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어떻게 하면 국민 잘살게 하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역대 수출유공자와의 환담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요즘 생각이 많으시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국민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경제 활성화라든가 그런 부분을 통해 국민을 어떻게 하면 모두 잘 살게 하느냐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생각을 안 합니다."
온라인에 뜬 이 뉴스에 댓글이 무려 1만개 넘게 달린 것만봐도 대통령의 '번뇌 발언'은 네티즌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야당 성향'이 강한 다음(Daum)에 실린 뉴스여선지 댓글의 90% 이상이 '안티 박근혜 성(性)' 악성 댓글들이다. 퇴근 후 청와대 안방에서 홀로 인터넷 서핑도 많이 한다는 박대통령이 만약 이 댓글들을 봤더라면 엄청 화도 나고 속이 상했을 것이다.
대통령 본인은 '잡(雜) 생각'은 다 떨쳐내고 오로지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생각만 하고 있건만 칭찬은 커녕 질 나쁜 못된 댓글들만 넘쳐나니 얼마나 속이 부글거렸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어쩌면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이 부자되는 길만 생각하고 있기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 그런 허접한 댓글들은 외면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 잘 살게 하는 것만 생각으로 치고 나머지는 모두 번뇌라고 생각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번뇌(煩惱)'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시달려서 괴로움'으로 나와있다. 불교에서 나온 '백팔 번뇌'라는 말에서 대통령은 이 '번뇌'라는 단어를 빌려 온 듯하다. 대통령의 속마음은 자신은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며 국민을 먹여살리는 일만을 제일 중요한 일로 치고 나머지-즉 요즘 한창 시끄러운 정치적 문제들 같은 건 거들떠볼 가치를 못느낀다고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시골성당 은퇴신부의 시국선언으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 천주교는 물론이고 개신교 불교 원불교 심지어 천도교의 종교인들까지 입을 모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목청을 돋우고 있는 이 번잡한 현실은 '대통령의 고민 거리'축에 들지 않는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철없는 종교인들의 '소동'은 대통령의 '경제입국'정책에 걸림돌만 될 뿐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더군다나 '대통령 퇴진'이라니 이게 가당키나한 소리인가라고 대통령은 홀로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오직 '국민 잘살게 하기'라는 한가지 생각만하고 나머지는 모두 '번뇌'로 친다는 건 과연 대통령으로서의 올바른 가치관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백팔번뇌'가 아니라 '천팔번뇌'도 해야하는 '걱정거리 투성이'의 자리로 보는 게 우리네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정치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정치는 나몰라라하고 경제만 생각하고 있다면 나라가 온전히 돌아가기 힘들거라는 게 일반 상식일 거다.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박대통령 취임 1년이 곧 다가오는데도 다 알다시피 정국은 여전히 혼미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일부 몰지각한 종교인들의 괘씸한 소행으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어쨌든 평소 여당 성향이 강했던 불교계마저 18대 대선 부정선거를 비판하며 '박근혜 퇴진'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한 고민을 쓸데없는 '번뇌'로 치부한다는 건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선 '종북'으로 치고 있는 듯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동참하기로 했고 개신교 일부 목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닉슨 대통령처럼 물러나야 한다"는 구체적이고도 뼈아픈 충고를 하고 있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는 건 아무리 봐도 대통령이 '번뇌'를 너무 안하는 걸로 보인다는 말이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둘러싼 상황은 구한말과 너무 비슷하다며 학자들까지 나서서 '번뇌'를 하고 있다. 박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 중국을 순방하며 화려한 외교를 펼쳤지만 그런 공은 다 헛수고로 그칠 공산이 지금으로선 매우 크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소위 강대국의 파워 게임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국내 정세도 건국이래 최악이라 할 정도로 편치 않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박정희대통령시절'처럼 경제 '한 가지'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다 '번뇌'로 생각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걱정스럽다. 역설적 얘기지만 대통령이 온갖 번뇌로 시달리며 잠못이뤄야만 국민은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대통령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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