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사람이냐”핀잔 들은 청와대 정무수석 박준우
박준우 정무수석.
여야의원들 “정치권과 소통역할 못해”… 靑 예산심사 뒤풀이장서 불만 표출
"정무수석 하는 일이 뭐냐", 朴수석 “두달밖에 안돼… 이해해 달라”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뜻박의 '낙점'을 받아 청와대에 입성한 박준우 정무수석이 여야의원들 앞에서 공개적 질책과 망신을 당했다는 기사는 제 할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국민이 보기에는 참 딱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오죽하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고사성어마저 떠오른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정무 수석비서관이라는 사람이 호화 식당에서 맛있는 청요리를 앞에 두고 국회의원들에게 꾸지람이나 듣는 모양새는 상상만해도 영 안쓰럽다.
박준우라는 사람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들어가보니 서울대 출신으로 30년간 엘리트 외교관으로 일하다 은퇴한 '노신사'스타일이다. 53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환갑인데 이런 '중후해 보이는 인상과 화려한경력'을 갖춘 인물이 자기보다 10년이나 어린 국회의원들에게 혼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연예인은 겉보기에만 화려하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청와대라는 최고 권부에서 일하고 있는 '화려한 직책'의 정무수석에게도 해당되는 듯하다.
8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 4일 국회 운영위 직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 양당 원내부대표 15명과 박준우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이 열렸다고 한다.
식사 도중 민주당 수석부대표가 "예전에는 정무수석이 여야를 넘나들면서 의원들을 만났는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박준우 수석을 힐난하자, 최경환 원내대표는 웃으며 "정무수석이 의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야당 민원도 잘 챙기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쯤에서 그치고 '맛있는 중식'이나 먹고 끝났으면 괜찮을 텐데 웬걸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원이 한 수 더떠 감히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질책하고 나선 것이다.
오랜 외교관 생활에서 쌓인 '내공'을 발휘해 정무수석은 '무대응'으로 두 의원나리의 발언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김태흠이라는 원내대변인이 "정무수석은 왜 가만히 있느냐. 뭐하는 사람이냐"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언젠가 TV토론에 나온 이 대변인이라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조금은 신경질적인 인상의 소유자라 보였다. 충분히 그런 발언을 하고도 남을 스타일이다. 그래도 그렇지 고급 중국식당에서 점잖게 밥먹고 있는 자리에서 '당신 뭐하는 사람이냐'라는 돌직구스타일의 비판을 한다는 건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의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대화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호인풍'의 정무수석으로선 매우 황당했을 듯 싶다.
그러자 박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사람이라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여야 의원들에게 공약(잘하겠다는 약속)도 할 겸 박 수석이 건배사를 하라"고 분위기 수습에 나섰고, 박 수석은 "대통령께서 외교관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잘해보라고 했는데 스피드를 못낸 것 같다. 두 달밖에 안 됐으니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정도했으면 그냥 넘어갈 법도 한데 제 성질을 못이겨선지 문제의 김태흠은 "공약을 하라니까 그런 건배사를 하느냐. 정무수석 하는 일이 뭐냐"고 또다시 몰아부쳤고, 민주당 수석부대표도 "김 의원 지적 잘했네"라고 가세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쯤되면 멀쩡한 사람 망신주기가 도를 넘어선 걸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정무수석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단지 무소불위의 권력자 중의 하나인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장소불문'하고 성질 부리는 그 태도들이 한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물론 그들이야 '국민'을 위해 그러는 거라고 항변하겠지만 과연 진실로 그러냐고 묻고 싶어진다.
이런 '이상한 식사 풍경'이 발생한 것은 어찌보면 박근혜대통령의 '인사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걸 단적으로 말해주는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무수석이란 어떤 자리인가. 여의도와 청와대를 두루두루 잘 아는 능구렁이급 모사꾼을 앉혀서 원만한 국정운영이 되도록해야하는 자리 아닌가. 그런 자리에 '잰틀맨'외교관 출신을 덜렁 앉혔으니 잘 돌아가길 바란 게 애시당초 잘못이라고 본다. 박수석은 작년에 박대통령이 의원시절 대통령특사로 벨기에를 방문했을 때 대사로 만난 '인연'으로 픽업된 '관운'좋은 사람이다. 그 좋은 관운이 이런 식의 망신으로 이어질지는 그 자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매체 인터뷰에서 "박 수석이 사전 약속도 없이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두고 가던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박 수석을 힐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비서진 교체 인사를 단행했을 때 여권 내부에서도 가장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이 바로 박준우 정무수석이었다. 당시 방송을 통해 비서진 명단을 접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 도중 "혹시 여기 박준우라는 사람 아시는 분 있느냐"고 물었고 박 수석을 안다고 나선 지도부 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가 시월 어느 날씨 좋은날 여의도의 고급 중국식당에서 '박준우 망신주기'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과연 박근혜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퍽 궁금하다. 박 대통령은 박 수석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외교 경험을 살려 선진 정치문화를 정착시켜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글쎄, 외교 경험과 선진 정치문화가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석직전 대통령과 여야대표 3자회동이 결정된 직후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사람이 야당대표에게 '넥타이 정장을 입고 나오라'는 '드레스코드'를 통보했다가 야당의 거센 반발에 즉시 사과했다는 해프닝이 떠오른다.
임명된지 겨우 두달 남짓밖에 안됐는데도 여야 국회의원들의 한결같은 비판을 받고 있는 박준우라는 청와대 정무수석이야말로 어쩌면 박근혜 정부의 현재 '난맥상'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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