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며칠새 11%나 급락했다는 보도는 내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차 '먼길' 떠나는 박대통령의 마음을 영 무겁게 만들 것 같다. 그래선지 대통령은 며칠 째 공식일정을 만들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서 '칩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마도 '세일즈 외교전략'과 함께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내치'에 대해 특별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진영 항명 파동'이후 급락한 지지율은 아무래도 반등할 기미가 영 보이지 않고 있어 대통령의 시름은 가을과 함께 깊어 갈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지율 몇 % 하락한 것에 대해 호들갑을 떨며 걱정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임기 5년을 마치면 '야인'으로 돌아갈 박대통령이 지지율따위에 연연해 한다는 건 '큰 정치의 틀'에서 볼때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다. 더구나 이제까진 박대통령이 '화려한 패션외교'을 마치고 돌아와 재빨리 '시장 아줌마 패션'으로 갈아입고 재래시장 모퉁이에 좌판 벌이고 앉아있는 할머니들과 악수 몇 번하고 나면 지지율은 어김없이 올라가곤 했기에 어제 나온 '지지율 급락'이라는 뉴스는 기분은 좀 나쁘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더 중요시 여기는 박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지지율 급락'은 아무래도 섭섭한 현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연예인보다 더 환한 미소에도 국민들의 마음이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독신 여성 대통령 마음'은 한 없이 연약해질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50%대로 다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10월 첫째주(9월 30일~10월 2일)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56%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추석연휴 직전인 3주 전 67%에 비해서는 1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5%포인트 상승한 34%에 달했다. 부정 평가가 30%선을 넘은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대북ㆍ안보 정책’(17%), ‘주관, 소신 있음ㆍ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6%), ‘열심히 한다ㆍ노력한다’(12%), ‘외교ㆍ국제 관계’(9%)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공약 실천 미흡ㆍ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3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국민 소통 미흡ㆍ너무 비공개ㆍ투명하지 않다’(10%), ‘인사 잘못함ㆍ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10%) 등이 지적했다.
갤럽 측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기초연금안 등 복지 공약 후퇴 논란이 부정 평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공약 실천 미흡’은 9월 둘째주 8%에서 넷째주 25%로 17%포인트 늘었고, 이번주에는 36%로 11%포인트 더 늘었다.
원래 민심이란 조변석개하는게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가을과 함께 찾아온 박대통령의 지지율 급락현상은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수준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