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십고초려'끝에 모셔왔다는 윤여준 전 새정치연합 의장이 딱하게 됐다. 39년생 노정객의 운명이 아들뻘인 62년생 안철수의 '배신'으로 망신살이 단단히 뻗쳤다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일각에선 '윤여준의 저주'라는 말도 떠돈다고 한다. 윤여준이 힘을 실어주는 쪽은 '필패한다'는 그동안의 '전적'이 그런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도 모양새는 신당창당이지만 어쨌든 '새정치연합'을 접은 건 확실한 만큼 '패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윤의 저주'가 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우리나이로 76세가 된 윤여준씨로선 이번 김한길 안철수의 '통합 악수'에 '통한의 눈물'을 흘릴 법하다. 수즉다욕(壽卽多辱)이라더니 그 나이되어서까지 그런 모멸과 굴욕을 맛봐야한다는 건 윤여준옹으로선 참 괴로운 '팔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뒤집어 말한다면 진즉 '뒷방 노인'신세가 되었을 나이에 여전히 '젊은 아이들'과 함께 새정치네 신당이네 하면서 하루하루 바삐 뛰어다녔다는 건 그 나이또래 노인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될 법도하다. 하지만 웬만큼 점잖은 부류들 사이에선 그런 윤여준의 굴욕에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보도에 따르면 윤여준씨는 4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새정치 세력으로 거듭나겠다면 힘을 합해야 하지만 제 역할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 위원장과 (거취 문제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안 위원장이) 신당 창당 합의를 뒤늦게 알려준 데 대해 서운하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는 선관위에 등록이 된 공적, 법적 기구인데 왜 일방적으로 결정하나”라며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새정치에도 어긋난다”고 안 위원장의 일방적 리더십을 비판했다고 한다.
안철수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갔다는 송호창의 설명도 반박했다. 윤 전 의장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으로) 민정당에 들어간 것을 표현한 것인데, 안 위원장은 (YS와는 달리) 정치 초년생이다.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사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는 말도 했다. 그만큼 안철수의 이번 일이 마뜩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휴, 안 의원처럼 순박한 사람은 열 번 속지. 새 정치가 두 분 사이의 말만 가지고 담보가 되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친노 생각은 다를 거고.”라며 안철수의 앞길에 대해 '불길한 예언'도 했다. '선수들'이 많은 민주당쪽에선 '지뢰'를 많이 깔아놓을 텐데 밟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윤여준은 민주당이 신당 창당준비단장으로 설훈 의원을 앉힌 것에 특히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실망했다”며 “새정치를 한다면서 도덕적 흠이 있는 인물을 (단장으로) 내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전적으로 날조된 말로 저를 음해한 분, 제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유죄가 확정됐던 분이다. 인간사회에는 제도 이전에 법과 도덕, 윤리라는 게 있다”고 비판했다.
윤여준과 설훈의 악연(惡緣)은 2002년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훈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 윤여준 의원이 로비스트 최규선 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거짓 폭로를 했다. 나중에 설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를 선고 받았고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쯤 되면 민주당에서 설훈을 신당 창당 준비위원단장으로 내세웠다는 건 누가봐도 '바른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안철수의 '장자방 윤여준'의 존재를 원치 않다는 걸 암암리에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사자인 윤여준으로선 안철수의 '배신'으로 가뜩이나 불쾌한 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중 망신살을 당한 셈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76세 노인의 입장으로선 꽤나 서글픈 심정이었을 것 같다.
그래선지 윤여준은 '창당·통합 선언'과 관련해 "상황 설명을 들어보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거치지 않은 것은 비민주적인 것으로 그런 유형의 결정은 옳지 않다.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은 종종 민주주의의 '과정'을 낭비로 보는 문제를 드러내곤 한다"며 안철수의 '독선'을 나무랬다. 그나마 점잖게 충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안 위원장이 앞으로 창당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준비해왔던 정강·정책을 관철시켜야 한다"며 "향후 거취 문제는 신당의 창당 과정과 민주당의 새정치 의지가 드러나는 것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신당 창당 협상 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약속한 새정치의 내용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할 경우 '결별'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어쩌면 이미 윤여준은 '안철수와는 끝'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는 모양이다.
'십고초려'로 모셔간 사람을 단칼에 잘라 버린 듯한 모양새로 윤여준을 망신준 이번 안철수의 행동은 정치권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아울러 윤여준이라는 노정객의 쓸쓸한 말로도 정치판 사람들에겐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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