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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안철수 출연 '무릎팍 도사' 징계

스카이뷰2 2013. 8. 23. 10:21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편' 갈무리(MBC 제공). © News1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당시 안철수.

 

4년 전 안철수 출연 '무릎팍 도사' 징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2일 안철수 의원이 2009년에 출연한 MBC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대해 "방송사가 영향력이 큰 공인의 발언 진위를 확인하는 데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권고' 처분을 내렸다는 아침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며 만시지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오늘의 안철수'는 4년전 MBC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가 일등공신이다. 이 프로에 출연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매력있는 천재'역할을 해내면서 안철수는  일약 '신인 정치스타'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에서도 '안철수 신화'는 무릎팍도사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했겠는가 말이다. 출연당시 40대 후반인 그가 '룸살롱이 뭐하는 곳이냐'고 되묻는 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함으로써 '착한 국민들'은 저 정도면 믿을 만하다는 '환상'을 가졌을 지도 모르겠다.

 

당시 '안철수 신드롬'은 굉장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가 말하는 '안철수의 일상'은 우리네 평범한 시민들에겐 너무도 낯설면서도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밤새 '컴퓨터 백신 연구'에 몰두하다가 새벽을 맞아 그 길로 가족들도 몰래 군 입대 열차를 탔다는 데 이런 '신화'가 세상에 또 어디있겠는가.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게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의 아내의 고백으로 들통이 났지만 말이다. 

 

 가뜩이나 인기 높은 예능 프로그램인데다 그 프로 사상 그때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의학박사 출신 컴퓨터 과학자라는 '신선한 인물'이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천재적 라이프스토리'를 털어 놓으니 그걸 보고 그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만큼 그 프로에서 안철수의 '연기력'은 뛰어났다. 그 날 이후 안철수의 지지율은 다 알다시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리고 4년이 흐른 오늘 드디어 '안철수식 거짓말'은 국가기관에 의해 권고처분을 받은 거다. 하지만 그동안 '안철수 신화'는 초중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익한 스토리'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해왔으니 이 일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다. 

이런 '안철수의 시련'은 변희재라는 '젊은 보수일꾼'이  방통심의위에 '안철수 거짓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안철수 입장에 서 볼 때는 이런 예리한 시청자는 아주 골치 아픈 존재일 것이다.

웬만큼 무던한 시청자들이라면 방송에 나와 거짓말을 했다손치더라도 '공식 민원'까지 접수시키고 끝내 '안철수 신화'에 금이 가는 판정을 공식적으로 받게끔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2009년 당시 카이스트 석좌교수였던 안철수는 무릎팍도사 프로에 출연해 △입대 당시 가족들에게 이야기도 안 했다 △본인 소유 주식을 직원들에게 무상 분배한 것에 대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얼굴이 나오지 않는 조건으로 응했다 △더 의미가 크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어서 백신개발자 길을 직업으로 선택했다는 주장 △IMF 외환위기 당시 미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받은 1000만달러 투자제의를 거부했다는 발언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무릎팍도사' 해당편을 심의한 것이다.

 

이번 방통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비록 '경징계'처분이긴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로선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셈이다. 아마 4년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할 때 안철수는 설마 이런 '사태'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아온 '도련님 스타일'의 안철수로선 상당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측은 "가족에게 군대 가는 것도 이야기 안 했다는 부분은 대화 중에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강호동이 '정말 안 알렸느냐'고 물었을 때 '가족이 알았겠죠'라고 말했다"며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생뚱 맞은 변명인지 모르겠다. 안철수의 아내가 분명히 함께 서울역에 갔다고 말했는데 이제와서 '가족이 알았겠죠'라는 식으로 발뺌한다는 건 아직도 '반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심의위원회의 제재에 대해서는 "방송에 대한 제재이므로 별다른 대책을 세우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니 안철수식 말재주, 참 대단해 보인다.

 

소위 '새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사소한 사안에서부터 거짓말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어떻게 새정치 운운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62년생인 안철수의원은 나이로는 아직 '젊은축'이지만 그가 지난 4년간 해온 온갖 정치적 언행은 '구 정치'스러웠다는 게 중론이다. 

 

'무릎팍도사'라는 한때 잘나가던  tv예능프로그램 덕분에 '새정치의 기수'역을 운 좋게 자임했던 안철수의원은 이번 방통위 심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과대포장해 국민 앞에 '신상품'인양 내놓는다는 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말잔치에 휘둘릴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