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듯한 정몽준 의원의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인 듯하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10일까지였던 6·4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신청마감일을 15일로 연장한 데 대해 “형평성을 잃은 것인지, 누가 누구와 내통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이런 것은 공개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지 그렇게 내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황식 전 총리는 새누리당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입당을 하겠다고 하면 최소한의 심사절차는 거쳐야 한다”며 “당이 알아서 일정을 늦추는 것은 새누리당이 공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쟁상대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것 풀이된다. 공천 신청 마감일을 15일로 연장한 것이 김 전 총리를 노골적으로 배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정 의원 역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우선 새누리당의 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입당을 하겠다고 하면 최소한의 심사절차는 거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게 정의원의 지적이다.
"입당하자마자 서울시장 후보가 되겠다고 하면 최소한 공개적으로 마감일을 늦춰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런데 그런 요청을 했다는 얘기도 못들었는데 당이 알아서 일정을 늦추는 것은 공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 정몽준의 이런 지적은 따지고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정상적인 의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김황식 전총리의 행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법조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거물급 이력'이 서울시장 출마와 당선에 보증수표는 아닐 텐데 한가하게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정몽준이나 이혜훈 입장으로선 이해해주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시중에는 '박심'이 김황식에게 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여전히 그 소문의 위력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당내 아무 연고도 없이 무작정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건 '든든한 배후'가 뒷받침하지 않고서는 감히 도전할 수없는 '거사'여서 그런 소문은 점점 '진실'로 둔갑해가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정치생명을 걸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의 입장으로선 '불리한 게임'이 자칫 자신의 정치인생을 망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의 김 전 총리 지원설에 대해서도 "그것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의심을 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걱정은 되지만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점잖게 말하는 어투지만 내심 상당한 불만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정 의원은 경선 룰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경선규칙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어떤 기구가 어떤 일정을 갖고 한다는 발표를 하고서 해야한다"며 "아무리 당직자라고 해도 그것을 언론에 툭툭 던지듯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도 비판했다.
정 의원은 벌써 몇 주 전부터 '청와대가 나의 당선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폭탄발언을 하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의 불편한 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언가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와중에 후보자 공천 신청마감일이 느닷없이 닷새나 연기돼 15일로 연장했다는 '뉴스'에 정몽준의 심기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른 것 같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전례 없이 '빅매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 후보자의 한 사람인 정몽준의원이 연일 '청와대'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터뜨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 같다. 과연 '박심'은 어디에 있을까? 정몽준이 걱정하는 것처럼 '박심'은 정말 김황식쪽으로 기울었을까? 이런 관점에서 새누리당내 후보경선을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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