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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담화문과 미운털 박힌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스카이뷰2 2014. 2. 27. 12:47

 

 

                                        

jtbc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한 장면을 보면서 대통령이 안간힘을 다해 '경제살리기'를 위해 애쓴다는 긍정평가를 하는 국민들도 꽤 많은 듯하다. 그래선지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교적 높은 55%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대통령이 모든 걸 다 관장하려고한 탓에 정작 일선에서 일해야하는 기획재정부 부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이 손놓고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미운털'이 박혀 소외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아다닌다.

 

처음에 박 대통령은 '3개년 계획'의 발표와 관련, 당일 경제관계장관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계획의 골격과 의의만을 언급하고 현오석 부총리가 이후 브리핑으로 세부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박 대통령이 담화 형식을 통해 모든 내용을 발표하면서 '현오석 왕따론'이 나온 것이다.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5일 발표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이 막판 수정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원안(原案)이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는 등 혼선이 있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마련한 3개년 계획안은 3대 전략, 15대 핵심 과제, 100대 실행 과제로 구성돼 있었지만 대통령 담화문 발표 직후에 나온 참고 자료에는 15대 핵심 과제가 '9대 핵심 과제 및 통일 시대 준비 과제'로 바뀌었다는 거다.

 

기재부가 처음에 내놓았던 100대 실행 과제 가운데 44개는 아예 탈락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언론에 사전 설명까지 끝낸 정부 발표 내용이 이렇게 대폭 수정된 것은 최근 30년 내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면 예삿일은 아닌 듯하다. 박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관가 일부의 추측이 그리 틀린 얘긴 아닌 것 같다. 

발표 형식도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한다. 기재부 실무자들은 박 대통령이 큰 줄거리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현오석 부총리가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25일 세세한 정책과 수치(數値)를 밝히며 41분간에 걸쳐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읽기만했지 1문1답으로 상세한 질의응답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현 부총리가 따로 가질 것이라던 기자회견은 이렇다할 설명 없이 당일 아침 돌연 취소됨으로써 담화문에 얽힌 의구심은 더 증폭됐다. 이런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사실 대통령이 프롬프터를 보면서 41분간 읽어나가는 동안 규제 개혁을 규제 확대로 잘 못읽는 등 자잘한 실수를 여러 차례 할 정도로 대통령도 '무리수'를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큰 줄거리만 잡아주고 대통령은 일단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하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들만은 못한 건 당연한 일인데 박대통령은 '자기확신'이 지나치다보니 온갖 분야에 직접 나서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면 이런저런 부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극단적으론 불미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통령을 커버해줄 가림막이 없어지고 그만큼 대통령이 위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번 3개년 계획 발표 과정에서 일어난 혼선은 정부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 나 있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가 결정권을 휘두르고 장관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본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현 부총리와 기재부가 내놓은 많은 정책 구상이 무시됐고 설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함으로써  현 부총리가 '개각 0순위 대상'이라는 걸 에둘러 보여준 듯하다.

 

국정(國政)의 큰 방향은 대통령이 잡아주고, 세부 정책은 부처 간 의견 조율·조정을 거쳐 이뤄지는 게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세부 정책까지 죄다 챙기고 결정하려 한다면 굳이 경제부총리나 기재부를 따로 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극단적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갈길이 바쁘겠지만 대통령으로선 허투루 들어 넘길 일은 아닌 듯 싶다.

 

이번에 대통령의 '단독 담화문 발표'와 그로 인해 갈팡질팡했던 현오석 부총리와 기재부는 '재기불능'이라할 정도로 체면을 손상했고 무능력 무기력한 경제팀이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또다시 심어 주었다. 이런 경제팀이 아무리 경제혁신을 위해 애쓴다한들 국민의 신뢰를 받아내기엔 어렵게 된 듯해 보인다. 대통령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제팀의 존재는 뒤집어 본다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만큼 약하다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