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충돌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
조 검사장은 성격이 온화한 편이고, 윤 지청장은…
국정감사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어떤 쇼킹한 법정드라마보다 더 센 강도의 단막극이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방영됐다. 여느 드라마와는 달리 주인공은 50대 초, 중반의 엘리트 검사들. ‘각본 없는’ 드라마 였지만 일류 작가가 쓴 작품보다 훨씬 재밌고 생생하게 검찰 내부의 갈등상황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뜻하지 않게 이 ‘국정감사 드라마’를 보게 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두 엘리트 검사들의 판이한 대사처리를 꽤 흥미 있게 감상했다.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이 두 남자를 보면서 문득 1979년 10월 26일 청와대 근방 궁정동에서 벌어진 ‘박정희대통령시해사건’의 한 장면이 데자뷔처럼 겹쳐졌다.
궁정동 만찬장 옆 대기실에 앉아있던 청와대 경호실 팀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호위’하고 왔던 정보부 팀 경호원들은 서로 ‘막역지우’들이었지만 만찬장에서 들려온 한 방의 총성과 함께 이들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대한민국을 아수라장에 빠뜨린 총격전... 서로 아끼던 선후배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죽여야 했다.
어제 국감장에서 벌어진 검사들끼리의 ‘총격전’은 35년 전 그 궁정동 총격전 못지않게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선 최상류 조직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법대 선후배 출신 검찰 고위 간부들이
국회의원들과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건 따지고 보면 좀 슬픈 이야기다. 오죽하면 56세의 서울지검장이라는 고위 검찰 간부가 눈물까지 흘렸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심각한 스토리의 드라마를 보는 와중에도 주인공들의 배역을 제대로 배치했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다. ‘생긴 대로 논다’는 시쳇말도 있듯 ‘항명’의 주인공인 윤석열 전 팀장의 얼굴은 그 배역에 딱 맞게 생겼다. 강직하고 ‘마이 페이스’로 나가겠다는 결기가 서린 표정이다. 부하에게 ‘하극상’을 당한 조영곤 서울지검장은 ‘눈물의 왕자’ 답게 어딘지 서글프면서도 대가 약해 보인다. 누가 캐스팅 했는지 참 제대로 뽑았다싶다.
보도에 따르면 21일 서울고·지검 국감에서 적나라하게 충돌한 조영곤(55·16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53·23기) 여주지청장은 판이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라고 한다. 조 검사장은 성격이 온화한 편이고, 윤 지청장은 자기주장이 뚜렷한 검사로 알려져 있다. 국감장에서 두 사람이 충돌하는 모습도 평소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한쪽은 눈물을 흘리는 나약함을 보여줬고 다른 쪽은 평소 스타일대로 ‘쎄게’ 나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현실이 드라마의 선도 역할을 한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 국감장 풍경이었다.
야당에선 호재 만났다 싶었던지 ‘제2의 채동욱 사건’이다, 정권이 마음에 안 드는 인사를 또 찍어 내기했다며 윤석열 전 팀장의 ‘직무배제’에 대해 엄호성 사격을 하는 데 비해 여당은 ‘항명’에 포인트를 맞추며 윤팀장이 조직의 위계질서를 흐뜨려 놨다는 걸 강조했다.
조영곤 검사장은 오전 국감 초반 트위터 활동을 한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와 관련해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느냐는 집중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현재 진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 달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윤 팀장이 "보고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며 ‘폭로’를 시작하자 조 검사장은 충격을 받은 듯 눈물까지 보인 것이다.
조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주로 마약·강력부를 거쳤고, 윤 지청장(전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은 특수부와 중수부를 주로 거쳤다. 그동안 같은 청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작년 대선 무렵 터진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정치 개입 수사에서 보고와 결재 절차를 무시한 이유로 특별수사팀장에서 직무 배제된 윤석열(53·尹錫悅) 여주지청장은 ‘평소 스타일’대로 강한 어조로 ‘상관’인 조영곤 검사장을 코너에 몰아 붙였다. ‘
이렇게 된 마당에 다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포문을 연 윤 전 팀장의 활약으로 어제 서울고·지검 국감은 ‘사상 초유’의 대히트를 쳤다. 그러나 ‘하극상’ ‘항명의 모델’로 지탄 받기도 한 윤팀장의 폭로에 대해 일부에선 그가 ‘정치권 진입’을 위해 작심하고 터뜨린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이고 있다.
어쨌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성한 지도 어느새 여덟 달이나 됐는데도 아직도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했네 안 했네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이런 정치상황은 아무래도 좀 문제가 있는 듯싶다. 살기 바쁜 평범한 국민들로서는 그런 ‘정치 드라마’에 이제는 좀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권력과는 거리가 먼 대다수의 국민들은 제발 이제 이런 ‘정치 드라마’는 하루빨리 ‘종영(終映)’하고 좀 희망찬 드라마를 방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좋은 노래도 자주 들으면 싫증나게 마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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