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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단어선택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저자거리의 시정잡배들 못지 않은 강력한 어휘구사가 박대통령의 기존 이미지였던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들도 나오고 있다.
메시지에 등장한 단어들을 들어보면 섬뜩해질 정도다.
"천추의 한을 남기면 안 된다"(지난달 25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사자나 호랑이가 토끼를 한 마리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지난달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퉁퉁 불어터지고 텁텁해진 맛없는 국수를 누가 먹겠느냐" "진돗개는 한 번 물면 살점이 뜯어질때가지 안 놓는다.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 "규제개혁,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하고 계속 관심 가져야 한다"며 여러 표현을 한꺼번에 내놨다.
오늘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ㆍ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불타는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해달라). 절대로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이것을 해내야지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되지 않겠느냐 그런 비장한 각오로 모두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국심 자체만으로도 엄중한 이미지가 있는데 '불타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오히려 다소 우스꽝스러운 뉘앙스로 들린다.
취임 초기에 언급한 '손톱 밑 가시'나 '신발 속 돌멩이' 같은 실생활 속의 은유적 표현과는 느낌이 다르다. 최근 발언들을 놓고 청와대 안에선 "전쟁에 임하는 장수의 출사표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표현이라도 더 강력한 표현을 찾으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때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규제'를 '우리의 원수'라고 했다가 다시 한번 강조를 할 때 '쳐부술 원수'라고 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청와대 인사는 "박 대통령이 더 강한 표현을 찾으려 애쓰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그만큼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고권력자의 절박한 심정을 일반인이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겠지만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쳐부술 원수'라거나 '암덩어리'라는 직설적 화법을 쓰는 건 '대통령의 품위'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화법으로 보인다. 어쩌면 대통령의 정서가 그만큼 핍박해졌다는 신호인 것도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1주년에 맞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경제를 탈바꿈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의 성패가 정부의 신속한 실천에 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건 딱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식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얘기다. 그만큼 실천이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더 조바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는 건 어찌보면 '대통령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행여 '여성'대통령이라서 저 아래 관료 사회 실무자들이 시큰둥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통령 입에서 어떻게 '쳐부술 원수'라는 극단적 말이 나오겠느냐 말이다.
대통령의 말이 거칠고 무거울 수록 국민 정서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을 보필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그렇게 극한의 언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각성해야할 것이라고 본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말을 험하게 했다는 평을 듣는 고 노무현대통령도 '쳐부술 원수'라든지 '암덩어리' '살점을 물어뜯는 진돗개'같은 원초적 발언은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갈길은 멀고 할일 은 태산이라서' 대통령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대통령의 언어가 격해질 수록 국민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의 독무대가 아니거늘 마치 혼자 뛰는 듯해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통령의 입에서 갈수록 거친 말이 나온다는 건 대통령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해피한 일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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