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리핑을 하고 나오는 민경욱 대변인.
진중권의 트위터.
청와대가 민경욱 KBS앵커를 청와대 대변인에 바로 임명했다는 뉴스를 본 순간 하루 전날 밤 KBS문화부장 타이틀을 달고 숭례문 복원에 대한 심층 보도를 했던 민경욱이 떠올라 웃음부터 나왔다. 평소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뉴스를 진행했던 것 같았는데 어제는 마치 하늘에라도 올라가는 듯한 포즈와 들뜬 목소리로 보도를 해 저 사람 뉴스를 왜 저런 식으로 진행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민경욱은 그날 뉴스 보도가 자신이 기자로서 마지막으로 하는 방송이라 감회가 남달랐을 테고 또 내일부터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근무한다는 '가문의 영광'같은 자신의 신분 변화에 자기도 모르게 흥분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평소와는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로 방송에 임했을 것이다. 남자가 눈썹을 너무 짙게 그리고 나와 마치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더구나 민경욱은 그 다음날(5일) 오전 KBS편집국의 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엔 막바로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다니 조금은 '개그 콘서트'적 분위기마저 감지되는 듯하다. 그렇지 않은가!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이 회사를 옮길 경우엔 최소한 한 달 이상의 '시차'를 두는 법인데 아무리 청와대고 KBS라지만 저렇게 아침엔 방송국 점심엔 청와대로 '부서 이동'하듯 옮겨간 모습이 우습지 않은가 말이다. 자칫하면 청와대와 KBS가 같은'회사'같은 느낌마저 주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비정상으로 보이고 '도리'와 '상식'에 벗어난 듯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KBS 규정엔 앵커나 정치 관련 분야에 일했던 기자는 퇴직후 6개월까지는 정치쪽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나와있다니 민경욱이나 청와대 양 측 모두 '규정'을 어긴 셈이다. 이런 게 바로 '비정상'이 아닌 가 싶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엄청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남의 경사스런 일에 대해 너무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맹비난'을 퍼붓는 네티즌들이 꽤 많은 듯하다.
'민경욱 비판자'의 맨 앞에 서 있는 진보 논객 진중권이 올린 트위터를 보니 그야말로 코미디같다. 진중권은 민경욱이 미국에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는 위키리크스 폭로를 인용하며 '미국 간첩?'이라는 맹독한 화살마저 날렸다. 이건 좀 지나친 단어선택으로 보인다. 그래도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으로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를 미국 간첩이 아니었냐는 식으로 폄하하는 건 상식에서 벗어나는 논평으로 보인다. 어쨌건 독설가 진중권 다운 면모를 또 한 번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정부에 우호적인 종편TV뉴스에서조차 '피부 나쁜' 민경욱이 KBS앵커로 임명된 건 이명박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한 덕분이라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보도까지 내보내고 있는 걸 보면 이번 청와대 대변인 임명 인사는 그리 썩 잘된 인사는 아닌 듯해 보인다. 대통령은 복수로 올라온 언론인 출신 후보자 중 고심 끝에 임명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민경욱에게 '대운(大運)'이 따랐나 보다.
원래 인사가 나오면 뒷말이 무성한게 인사의 가장 큰 특성이기도하다. 잘했다는 소리보다 못했다는 소리가 더 높은게 다반사다.그렇기에 새 대변인 임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이 나온다고해서 대통령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또 '라는 비난의 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서도 참고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요즘 한창 구설수에 올라 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윤창중 김행 전 대벼인들에 대한 인사비평도 상당히 심각했었던 걸 되돌아 본다면 대통령은 '시중 인심'이 왜 이리 야박한지에 대해 곰곰 헤아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아침엔 방송국 편집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오후에 청와대 비서관회의에 앉아 있는 '그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 밖의 비정상적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마 대통령도 이런 지적엔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아침 한 종편TV에선 새 대변인이 벌써부터 대통령에 대해 지나친 경어를 쓰며 브리핑했다는 비판을 한 사실을 대변인은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종편은 대체로 청와대 편인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기왕 임명된 인사니 제발 국민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해주기를 바란다.
'온라인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몽준 폭탄 발언-"청와대는 내가 서울시장 되는 걸 원치 않는 거 같다" (0) | 2014.02.08 |
---|---|
윤진숙 장관 경질과 박근혜대통령 사과론 (0) | 2014.02.07 |
윤진숙,jtbc해명 발언 “제 얘길해야 언론사가 잘 나가나 보죠” 논란, “구설 이유? 인기 덕분” (0) | 2014.02.04 |
윤진숙 장관은 왜 코를 막았나… 여수 사고 현장 방문서 불쾌한 언행…네티즌 '발끈' (0) | 2014.02.03 |
“박근혜 대통령 경제 가장 못해” 24%,6·4 지방선거 승패 가를 변수는 ‘경제 부진’ (0) | 2014.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