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을 보는 시각-한가하게 검찰총장이 민간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이나 제기하고....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박대통령.(다음-연합뉴스 사진)
어제 국회로 '행차'한 박근혜대통령의 심기는 몹시 상했을 것 같다. 민주당 김한길대표가 회담 시작 발언에서 대통령을 앉혀놓고 준비해간 자료를 무려 7분간이나 낭독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대통령이 편치 않은 기분이었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종편 TV에서 '1분후에 돌아오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내보내는 광고가 얼마나 길게 느껴진다는 걸 아는 시청자라면 김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7분씩이나 '지루한 문장'을 읽어내려갔다는 게 얼마나 대통령을 화나게 했을 거라는 걸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가 '감히' 대통령의 '허락'도 받지 않고 7분씩이나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소리를 듣게 한단 말인가. 회담장에 참석한 사람들에 의하면 대통령의 표정이 몹시 굳어졌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그래선지 오늘 아침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은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민주당을 비난했다고 한다. TV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목소리는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매우 엄격하고 화가난 것처럼 들렸다. 야당이 계속 장외투쟁을 한다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거라는 경고메시지까지 날렸다. 아마 그 뉴스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온화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독신 여성대통령의 화난 목소리에 엄청 놀랐을 법하다.
어쩌면 대통령은 어젯밤 청와대에서 홀로 밤을 보내면서 낮에 일어났던 야당대표의 7분 낭독을 비롯한 '강한 푸시'에 대해 불쾌감을 삭이지 못했나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만만치 않은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이런 '강공 드라이브'에 가만 있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귀성객 환송에 나선 김한길대표는 "박대통령이야말로 지지율에 도취돼 독선과 불통을 고집하면 그 지지율은 물거품이 될 것'이며'국민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해 또다시 대통령의 부아를 돋우고 나섰다. 김대표입장에선 들은 만큼 고스란히 되돌려 준 셈이다.
문득 B형인 박 대통령을 '압도하려는' O형 김한길의 '뚝심'이 제대로 맞붙은 모양새 같다. '혈액형 법칙'에 따르자면 O형은 B형을 이긴다고 한다. 그러니 김한길이 대통령 앞에서 그리도 거리낌 없이 '무례한 발언'들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여의도 국회로 대한민국 매스컴이 총 출동한 것 같은 요란한 어제 '3자 회담'은 결실 없이 결렬됐다지만 몇몇 대목에서 박대통령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본다. '청와대 기획 낙마설'보도가 잇달아 나오면서 과연 대통령은 '채동욱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 퍽 궁금했다. 물론 홍보수석이 이러저러한 해명성 발언을 했다지만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말한 건 꽤 의미를 둘 만한 듯하다. '국정의 총책임자'인 만큼 대통령의 직접 멘트야말로 중요한 키워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3자 회담' 석상에서 대통령이 채동욱 총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발언이 나와 대통령이 얼마나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대통령은 김대표와 '언쟁'비슷하게 주고 받은 대담 도중에 채동욱 총장을 지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가하게 검찰총장이 민간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이나 제기하면서 그 판결이나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나 안이했다."
1시간 32분 간 진행된 회담 도중 어쩌면 바로 이 대목이 이번 '채동욱 사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채총장을 얼마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지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아직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진 않았다. '진상규명'이 되기 전까지는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들 중 채총장을 '동정'하는 측에선 '채총장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대통령이 이렇게 '단호한 결심'을 한 이상 채총장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질 운명인 듯하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질타'를 무슨 수로 견뎌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최고 권력자의 '눈밖'에 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설령 이번 사태의 '진실규명'이 채총장에게 유리하게 나온다하더라도 검찰총장이라는 그 '대단한 직(職)'을 유지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이래저래 채총장에겐 가혹한 '형벌의 시간'을 견뎌내야하는 쓰디쓴 인내의 시절이 닥친 것 같다.
*아래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채총장 관련 부분'대담을 소개합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채동욱 총장을 압박해서 사퇴시키려 했다는 주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김 대표=채 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몰아내기, 이 부분에 대해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 관계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 대통령=지금 법무장관이 한 것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채 총장이 언론으로부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그 의혹들을 밝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법무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고, 진실을 밝히자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다. 채 총장의 의혹으로 검찰의 신뢰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여론이 난리가 난 상황에서 법무장관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으냐.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서 채 총장도 보호받을 것은 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입법조치가 돼야 할 것은 돼야 하고, 검찰의 조직을 안정시키고 검찰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 대통령=그것 역시 완전한 사실무근이다. 이 일은 무엇보다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채동욱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래서 진실여부,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전문가인 검찰 집단이 왜 술렁이고 반발하겠는가.
▶박 대통령=공직자는 오로지 청렴하고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 사정기관의 총수라고 할 수 있는 검찰총장의 경우에는 더더욱 이런 사생활과 관련된,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 스스로 해명하고 그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 그래서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였다. 참고로 삼성떡값뇌물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본인이 먼저 나서서 감찰을 요구하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감찰본부가 발족됐고 그 감찰본부에서 모든 진실을 밝혀낸 결과 임채진 총장 떡값수수의혹이 사실이 아닌 걸로 판명됐기 때문에 계속해서 검찰총장 직무 수행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을 채 총장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가하게 검찰총장이 민간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이나 제기하면서 그 판결이나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나 안이했다. 검찰에 근무하시는 일반 검사님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소문 에 불과한데 모든 고위공직자를 이렇게 할 순 없다. 진실을 가리려는 의도가 아니냐,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박 대통령=그런 소문이 파다한데 어떻게 중요한 자리 앉은 사람을 그대로 놔둘 수 있나. 채 총장 사건이 터진 뒤에 국가와 사회가 난리가 난 상황이고 모든 여론이 채 총장의 의혹 관련한 진실에 집중되고 있을 때, 채 총장이 그 의혹을 해명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셨어야 되는데 그러지 않은 점, 그래서 의혹이 더 커진 점이 안타깝다. 결국 채동욱 사건의 본질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그 진실이 밝혀지면 모든 것은 안정될 것이다.
▶김 대표=이 사건에 대해선 진실 규명이 두 가지 있을 수 있다. 채 총장에게 혼외자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를 대통령은 진실규명이라 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관심 없다. 이제까지 없었던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로 미묘한 시기에 검찰총장을 몰아낸 것에 대한 진실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권력기관인 최고사정기관인 검찰총장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오히려 야당이 먼저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도리 아니겠는가. 이런 마당에 야당에서 배후 운운하고 나서는 것은 완전한 정치공세다. 근거 없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청와대가 뒤에서 감찰을 지시한 것 아닌가, 채동욱 총장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정략적인 정치선전에 불과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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