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진영 장관 항명 사태' 박근혜- 진영,고집센 B형끼리의 기싸움?

스카이뷰2 2013. 9. 30. 12:51

진영 'e메일 사퇴' 파동 … 반려는 했지만 불쾌한 청와대

        

 

 

 27일 사표가 반려된 진영 장관이 전날 국무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진영 항명(抗命)파동’겪고 있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매우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선지 오늘 청와대 수석회의 석상에 나온 박대통령의 얼굴엔 수심이 잔뜩 서려 있어 보였다. 어쩌면 ‘믿었던 님’에게 배신당한 ‘실연의 아픔’ 보다 더 가슴아프게 대통령의 마음은 아플 것이라고 본다. 최고 권력자의 ‘쓰라린 심정’을 일개인의 ‘연애사’와 비교하는 건 대통령에게 큰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박 대통령과 그가 총애하던 부하들의 ‘배신극’을 보면 일반 여염의 연애사와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진영이 누구인가. '친박(親朴) → 탈박(脫朴) → 복박(復朴) →도박(逃朴,도망친 박) 애증 얽힌 9년'이라는 보도처럼 그는 박대통령을 '진심'으로 위하는 듯해 보이진 않는다는 여론이 당내에서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하지만 당내의 적잖은 사람들이 저 사람은 아니라고 할 때마다 그를 감쌌던 사람은 바로 박근혜대통령이다. 판사출신 초선의원을 한나라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에 앉혔고, ‘탈박’도 모자라 ‘친이계’에 가까웠던 진영을 다시 받아준 것도 대통령 본인이다.

 

진영이 당 정책위의장에 도전할 때 투표 하루 전날 그의 지역구인 용산구에 달려가 봉사활동을 펼쳐 ‘박심(朴心)’이 어디 있다는 걸 ‘귀엽고 순진하게’ 보여 줄 정도로 대통령은 그를 아꼈다. 그러니 이제 와서 저렇게 ‘멋대로 몽니’를 부리는 그를 보며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게 된 그 심정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하지만 한켠에선 대통령이 왜 그토록 아끼던 진영을 막판에 외면했는지, 행여 청와대의 '인간 벽'에 막혀서 벌써부터 소통이 어려운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쨌거나 박대통령의 심성은 ‘순정파’에 가까운 듯하다. 아니 '단언컨대 오리지날 순정파’다. 누가 뭐래도 자기가 믿으면 그야말로 하늘이 두 쪽 나도 오로지 ‘그 사람’만을 철썩 같이 믿는다. 이익에 따라 안면 바꾸는 시정 정치잡배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귀한 인품’임엔 틀림없다. 이런 ‘좋은 성품’이 시중  일개인의 특성이라면 우리네 국민이 걱정해줄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그렇게 ‘착하디착한’심성으로 ‘이상한 인간’들을 비호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땐 국민은 괴롭다. 나라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나라를 걱정하고 대통령을 안쓰러워한다면 정상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젠 너무 인용돼서 신물 날 지경이지만 박근혜대통령이 1974년 ‘대통령 아버지’밑에서 급서한 모친 대신 퍼스트레이디 대행으로 동분서주할 무렵 그의 곁에 찰싹 붙어있던 최태민이라는 ‘기인(奇人)’에서부터, 몇 달 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기행(奇行)’이 알려지며 박대통령을 망신시켰던 청와대대변인 윤창중, 그리고 오늘 저렇게 달랑 이메일 사표를 내던지고 ‘집으로’ 가버린 진영 장관에 이르기까지 박대통령은 일반 대중의 눈에는 ‘도저히 편애하기 어려운 인간형’들만 골라서 ‘예뻐하다’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난관에 봉착해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대통령 본인으로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더 딱한 형국이다. 

 

추석 직후부터 들려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설’을 보며 아무래도 ‘진영이 대통령을 이겨먹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 진부하고 미신 같은 근거이긴 하지만 ‘대통령에게 대드는’ 진영을 보면서 ‘마이 웨이’를 주장하는 경향이 강한 ‘B형 고집’의 저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같은 B형인 박대통령과 그야말로 ‘맞장’뜨는 B형 장관의 모양새라니...

 

‘의리가 없으면 사람도 아니다’고 외칠 정도로 의리를 중시하는 박대통령으로선 이번 '진영 파동'이 그저 난감할 뿐 일 것이다. ‘의리 없는’ 진영을 원망하자니 ‘제 눈 찌르기’꼴이 돼버리니 그 고통을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는가 말이다. 아무래도 이러다가 대통령이 ‘마음의 병’을 단단히 얻을 거 같아 걱정이다.

 

종편에 출연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정치평론가들은 거의 대부분 ‘진영’을 막가파 장관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의리도 기본도 없는’ 인간형이라는 얘기가 대세다. 그 가운데 한 평론가는 “진영씨가 저렇게 몽니를 부리고 있는 건 대통령이 여자라서 그런다. 만약 남자 대통령이라면 어림없는 행동거지”라며 매섭게 비난하고 나섰다. 속되게 말하자면 한마디로 여자라 우습게 보고 그렇게 막나간다'는 얘기다.

 

 가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아닌게 아니라 역대 ‘남자’ 대통령 치하에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대들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디 감히 ‘뉘 안전’이라고 일개 장관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저런 식으로 항명한단 말인가!

 

새누리당 내부 특히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진영을 배신의 황태자'로 칭하며 그를 탈당케 하거나 출당시켜야 한다는 극한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선 이후 '일정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 인사들 눈에 진영이라는 사람은 '노른자위'만 골라 먹고 '먹튀'하고 만 배은망덕의 표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는 '보직'에 대한 미련으로 '반 진영' 성토대회라도 열 기세다.

 

이러니 진영장관이 자신의‘양심’이 걸린 문제라며 자신이 사퇴하는 것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서도 그리 썩 설득력이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더군다나 문제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사항은 이미 작년 대선때 공약이었고, 새누리당 선대본부의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진영이 그걸 몰랐을리 없음에도 이제와서 '양심'운운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떤 평론가는 ‘전쟁’이 일어났는데 사단장이 총을 버리고 적진으로 투항하는 꼬락서니와 진배없다는 ‘극언’까지 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다고 평가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 ‘진영 항명 파동’이 '멋쟁이' 박대통령의 스타일을 왕창 구겼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패션 뿐 아니라 매사에 '형식' 즉 스타일을 중시 여기는 박대통령으로선 '진영 항명'은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제일 중요한 덕목에 먹칠을 한 케이스여서 더더욱 분노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 아침 신문엔 드디어 ‘복지장관의 항명(抗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크게 실렸다. 그러니까 매스컴에서도 ‘진영 승(勝)’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아마 이런 ‘괴이한 정국’은 해방이후 처음 일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세상에, 장관이 대통령을 이겨먹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장관의 항명 사태’가 해방이후 최초로 ‘여성대통령 치하’에서 벌어졌다는 건 여러 가지로 걱정스럽다.

 

굳이 이번 ‘진영 사태’가 아니더라도 취임 7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이 ‘한을 품고’ 사표를 낸 뒤 그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또 오늘 드디어 '정식 퇴임식'을 가진 검찰총장을 둘러싼 사상 초유의 ‘검찰 총장 혼외자 사태’를 보면서 일반 국민들은 불안한 눈으로 박근혜대통령을 보고 있다. 야당이 '검찰총장 찍어내기'라고 규정짓고 난리법석을 떠는 것도 일리가 있다는 여론도 꽤 많다.

 

게다가 정부 요직과 그 산하 기관장직이 130여 곳이나 아직도 공석으로 '후임'을임명하지 ‘못하고’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정운영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간간히 '하마평'이 들려오긴 하지만 한결같이 '전문가 집단'은 아닌 듯한 것도 걱정스럽다.

 

일부 ‘반박 인사’들은 박대통령이 ‘외치(外治)와 화려한 패션’에 너무 신경쓰다보니 정작 내치(內治)라는 ‘어두운 등잔 밑’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쏟아내고 있다. 또 일부에선 '부통령'으로 불리는 김기춘비서실장이 청와대로 들어간 직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김 실장이 대통령 옆에 서있게 된 이후 나라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모양새이고 보니 그런 '귀책론'이 전혀 엉뚱한 주장은 아닌 듯하다.

 

‘장관의 항명 파동’이라는 초유의 이번 사태를 보면서 ‘못된 야당’도 아니고 대통령 본인이 그리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한 부하에게 이런 식의 ‘망신’을 당했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을 징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기야 ‘대통령 아버지’는 건국 이래 최초로 아끼던 부하인 중앙정보부장에게 시해(弑害)당했으니 그깟 일개 장관의 ‘항명’쯤이야 뭐 대수인가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어쩐지 자꾸 박근혜 정부가 위태위태해 보인다는 게 시중 여론인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속상하겠지만 '맑은 정신'으로 현 사태를

‘직시’해야만 할 것 같다.

 

 

 

                     

               한겨레 그림판.(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