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jtbc의 썰전에서 안철수를 풍자하는 말들에 한참 웃었다. 최근 사무실을 열고 '신장개업' 준비에 들어선 안철수와 그 추종자들이 세든 빌딩은 여의도에 있지만 그 동네이름을 '아직도(島)'로, 그들의 자세는 여전히 '기다리즘'에 빠져있다고들 한다는 말과 안철수신당에 어울리는 당명은 '간보 신당'이라는 얘기였다.
'간보 신당'이라는 듣기만해도 웃기는 당명을 작명해준 네티즌의 기발한 착상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안철수하면 간철수로도 불릴 만큼 요리조리 눈치를 보면서 '새정치'를 부르짖고 있는 모양새를 보며 새정치는 애시당초 글렀다는 한탄과 야유가 온라인에선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3대 미스터리'로 '박근혜의 창조경제' '김정은의 생각'과 함께 '안철수 새정치'가 꼽히고 있다니 안철수로선 의기소침해질만도 하다.
하지만 사막의 신기루처럼 여론조사에서만큼은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 어깨를 겨눌 정도라니 안철수와 머리허연 그 추종자들은 '새정치'라는 간판을 앞세우고 '민주화의 성지' 광주로 내려가 어깨에 힘을 줄만도 했을 법하다. 개인적으론 왜 광주시민들이 안철수에 '환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광주시민들이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자체는 존중하겠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6일 야권의 전통적 텃밭인 광주를 방문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며 상대방 폄하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낡은 사고와 체제를 호남에서부터 과감히 걷어내 달라"며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매스컴과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이런저런 우스갯소리가 연달아 떠오른다. 안철수 본인이야 '민주당 때리기'로 자신을 빛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당과 전혀 관계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안철수의 그런 화법은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다.
'새정치'를 표방한다는 안철수가 광주시민과 얼마나 '궁합'이 맞을지는 더 두고 봐야할 일일 것이다. 안철수가 '광주'를 보는 시각과 광주시민들이 안철수를 보는 시각이 과연 올곧고 순수한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잖은 걸로 봐서는 그동안 별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안철수 멘토 혹은 동지로 있다가 금세 안철수 곁을 떠나 버린 사람들처럼 '광주'도 안철수를 영원히 사랑할 것 같지는 않을 것라는 예감이 든다.
안철수 신당이 본격 추진되면서 호남지역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글쎄 과연 언제까지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말이다. 이제까지 안철수는 '새정치'라는 말만 해왔지 구체적인 청사진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 준비기간'이 짧아서 그럴거라는 소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데뷔'한지 3년이 가까운데 여전히 '구호'만 외친다면 그건 바람직한 정치신인의 자세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안철수는 '새정치의 새문법'을 꼭 찾아내겠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마치 공부 못하는 아이가 앞으로 잘 할 것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공부 못하는 아이가 앞으로 공부를 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노력도 하지 않은채 입으로만 '잘할거야'라고 외친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안철수는 어제(26일) 광주시내의 한 NGO센터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광주 설명회에서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야권 분열로 이야기하거나 함께 하는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기득권적 시각의 발로"라며 민주당을 겨냥해 "호남의 지지를 수권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깊은 타성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호남에서의 낡은 체제 청산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도 했다.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평론가 같은 이런 화법은 안철수가 그동안 죽 보여준 '단골화법'이다. 이런 평론가스타일의 화법이야말로 그가 주창하는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린다.민주당을 '구체제' '청산 대상'의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판하는 모습에서 약자엔 강하고 강자엔 약한 사람이 아닌가하는 의문도 든다. 우리가 보기에 '새정치의 기수' 안철수가 싸워야할 대상은 힘없는 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굳건한 기득권 세력인 새누리당일 텐데 말이다.
안철수가 그처럼 '쎄게' 민주당을 비판하는 건 그의 자유겠지만 행여 그 '배후'가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에서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 덕분이라면 그건 '정치적 상도(商道)'에 어긋나는 얍삭한 계산법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의 신당 지지율은 민주당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호남의 '안풍(安風)'은 예상 외로 강한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안철수 입장에서는 호남지역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 싶을 거다.
하지만 새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지지율에 안주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준다는 건 어찌보면 비굴한 처신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걸 안철수는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지난 재보궐 선거때도 '쉽게'이길 수 있는 서울 노원구에 부랴부랴 출마한 것만 봐도 '안철수식 새정치'가 어떤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는 알 수 있기에 이번 '광주 출정식'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목청 높이는 모습은 그리 이상한 게 아닌 지도 모르겠다.
생기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보다는 겨우 3% 적고 의원수 127석의 거대야당 민주당보다 3배나 높게 나오고 있는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은 사실 코미디에 가깝다. 어쩌면 그런 지지율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시민들은 민생은 안전에 없이 정신 못차리는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 놀래키려고 그런 식으로 코미디 같은 응답을 했을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사는 소비자는 세상에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지금 '안철수 신당'이 저렇게 지지율이 높다는 건 어찌 보면 '기현상'으로 그게 '현실화'한다는 보장은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지도 모르겠다.
안철수 의원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안철수 현상'의 발원지는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였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TV의 인기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정치권의 신데렐라'로 등장해 '새정치'라는 달콤한 간판까지 내걸고 정치판에 나선 안철수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지지를 보낼 지는 더 두고 봐야할 일이지만 지금 저 상태라면 '안철수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 듯하다. 구체적 대안 없이 '입으로만' '새정치'를 외친다는 건 별 매력적 득점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안철수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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