를 청와대에서 성장해오면서 종종 봐왔을 것이기에 '자기정치'를 하고자 하는 인물은 사전에 차단했다는 얘기도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75세 고령 정치인으로 임명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그런만큼 이번 박대통령의 청와대 인사는 매스컴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에 대한 분석기사나 비판조의 칼럼도 여러 군데서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아버지시대'인물들을 기용함으로써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런 류(流)의 인사는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장단점이  각각 있는 인사스타일이지만 아직은 관망하는 편이 좋을 듯 싶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선택'을 일단은 존중해줘야 할 것 같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