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키우고 있어 유감"이라며 "국민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 국민을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해주길 바라면서 이런 일이 재발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엊그제 '망언'을 한 현오석 부총리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현 부총리를 겨냥한 발언임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왠지 미진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게 적잖은 네티즌들의 마음인 듯하다. 인터넷 상에선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성토'댓글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박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거의 언제나 '뒷북'치는 스타일이어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는 '댓글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웬만하면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반응도 많이 뜨고 있다.
정치가 뭔지 잘 모르지만 국민의 아픈 마음, 답답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게 기본이라고 할 때 대통령의 처방은 너무 원론적이고 고매한 스타일이라 국민들은 늘 '소통부재'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박대통령은 워낙 점잖은 충청도 양반 스타일이어서 일반인같으면 불같이 화내고 단칼에 쳐버릴 사안이라도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에둘러 표현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일반 국민들은 갑갑증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것같다.
사실 현오석부총리가 며칠 전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는 망언을 한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용서해주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재발시엔 책임을 묻겠다는 뜨뜨미지근한 발언을 함으로써 '옐로우 카드'만 꺼냈다는 비판을 모면키 어려워 보인다.
박대통령의 그런 '관용적 발언'은 현오석부총리에 대한 '집착'처럼 비치면서 민심의 이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인터넷 상의 여론인 듯하다. 다 알려졌듯이 현 부총리는 '아버지 대통령'시절부터 일해온 '오래된 가신'같은 관료여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울 수밖에 없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현오석 경질론'이 등장한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걸 감안한다면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순발력 있는 특단의 조치'가 나와줬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지만 세금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일일이 거명하고 싶지조차 않지만 취임초기부터 대통령은 상식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인물들을 국무총리나 부총리, 장,차관 청와대 실장, 대변인 이런 고위직에 앉힘으로써 대통령을 지지했던 '순한 백성'들의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줬었다. 지금 '현오석 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기억에서 가물가물하지만 현오석 청문회때 얼마나 시끄러웠었나. 저축은행 사태때 자기만 살겠다고 몰래 2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인출한 걸 비롯해 국가세금을 몇년씩 내지 않고 버텨왔던 후안무치의 인간형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은 그를 그냥 부총리라는 막중한 자리에 임명하고 말았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이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인 최경환이나 당권도전을 예고하고 있는 김무성 같은 비중있는 인사들의 '현오석 경질론'도 대통령이 나서서 감싸줬던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온 국민의 마음을 비수로 저며놓은 '카드 정보 동의 망언'을 한 현오석에게 대통령은 또 그냥 '구두 문책'으로 그쳤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마음은 점점 돌아서고 만다는 걸 대통령은 모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국민의 상처난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런 식의 물렁한 처방을 내놓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행여 박대통령에게 '현실 감각'이 부족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명한 대통령이 그러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종편 JTBC가 지난 23일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유선ㆍ휴대전화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에 따르면 현 부총리가 '정보제공 동의' 발언에 대해 "금융소비자도 신중하자는 취지였다"는 해명을 한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1.7%로 '공감한다'는 의견 10.9%를 압도했다.
국민여론이 이렇게 '성난 상태'인데도 현오석 경제팀에 대해서 한번 더 뛸 기회를 준 것은 대통령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어서겠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크게 동떨어진 '안이한 처방'이라는 걸 대통령과 청와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본다.
<인터넷 댓글 하나 소개합니다>
박근혜 인사의 고질적 취약점은 바로 실기하는 데 있다.
"내가 올린 사람 내가 어떻게"라는, 아집과 독선 때문에
사태를 선명하고 획기적으로 바꿀 기회를 놓치고, 제 풀에 제가 끌려가는 꼴이다.
말실수가 아니라, 사태를 보는 인식이 국민 탓하는 현오석이 제대로 바로잡겠나?
금융팀의 과오와 실패를 감추고 책임을 피하기에 급급할 것이다.
결국 이런 대란에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채,
잔뜩 목소리만 높이고 황당한 방책 내놓다가, 흐리멍텅 유야무야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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