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새누리 ‘친박 족보’, 원박··신박·월박·복박·짤박·종박…

스카이뷰2 2013. 11. 29. 11:38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왼쪽부터)-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유승민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진영 의원(왼쪽부터)-박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짤박'인사들.

 

 

'종북'문제가 온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와중에 민주당 원내대표 전병헌 의원이  지난 26일 새누리당은 '종박(從朴)'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종박'은 박근혜 대통령을 ‘추종’하는 ‘친박’들을 일컫는데 친박 중에서도 가장 ‘골수 친박’이  종박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소위 '친박 족보'를 놓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일까지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라는 지적이다. 다소 코믹한 얘기지만 친박도 다 같이 평등한 권세를 누리는 건 아니라는 말도 나돈다. 원박에 신박 월박 복박 짤박까지 그 용어도 다채롭고 해괴까지 하다.

 

이 가운데 ‘원박’(원조 친박)의 텃세가 가장 세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줄곧 박 대통령 주변을 지켰던 이들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다. 이들은 ‘구박(舊朴)’으로도 불린다. 최근 박대통령을 '누님'으로 부른다는 구설수에 휘말리며 ‘누님 논란’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도 원박이다. 현재로선 가장 힘센 '실세'로 꼽힌다. 본인 스스로가 '친박세력'임을 너무 과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원내수석부대표로 당내 서열은 37위에 불과하지만 새누리당은 윤상현당이라는 비아냥 소리도 듣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경내 교통을 마비시킨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실세’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불과 1시간만에 2500권의 책이 다 팔리면서 '실세의 신화'를 새로 썼다.    

       

'바지 대표'로 불리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신박(新朴)'으로 아직 이렇다할 힘을 쓰진 못하고 있다.

어떨때는 최경환 원내대표나 심지어 윤상현 수석부대표에도 밀린다는 얘기도 돌아다닌다. 하지만 어리숙해 보여도 '제 몫'은 확실히 챙기는 실속파라는 말도 있다. 가끔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 정도의 '파워'는 있다는 얘기다.

 

본인들에겐 불쾌하겠지만 ‘짤박’이라는 우스꽝스런 분류에 들어간 인물도 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다가 친박 핵심에서 밀려난 옛 친박계 인사들이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대표적인 자발적 짤박으로 꼽힌다. 친박계의 폐쇄성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등 '저항파'로 불린다,박근혜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총애했던 인물을 짤라야 한다고 주장에 당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인물은 몇 달 후 '공천 헌금'과 관련해 '감방 신세'를 지면서 유승민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밝혀졌지만  대통령의 심기를 편치 않게 만든 '불경죄'를 저지른 셈이다. 일설에 의하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복박(짤박에서 친박으로 복귀)’을 타진했다가 박 대통령의 강한 ‘레이저 눈빛’을 맞고 찔끔해 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유언비어'도 당내에선 떠돌고 있다.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있는 이혜훈도 '짤박'으로 분류된다.  이혜훈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불편하게했다고 한다.  며칠 전엔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관련해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제도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다”며 사제단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종박과는 다른 '튀는' 주장을 하면서 스스로 '짤박'임을 입증했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종편 TV방송에 나와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박대통령은 한번 눈밖에 나면 다시는 곁을 주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긴하지만 ‘복박’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대표적 케이스다.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 등에서 박 대통령에게 기를 들었다가 틀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내가 세력다툼으로 시끄러워지자 '돌격대장'격인 총괄선대본부장 자리에  김무성을 앉혔다. 대통령의 평소스타일과는 다소 다른 인사였지만 그 덕에 대선 승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김무성의 활약이 컸다는 얘기다. 

 

지난 추석무렵을 전후해 기초연금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이견을 보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난 진영 의원도 대표적인 복박 인사다. 진영만큼 '파란만장'하게 친박과 탈박 복박의 경계를 넘나든 인사도 드물다.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 대통령을 돕지 않았다. 이때도 여러 말들이 많았다. 

 

진영은 한나라당 의원으로 드물게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했고, 당시 박근혜 의원 주변의 문고리 권력의 문제와 폐쇄성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친박계와는 완전히 갈라섰다. 스스로 ‘탈박’을 선언했지만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에 다시 발탁하면서 화려하게 '복박'인사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기초연금 수정을 두고 “양심의 문제”라며 장관직을 던지면서, 짤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심지어 '안철수 쪽과 연대한다는 '루머'마저 떠돌고 있다.

 

이밖에 신친박(新親朴)으론 며칠전 청소용역 아줌마들을 눈물 흘리게 만든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인 김태흠의원과 검사출신 김진태의원이 있다. 김의원은 대통령 유럽 순방때 수행하는 '영광'을 얻으면서 주목을 끌었다. 파리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대통령 반대 시위'를 하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유신시대 검사'같은 발언을 하면서 다시한번 주목을 끌었다. 김진태 의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야당 여성 정치인의 염문설을 폭로해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튀는 발언'을 함으로써 '친박 호위무사'에 오른 셈이다.  

 

'홀박'인사도 있다. 지난 대선 때 공을 세웠지만 아직도 이렇다할 '자리'를 받지 못한 인사들을 말한다. 아직 꽤 남아 있는 공기업 사장자리라도 바라고 있는 이들은 앞에 나서서 뭐라 불평할 엄두는 감히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김무성의원을 비롯한 몇몇 '실세'들이 이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틈만 나면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월박'이라는 말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말기에 '권력의 추'가 박근혜 후보쪽으로 옮겨지면서 ‘주이야박(낮에는 이명박, 밤에는 박근혜)’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여기에 합세한 이들이 바로 '월박 인사'들이다.

 

아직 집권 초반이어서 '종박 세력'의 '주군'을 향한 충성도는 하늘을 찌를 기세지만 '권력의 속성'상 이런 세력들의 '유효기간'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