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박근혜 대통령 앞에 쌓인 인사 과제 -'수첩인사들' 속속 낙마

스카이뷰2 2013. 9. 12. 12:31

 

위의 인사들은 모두 '대통령 수첩'에서 발탁했다가

낙마한 케이스다.(조인스닷컴 그림자료) 

 

 

 화려한 패션 모델 데뷔를 정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는 일단 막을 내렸다. 어제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는 골치 아픈 인사에 관한 과제가 쌓이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40여일째 길거리 투쟁중인 야당과 9일째 시청앞에서 노숙투쟁 중인 그 당의 대표는 계속 청와대를 향해 째려보고 있는 중이다. 나랏일이 패션처럼 마음대로 되는 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영 만만치 않다보니 대한민국 건국 후 최초 여성대통령의 시름은 깊어만 갈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나 이 '인사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인수위시절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창중을 대변인에 앉힌 이후 시작된 '대통령과 인사문제의 악연'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오늘아침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딱하다. 학자출신의 감사원장이 돌연 사표를 던지면서 '외풍'을 견디기 어려웠다는 호소를 한 것도 대통령에겐 따끔한 일침이었을 듯싶다.

 

청문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감사원장에 누구를 임명해야할지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깊을 것같다. 항간에선 안대희 전 대법관이 유력하다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대선기간 중 '항명'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 대통령으로선 쉽게 임명할 수 있는 인물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알려진대로 안대희는 대법관 퇴임 이후 한달도 안 돼 박근혜캠프로 가면서 시선을 끌었고, 항간에선 '차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말까지 나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대선 기간 중 민주당 출신 한광옥을 국민대통합위원장 자리에 앉히려는 후보자에게 "나를 택하든지 그를 택하든지 하라"는 당돌한 항의로 후보자를 '곤경'에 빠뜨리게 한 건 대통령이 된 지금에도 잊어버릴 수 없는 사안일 것이다. 그러니 섣불리 감사원장 자리에 임명하지는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자기정치'를 하려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는 대통령이고 보니 안대희류의 '야망 있는 인간형'은 낙점받기 어려울 듯하다. 

 

박정희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됐던 박종길의 사퇴도 대통령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다. 그 스스로 “(사격) 선수로 뛸 때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예뻐해 주셨다”고 말할 정도로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니 어쩌면 대통령이 가장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현직 차관이라는 사람이 '공문서 위조'죄를 범했다는 건 '대통령의 수첩'인사출신이라는 '영광'을 일거에 밟아버린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라고 본다. 야당으로선 이런 '호재'를 가만 지켜볼 리 없다.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지난 3월 차관으로 임명할 당시 청와대가 박 차관에 대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던 일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공문서 위조가 국정철학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야 그런 사람이 차관으로 임명됐는지조차 모르고 있겠지만 야당으로선 정치적 공격을 위해 다소 과장법을 쓴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가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박대통령의'실패한 인사'를 곰곰 살펴보면 거의 언제나 인선된 당사자들이 엄청 치켜졌다가 낙마하는 경우를 그동안 워낙 많이 봐왔기에 더 그런 거 같다.  

 

지금도 눈에 선하지만 인수위 시절 대통령내정자가 몸소 인사발표를 하면서 이렇게 훌륭한 분이 또 없다는 식으로 발표했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후보자는 온갖 잡음이 불거져 불과 이틀만에 스스로 '용퇴의 길'을 택하고 말았다. 총리 후보자는 위장전입 등 일상의 잡음 뿐 아니라 76세라는 고령에다 소아마비 탓으로 운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세종시와 서울특별시를 왔다갔다해야하는 '체력'이 있느냐에 의구심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던 인사였다. 

 

청문회 과정에서 더 이상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은 전력'들이 새록새록 튀어나왔던 국방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확정도 되기 전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면서 여봐란 듯 감싸고 돌던 대통령의 모습도 기억난다.  손자병법을 삼백번이나 읽었다던 그 장관후보자는 '아버지 대통령'시절 육사수석졸업생이라는 '귀한 인연'탓에 국방장관 자리에 거의 앉을 뻔 했지만 결국 낙마했다.  

 

지금은 '창조경제'라는 단어마저 슬그머니 사라지려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그 이름도 거창한 새로운 부서를 만들고 초대 장관으로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재미동포출신 벤처사업가 김종훈을 앉히려고 했던 것도 '대통령 인사 실패'라는 점에서 볼 땐 빼 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그때도 대통령은 그 사람이 아니면 '창조경제'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투로 말했던 거 같다. 어쨌든 그 역시 이러저러한 이유로 낙마의 선봉장이 되고 말았다.

 

그 밖에도 중소기업청장으로 임명했던 기업인 황철주나  노래방 성추문 사건으로 졸지에 파렴치한이 되어 물러난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집안에 외제차만 몇 대가 있다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한만수 등등 '인사 사고문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야당에선 "밀봉인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인사사고가 반복될 수 있느냐”고 다구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야당도 여당 시절 그리 잘한 건 없는 주제이고 보면 대통령을 향해 따질 자격도 별로 없어 보인다.

 

어쩌면 박대통령은 '인사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일들이 '트라우마'가 돼 '인사 알레르기'반응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 반대로 국민들이 자신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뭘 잘 몰라서 오해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인사처럼 쉬운 일이 어딨냐, 인사는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갖다 앉히면 되는 거"라는 명언을 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아버지와의 인연'이나 '정실'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인 안목으로 낙점한다면 그동안 있어왔던 '인사실패'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대통령에게 인사문제에 관해 너무 심려하지 마시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고집있고 돌출적인(창의적인) 행동을 잘하는 걸로 알려진 B형 스타일처럼 B형인 박근혜 대통령도 차라리 모든 걸 확 내려놓고 과감하고 통큰 정치스타일을 보여준다면 대통령 본인은 물론 국민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까지 되었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이 한 몸 바쳐 나라만 잘 된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어렵겠지만 청와대에서 코 앞인 서울 시청앞 광장을 전격 방문해 노숙투쟁중인 야당과 그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고 이제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일합시다라고 말하는 '파격적 정치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아마도 박대통령의 지지율은 90%를 넘길지도 모른다는 철없는 상상도 해본다. (어디까지나 SF적인 공상이다^^*)

 

*PS 우리 블로그에서 '대통령의 파격적 통큰 정치'를 바란다는 이 글을 쓴 두 시간 후, 오후 2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16일쯤 전격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외교 성과를 보고한 뒤 '열린 주제'하에 여야 대표와 함께 3자회담을 열겠다는 발표를 했다. 아마 추석무렵,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올라갈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