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
시골마을 작은 성당의 은퇴 원로신부 한 사람의 발언이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미사 도중 71세 박창신 신부가 말한 '불온한 말씀'은 대통령을 몹시 화나게 했다. 노신부의 발언 중엔 '박근혜 퇴진'이 가장 뜨거운 주제로 보였는데 정작 대통령을 격노케한 발언은 '연평도 사태'에 대한 노신부의 황당무계한 주장이었다.
보도된 대로 이 원로신부는 우리 상식을 뒤엎는 '이상한 발언'으로 전 매스컴의 톱 뉴스인물로 떠올랐다.
시골마을 은퇴 노신부는 나름대로 하루 아침에 매스컴을 탔고, 속된 말로 '완전 떴다'고 할 수 있다. 행여 '뜨고 싶어서' 그런 파격적인 '이적(利敵) 발언'을 한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대한민국 국민의 '반공의식'을 고취시켜줬다는 점에서 보면 이 늙은 신부는 표창을 받아야 할 정도다.
요근래 이 정도로 화끈하게 단 시간안에 국민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공분을 자아낸 인물은 없었던 듯싶다. 물론 보수 쪽 국민의 시각에서 말이다. 진보쪽 국민은 오히려 원로신부의 발언을 두둔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론 통일을 간절히 원하는 박대통령 입장에서 볼 땐 '용납할 수 없고 묵과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 원로신부의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 퇴진'주장이 본론이고 본질이지 연평도 문제는 곁가지고 잠시 말이 잘못 나왔다고 말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문제가 커지자 원로신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말한 걸 뒤집는 등 횡설수설하면서도 '박근혜 퇴진'만큼은 또렷하게 거듭 말했다. 호남 사투리 억양으로 말하는 신부의 음성은 다소 떨리는 듯했다.
아무래도 시골에서 조용히 미사나 드리며 살아온 신부가 졸지에 매스컴의 조명을 받다 보니 좀 당황했던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퇴진'을 후렴구처럼 계속 주장하는 신부의 목소리엔 의외의 단호함도 배어있는 듯했다. 이 노 신부의 목소리에는 지난 대선이 '완전 부정선거'였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서 그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을 기세였다.
이런 시골 성당 은퇴신부의 발언에대해 평소 차분하고 신중했던 대통령은 의외로 매우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어쩌면 '대통령 퇴진'이라는 이슈가 대통령의 심기를 엄청 상하게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런 개인적 심경은 전혀 드러내지 않고 '국론 분열'만을 걱정했다.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 "각 수석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일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잘못된 그 어떤 것들에도 결코 굴복하거나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일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보스'가 이처럼 단호한 결기를 보여주자 그 휘하의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찰은 어느새 박창신 신부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 말씀 이후 불과 하루만에 말이다.
이런 움직임이 또 일부 진보쪽 국민들에겐 '심정적 저항'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에게 그런 식으로 '협박'할 수 있느냐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특히 진보 정당 쪽 정치인들은 '유신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났다'거나 '공포정치가 도래했다'거나 하면서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 주장대로면 대한민국은 1970년대 유신시대로 복귀한 듯하다. 어떤 네티즌은 '응답하라 유신시대'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보수쪽에선 아예 시골 마을 노 신부를 검찰에 고발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구속수사해야한다고 검찰청 앞에서 피켓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그런 시위대중엔 대체로 나이든 어르신들이 많다. 그 연배의 사람들로선 어쩌면 '당연한 분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평범한 국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국무총리도 '대통령 말씀 받들어' 강경 모드로 원로신부를 규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박신부를 가리켜 '사제복을 입은 혁명전사'라는 과분한 칭호까지 던지며 비판하고 있다.
온나라가 시골마을 은퇴신부의 '한 말씀'으로 인해 지진 난 듯 흔들리고 있는 걸 보면 좀 걱정스러운 생각마저 든다. 나라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상식적 인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의 이혜훈이라는 최고위원의 말이 귀에 와 박힌다. 그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론 분열 야기를 용납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시국미사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어찌보면 대통령의 뜻에 감히 반기를 든 듯한 모양새다. 새누리당 어느 누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대통령뜻과 다른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대단히 용기있는 발언처럼 들린다.
이 여성위원은 언젠가도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발언을 하면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비서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아니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선 '주목할 만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도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26일 오전 <평화방송>(PBC)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퇴진이나 그런 의견 개진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에 사제가 예외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제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사람은 아니다. 마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종북 발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 외의 정치적인 발언은 특별히 문제삼을 생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 개인의 생각이 있을 수 있고, 그 생각에 대해서는 각자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최고위원은 박창신 원로신부를 비롯한 전주교구의 사제들이 천주교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에 있었던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서 일부 사제 발언들은 천주교 전체의 뜻도 아니고 정의구현사제단 전체의 뜻도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부 사제들의 문제 있는 행동으로 전체 천주교가 매도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 이렇게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이혜훈처럼 이성을 잃지 않고 '대통령 뜻'에 '감히'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건 일단 새누리당으로선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에선 새누리당을 '종박(從朴) 정당'이라며 비아냥대고 있는 마당에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과감하게 자신의 뜻을 말했다는 건 당의 모양새를 살려줬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시골마을 작은 성당 은퇴 신부의 한 마디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 우리 대한민국, 하루라도 빨리 진정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경제규모로나 뭐로 보나 이젠 전세계 11위 권 안에 든다는 우리 대한민국 아닌가 말이다. 그런 '이상한 목소리'도 있다는 게 오히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걸 반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체주의 국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거야말로 오히려 이상하다.
정치인들도 종북이니 뭐니 하면서 되지 못한 '이데올로기 싸움'에 몰두할 게 아니라 이 추운 겨울 점점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민생에 관심을 두었으면 좋을 듯 싶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보니 보수니 종북이니 뭐니 다 필요없다. 먹고 사는게 제일 우선이다! 일자리나 만들어라! 다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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