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허풍쟁이 스타일'인 클린턴 전대통령이 '허풍의 진수'를 보여줘 화제다. 클린턴 본인이야 '진심'이었겠지만 듣는이들은 '딸바보'에 '마누라 자랑'만 하는 팔불출 영감탱이로만 보인다는 걸 명석한 클린턴은 알른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5일 밤(현지시간) 방영된 CNN ‘피어스 모건 라이브’에 출연, “힐러리와 첼시 중에서 대통령으로 누가 더 낫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당장은 경험이 더 많은 아내가 낫다고 보지만, 길게 본다면 첼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문에 현답이었다고나할지 아니면 우문에 우답이었다고나 해야할지...어쨌든 이쯤되면 '패밀리 로맨스'의 중증 경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클린턴은 '와이프와 딸자식'자랑을 양수겸장의 교묘한 솜씨로 보여준 것만으론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한 술 더 뜬 딸자랑으로 '딸바보 종결자 아빠'로 등극했다. 클린턴이 “첼시는 모든 일에 있어 우리 부부가 아는 것 이상을 안다”며 “첼시와 대화하면 매일 학교에 다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는 거다. 이 보도를 보면서 미국에서 8년간 대통령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은 역시 말도 잘한다는 느낌이 든다. 정치야 원래 '말자랑'이 기본이니 이 정도는 기본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마 한국에서 어떤 정치인이 있어 이런 류의 발언을 했다면 극성스런 야당과 네티즌들의 '융단폭격'을 받았을 텐데 미국 사람들은 순해서 그런지 별로 '안티 반응'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워낙 나라가 대국이라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가족이 모두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한다는 기적같은 이야기는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하다. 8년간 퍼스트레이디 직을 무난히 소화했고 오바마와 경쟁하며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에서 4년간 국무장관직을 솜씨있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6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차기'는 따논 당상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대통령 아빠와 대통령 후보 엄마 밑에서 성장한 외동딸 첼시는 미국 명문 스탠퍼드· 컬럼비아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 등에서 공부한 재원으로 다국적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NBC 방송 등에서 일했다. 클린턴이 '딸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할만도 한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다. 일단 '기본적 지식'습득은 많이 했으리라 본다.
첼시는 스스로도 '숨겨놓은 야망'을 슬쩍슬쩍 드러내는 재주도 겸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아버지가 퇴임 후 세운 클린턴재단에서 아프리카 관련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대통령 패밀리'로서 '대통령 수업'을 은연중 받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클린턴 부부는 첼시에게 '정치과외'를 눈에 띄게 해주고 있다는 평도 받고 있다.
힐러리는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환경관련 세미나에서 강연을 한 뒤 첼시를 연단에 올라오게 한뒤 예정에 없던 '발언기회'까지 주면서 '딸 자랑'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첼시가 언젠가 부모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첼시에겐 아직은 '부모 후광만 있고 본인이 보여준 게 없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미디어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첼시가 똑똑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에겐 빌과 힐러리와 같은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한다. 왜 아니겠는가. 클린턴이나 힐러리는 그야말로 '적수공권의 자수성가'로 미국의 최정상에 오른 저력이 있지만 첼시는 '좋은 부모'둔 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공주출신'이라는 '출신 성분이 핸디캡으로 작용중이다.
만약 클린턴과 힐러리에 이어 첼시까지 온 가족이 대통령이 되는 '소설같은'일이 일어난다면 클린턴 일족은역사상 전례 없는 '대업'을 이루면서 기존의 미국 최고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과 부시 가문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글쎄 '대통령 자리'야 하늘의 허락이 있어야 오를 수 있는 '특수직'이기에 지금으로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현재 '차기 대선 후보'중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과 '야망의 대통령 부부'아래서 자라온 첼시가 '신의 가호'만 있다면 대통령이 되는 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야망넘치는 '클린턴 패밀리'는 어쩌면 '박근혜 벤치마킹'을 은연중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온가족 대통령 등극'이라는 진귀한 기록이 미국처럼 '열린 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