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안철수
평온한 일요일 오전 10시쯤 김한길 안철수의 '신당 창당 선언'은 여러 사람을 놀래켰을 것이다. 그들의 '합당'에 박수칠 부류도 있을 것이고 손가락질 할 부류도 있을 것이다. 아무 상관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그들의 '선언'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우선 안철수의원에 대해선 우리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었다. 작년 11월 26일 우리 블로그는 안철수는 '신당창당'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성 글'을 올렸었다. 무슨 특출한 예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철수가 정치판에 등장했던 지난 2011년 9월이후 그의 언행을 종합해봤을 때 안철수라는 인물은 도저히 '신당창당'이라는 거사를 이뤄낼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안철수가 그동안 나름대로는 '결의에찬 표정'으로 비분강개하며 쏟아낸 정치적 언사들은 조금만 헤아려보면 진정성이나 실천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던 거다.
일요일 오전 그 요란을 떨면서 발표한 김한길 안철수 두 사람의 선언에서 크게 득을 본 쪽은 아무래도 김한길인 듯싶다. 그야말로 김한길로서는 '거사'를, '쾌거'를 이뤄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오죽하면 민주당 지도부 회의석상에선 기립박수로 김한길의 노고를 치하했겠는가.
이제 야권이나 여권 그 어느 쪽에서도 최소한 '안철수 쇼크'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정치권에선 김한길에게 '훈장'이라도 줘야할 것이다. 안철수가 김한길과 손을 잡은 바로 그 순간 '안철수 신드롬'은 저절로 소멸되었기에 그 신드롬을 걱정했던 여야 정치인들의 안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을 거라는 말이다. 안철수 때문에 전전긍긍했던 '대권후보자'들은 이제 안철수는 '눈사람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김한길을 안아주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반면 안철수는 '예상했던 대로'의 '도련님 행보'를 보여줬고,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안철수의 미래는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미 안철수를 따라다녔던 인사들 사이에서 "안철수의 새정치도 대권도 끝났다- 안철수는 민주당을 씹어먹지 못한다"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내가 보기에 안철수라는 사람은 도련님 출신답게 아주 작은 시련이나 인내도 부담해내기 어려운 성정을 지닌 것 같다. 온실속에서 고이 자라왔고 주변사람들로부터 대접만 받아온 이 도련님 출신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기질은 전혀 타고 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들이 '대권'을 꿈꾸는 건 자유겠지만 하늘은, 천심은, 민심은 그 영광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앞서 그런 무한의 영광을 안아보기엔 그들 도련님들의 인내의 용량이 너무나 적기에 '최고의 영광'은 그들 몫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요 근래 보도를 보면 안철수의 신당창당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보도와 함께 안철수 스스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며 "쿠키를 먹어도 까만 것만 먹는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는 소식이 매스컴에 실렸다. 이미 그 때부터 안철수라는 '도련님'은 추종자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그저 자신이 편한대로, 이득이 있는 쪽으로 가야겠다는 '배반의 장미'를 피워내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백년정당'을 만들겠노라고 그토록 호언장담을 했으면서도 말이다.
우스웠던 건 안철수는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혹독하게 비판해왔다. 작년 말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고, 합당 선언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8일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총괄해온 '늙은 책사' 윤여준 전 장관도 지난 26일 "피투성이가 되어 (구정치와) 싸울 것"이라고 했고 안 의원 측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할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17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 큰 소리 쳐왔다.
지난 2월 7일엔 "정치공학적 연대(連帶)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던 사람이 연대를 넘어 아예 합당을 결정했다는 건 '정치의 기본'인 국민을 우습게 여겼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정치인이란 말로 먹고사는 존재라지만 이렇게까지 '극언'을 해왔으면서 그 상대와 웃으며 악수하고 '국민을 위해 더 큰 새정치'를 하겠노라고 큰소리친다는 건 안하무인의 도를 넘어선 행태로 보인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런 '무례'는 저지를 수 없는 법이다.
어쨌거나 안철수 새정치나 안철수 현상, 안철수 신드롬처럼 신기루 같은 단어들은 김한길과의 창당선언이 나오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고 안철수를 추종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가슴을 치며 '배신의 눈물'을 삼켜야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일국의 경제 부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등 한 자리 지냈던 '머리허연 '인사들이 '아기장수' 안철수를 따라다닌 결과물이 '망신살'이라는 건 좀 안쓰러운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적 비극은 한국정치권 말고는 보기 힘든 듯하다.
그들이 비록 이젠 현역에서 은퇴해 별 비중이 없는 '변두리 정치인'들이라해도 그들 개개인 인생 자체는 그들에겐 더 없이 소중한 것이거늘 안철수라는 '철부지 주군'을 잘 못 따라다닌 죄로 이젠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한낱 '정치 낭인'의 길을 가야하는 비운을 맞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안철수라는 '초짜 정치인'은 자신의 '죄과'에 대해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한맺인 절규'일 것이다. 물론 그들이 '안철수를 따라다닌 원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냉정히 말한다면 일신상의 안위를 위해 '호랑이 굴'로 스스로 들어간 격으로 보이는 안철수의 행보는 이제 그가 뭐라 말해도 믿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거짓말 잘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안철수의 말은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서울시장 나온다했다가 포기하고 대선에 끝까지 도전하겠다더니 무슨무슨 핑계를 대며 내던지고... 안철수라는 사람이 '새정치' 부르짖으며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보여준 '행태'는 포기의 정치, 백기 투항의 정치밖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포기하는 게 새정치라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가 무슨 신주단지처럼 모셔왔던 '새정치'의 결말이 바로 저런 구 정치인, 거대 야당과의 '야합'이었다는 것에 안철수 본인이 아무리 미사여구를 사용해 변명한다 한들 이제 국민들은 외면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정가에선 안철수를 둘러싼 온갖 '괴담'들이 무성하게 유포되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종편TV에선 하나마나한 '약장수 스타일' 평론가들이 나와서 하루 온종일 안철수의 '운명'에 대해 저마다의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신통한 이야기'는 통 들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번 '김한길 안철수 쇼'는 노련미넘치는 김한길 '책사'의 술수에 '순진한 도련님' 안철수가 넘어간 것으로도 보인다.
어쨌거나 '운명의 신'은 안철수 곁에서 떠난 것 같다. '안철수의 새정치'나 '안철수의 대권도전'은 '흘러간 유행가'보다 더 구태스러워진 듯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안철수의 새정치를 궁금해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 쇼'는 그렇게 소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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