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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 앵커 손석희, 뉴스 진행 의외로 괜찮네

스카이뷰2 2013. 9. 23. 10:32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가 직접 선곡한 엔딩곡도 화제

              


 

 

손석희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니 '좀 까다로운 시청자'였던 내 눈이 달라진 건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내가 갖고 있던 손석희에 대한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나 할까. 얼마전까지만해도 손석희하면 어딘지 좀 뺀들거리는 얌체스런 이미지가 떠올랐었는데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손석희는 많이 부드러워졌고 다정한 스타일로 변한 듯하다.

 

지난 주 월요일(16일)부터 시작한  JTBC ‘뉴스9’의 단독 앵커를 맡고 있는 손석희의 등장으로 뉴스 보는 '맛'이 거의 재밌는 드라마를 볼때와 비슷해졌다.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소식을 정성껏 식탁을 차려내듯 깔끔하고 시원한 화면을 곁들여 보도하는 것도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손석희가 새로 진행하고 있는 JTBC ‘뉴스9’는 적어도 우리 집 마루에선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간대의 KBS뉴스는 아예 시청권역에서 사라졌다.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손석희의 뉴스 진행방식은 그동안 수박겉핥기식으로 진행하는 것 같던 지상파 뉴스에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일단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관련 인물을 초대해 매우 꼬치꼬치 물어보는 방식이 돋보인다. '초대받은 손님'이 거의 질릴 정도로 물어본다. 뉴스 시간인데도 인터뷰가 다른 방송의 뉴스보다 세 배쯤 길다. 그런데도 별로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재밌다. 지난 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했을 때 나온 그 유명한 해양수산부 장관 윤진숙인터뷰가 바로 그런 예다.

 

청문회때만큼은 아니지만 윤진숙은 손석희의 예리한 질문에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말미에는 "과연 국민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 지모르겠습니다"라는 말로 윤장관의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청문회장의 국회의원들처럼 무례하진 않았지만 그녀에겐 그게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내내 손석희는 '장관님'혹은 '장관'이라는 직책호칭을 전혀 쓰지 않았던 것도 재밌는 대목이었다. 다른 날 초대된 인터뷰 대상자에겐 그들의 '직함'을 꼬박 붙였던 걸 보면 다소 의외지만 그런 게 '무언의 질책'처럼 들렸다.

 

몇 년 전 손석희는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나온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그의 특기인 '꼬치꼬치 캐묻기'로 몰아세운 적이 있다. 그 때 박대표가 말한 "지금 저랑 싸우시자는 거예요"라는 반문은 지금도 정치에 관심있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 명대사로 꼽힌다. 아마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멀어졌을 것 같다.

 

꼭 그런 이유에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박근혜 정부 인사스타일'에 대한 손석희의 심층 보도는 박대통령이나 청와대 측에선 매우 불편해했을 법하다. 다른 방송사 뉴스와는 달리 그야말로 '돌직구 보도 스타일'로 보도한 손석희를 보면서 '믿을 만한 앵커'라는 인상을 받은 사람들도 적잖을 것 같다. 하지만 일종의 삼성그룹 계열사라고도 할 수 있는 JTBC의 속성상 과연 손석희가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 관련한 뉴스에서도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5일 정도 지켜본 '손석희의 뉴스9'에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 '왕년의 손석희'는 좀 깐족대고 반지르르한 얄미운 스타일이었는데 58세라는 나이 덕분인지 그는 좀 부드러워졌고, 약자에겐 약하고 강자에겐 강한 듯한 좋은 분위기를 갖춘 듯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를 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뉴스 마무리할 때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손석희를 보면 다른 방송사 뉴스 앵커들과는 다른 '진정성'같은 게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또 다른 방송사와는 달리 첫날 방송부터 뉴스 엔딩 곡으로 흘러 나온 밥딜런의 팝송도 새로운 시도로 일단은 '손석희 뉴스'의 매력 포인트로 점수를 주고 싶다.     

  

 미국에서도 '저항적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해온 밥 딜런의 노래들은 가사도 꽤나 의미 심장하다. 첫날 나온  ‘더 타임즈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들으면서 손석희와는 일면식도 없는 평범한 시청자지만 그가 꽤' 댄디보이'스타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뉴스에 따르면 이 뉴스 엔딩 곡은 손석희가 직접 선곡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뉴스현장의 분위기에 맞춰 팝송을 선곡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텐데 그만큼 '노력하는 앵커'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오늘 또 월요일이다. 우리집에선 오늘도 밤 9시 뉴스는 KBS대신 JTBC에 채널을 맞추고 손석희의 뉴스 진행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