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초부터 안철수의원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에 안철수로선 그리 싫지만은 않은 논쟁에 휘말린 셈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겐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논쟁의 한 복판에 주인공으로 섰다는 그 자체가 '득점 챈스'인 만큼 신년 승기를 잡았다는 '착각'을 안철수는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작년 대선 기간 중 야당후보였던 문재인이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외면한 바람에 표가 많이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안철수의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는 정치적 훈수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정치권인사들의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는 정치적인 해석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보도에 따르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일 새해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의 박정희 묘역을 방문한 사실이 전해지자 마자 인터넷에는 진보·보수 진영의 안철수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어제 오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분향한 뒤 고(故) 김대중·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순으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한 것에 대해서는 "역대 전직 대통령들에게는 공과가 같이 있어서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해야 하는 게 우리 후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말 자체는 책잡힐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지금까지 안철수가 보여온 '언행불일치'경향을 염두에 둔다면 그의 말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선지 안철수와 그 측근들의 박정희묘소 참배소식이 전해지자 진보적 성향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대번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거의 '악담 수준'에 가까운 악플들이 1만개 가까이 붙고 있는 중이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안철수씨, 새해 첫날 박정희 묘소 가서 향피우고 절하는 것이 새정치입니까"라며 "현대사 모순의 뿌리에게 참배하며 새정치를 외치는 것은 기만이고 사기"라는 비판글을 띄웠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안철수 의원이 반새누리를 자처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내 관점에선 민주·진보 진영 정치인으로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행보를 보여준다"라며 "특히 역사관(이 그렇다)"고 적었다. 안철수의 '사상'을 의심한다는 얘기다.
보수 진영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보수논객은 이날 트위터에 "안철수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며 "어제 간보다 숟가락 댈 기회 놓치더니, 영남표 좀 훔쳐가려고 작전을 짰나 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긍정적인 반응도 적잖다. "이승만·박정희 묘역에 안철수 의원이 참배했다고 극진보와 깨시민들이 비난 수위를 넘어 욕설을 하고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처음으로 참배하고 이승만·박정희 순으로 참배했다고 한다. 아주아주 잘했다. 독재정권 이승만·박정희도 대한민국 역사의 엄연한 한 페이지"라고 했다.
어차피 보수와 진보 진영의 견해차이야 늘 있어온 것이기에 이번 '박정희 묘 참배'논쟁이야 하나도 이상할 건 없다고 본다. 단지 보수진영 주장대로 안철수의원이 이리저리 간을 보다 참배를 결정했다면 아무래도 아직은 '내공'이 모자라는 정치신인의 서툰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누구 묘역에 절을 했네 안 했네로 논쟁한다는 건 어찌보면 시간낭비로 보인다. 신년에 국립묘지에 참배하러 간 정치인이라면 그가 여당인사든 야당인사든 간에 전직 대통령들 묘역을 둘러 본다는 그 자체는 그리 나쁠 게 없는 일이라고 본다.
이런 사실을 확대해석한다는 건 어쩌면 어느 한 쪽의 정치적 득점을 위해 멍석을 펴주는 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라면 그가 누구이든간에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둘러보는 건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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