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

정몽준 최경환, 언성높이며 비박 대 친박 설전(舌戰)

스카이뷰2 2014. 2. 20. 13:33


	친박 對 비박… 與중진회의서 얼굴 붉히고 高聲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chosun.com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만 설왕설래하던 비박계와 친바계의 세력다툼이 '사소한 이유'로 터져나온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19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6·4 지방선거와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계파갈등이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간몽준'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고심중이던 정몽준 의원이 친박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와 얼굴을 붉히며 설전(舌戰)을 벌인 내용을 들어보면 정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얼마나 고민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듯하다. 이 두사람이 목청을 돋운 건 배석했던 당직자들을 내보낸 비공개 회의 석상에서다. 최 원내대표가 정 의원의 중국 방문 일정을 문제 삼으면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중의원외교협회 위원장인 정 의원은 20~23일 여야 의원 40여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 중인 데다, 20일에는 본회의도 열린다"며 "40여명이 빠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선제 공격'에 나선 것이다.  7선의원으로 당대표까지 지낸 51년생 정몽준 입장으론 이제 3선의원인 55년생 최경환의 그런 태도에 화날 만도 했다. 그러니 아무리 '친박핵심'이라지만 위아래도 없는 듯 발언하는 최경환에 대해 정몽준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뿔난' 정 의원이 "무슨 소리냐. 2개월 전에 잡힌 데다 (당에) 이미 사전 협조까지 구했는데, 이제 와서 딴말이냐"고 하자,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가 그런 걱정도 못하느냐. 그리고 협조 요청했다는 얘기를 난 처음 들었다"고 반박했다. 정말 처음 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원내 대표라는 사람이 40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시진핑을 만나러간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는 건 사실이라도 문제고 사실이 아니어도 문제다.  

 

의원단 방중(訪中)은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의회)가 "1월은 춘절(春節·구정) 연휴 때문에 3월은 전인대 회의 등 때문에 곤란하니 2월 중에 방문해 달라"고 해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설전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는 실무자들을 다 내보냈다고 한다. 명색이 당 지도부끼리 서로 고성이 오가는 추태는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는 더 심해져 발언 수위는 더 높아졌다. 정 의원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항상 보면 (최 원내대표는) 내가 하려는 것을 반대하거나 나한테 목소리를 높인다"며 "여기 (회의) 동영상 (촬영된 거) 없나? (있으면) 틀어볼까"라고 했다고 한다. 말투에선 그동안 어지간히 참아왔다 폭발한 듯한 분노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설전은 두 사람 모두를 그리 신사답지 못하게 만든 듯하다.   

 

정의원은 또 "최 원내대표가 현대중공업 백지 신탁 문제를 거론하며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지 않았느냐"며 "내가 모를 줄 아느냐"는 말도 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온갖 사안에 대해 다 내 생각을 물어보는데 그게 문제가 되느냐. 그 정도 얘기도 못할 게 뭐 있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통령 백'을 업고 있는 '실세'다운 목소리로 들린다. 그러니 정몽준으로선 더 화가 났을 것이다.

 

이렇게 '언중유골'의 고성이 오갔다는 자체가 바로 당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표면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이어진 '박심 논란'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친박 핵심들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지원한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털어놓았다.

 

최근엔 정 의원이 최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가 "친박계가 김 전 총리를 민다는 얘기가 왜 나오느냐"고 항의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황식 지원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이날 더 이상 참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설'을 놓고 '간'을 봐왔던 정몽준으로선 친박핵심 인사인 최경환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판단에서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설전이 오가자 정의원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려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잠시 동안 '어느 쪽'으로 '줄'을 서야하는 지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어쨌든 오늘(20일) 오전 9시 정몽준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40명은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를 이야기하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청와대나 우리 당에 도움이 안 된다”며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받았다는 것처럼 암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친박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들린다. 새누리당에서 '박심(朴心)'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가늠케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