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자료사진.
위에 실린 사진의 다섯명 남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고위 공무원들이다. 국무총리나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 안전행정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등 세월호 침몰 참사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국가 인재들이다. 그들이 애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최고, 최선을 다했는지'라는 의문을 던지는 국민들이 꽤 많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이번 세월호참사를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은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고 있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정부의 초등 대처'가 너무 아쉬웠다는 소리를 한결같이 할 정도로 우리 정부의 이 엘리트 관료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는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 그 큰 배가 가라앉아 가는 광경을 두 시간이나 TV화면을 통해 지켜보면서 힘없는 국민들은 정부는 왜 저걸 저렇게 가만 놔두냐며 안타까워해야 했다.
재난구조나 잠수 같은 것에 일자 무식인 사람들조차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3류'였다. 저런 사람들을 믿고 국민의 의무인 세금을 내며 살고 있다는 게 분통 터질 정도였다. 오죽하면 어떤 '친정부 신문'에선 "대통령 혼자만 일하는 나라냐"라는 제목으로 그들을 질타했겠는가. 하지만 냉정히 말한다면 '혼자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는 건 일견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초기 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피해 가족들을 배려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내각이 망연자실하거나 자책하고 있을 겨를이 없고 일심 단결하여 구조 활동과 사고 수습,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할 때”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일주일이 넘어가는 동안 정 총리의 대응은 국민 불신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는게 국민여론인 듯하다. '책임총리'가 아니라 '무책임 총리'라는 비아냥섞인 신조어들이 나돌고 있는 중이다.
여당 내에서 조차 “정 총리가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하기에는 국민들의 신뢰를 너무 잃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책임총리’로서 현장을 장악해 신속히 대처하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이 있긴 했지만 이런 비상사태일 수록 '평소실력'이 나오는 법이라 평소에 별로 책임총리다운 모습을 못보였던 정총리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오죽하면 국무총리는 '명예직'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재난 대처의 총책임자 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위기관리센터에 머물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박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지만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난 어제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 안보실장은 이번 참사에 '책임'이 없다는 투로 말해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사고 발생 초반에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등에서 올라오는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한명의 인명피해도 나지 않게 하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현재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는 군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육군참모총장에 국방장관까지 역임했던 김장수 안보실장은 대변인을 통해 자신은 '안보'담당이지 '재난'담당은 아니라는 말을 해 상식있는 국민들의 부아를 돋웠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냐 말이다. 설령 자신은 책임이 없다해도 사건 초기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며 실제적인 컨트롤타워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도 그런 소리를 한다는 건 '책임있는'고위 공직자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이 과연 그런 변명이나 해야하는 때인지를 묻고 싶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걸 김장수씨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아직 130명이나 되는 '실종자'가 바다속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벌써부터 '우린 책임 없다'는 소리를 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청와대는 과연 어떤 곳인지를 깊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야하는 것이 바로 청와대에서 일하는 고위직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말이다.
취임 14일 만에 초대형 사고에 직면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의 우왕좌왕은 완전 가관이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사고 당일 경찰간부 후보생 졸업·임용식 행사에 참석하느라 사고가 발생한 지 4시간이 지난 오후 1시에야 진도에 도착했다. 가장 중요한 초동 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이후 구조자 수를 6번이나 정정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조차 챙기지 못했다. 그러니 실종자 수색 상황처럼 '어려운 문제'는 감히 제대로 풀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가 책임자로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불과 사흘만에 사실상 해체되었다.
지난달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 논란에 휘말렸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번 사고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 장관은 사고 전날 열린 국회 해양수산위원회에서 “바다의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챙기겠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바다에서의 모든 경제·문화 활동은 사상누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국회 발언은 ‘공염불’이 되었다. 큰소리나 치지 말것이지 아무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간이라지만 어떻게 그런 식의 허언을 국회에 나가 할 수 있었는지... 행여 그런 식의 '입방정'을 떨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건 아닌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역시 지휘관으로는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구조에 나선 해경이 상황을 곧바로 장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구조의 적기인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선원들을 배로 돌려보내거나 곧바로 진입해 승객 구조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해경이 배 밖으로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을 맨먼저 구명정에 태운 것 고는 한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무능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재작년 이탈리아 연안에서 크루즈함이 좌초했을때 이탈리아 해경은 선장에게 "빨리 배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 안둔다"면서 호통까지 쳐가며 사태 수습을 위해 온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비하면 우리 대한민국 해경의 사고수습태도는 너무 아마추어 같았다. 어떡하면 배가 침몰한다며 다급하게 구조요청을 한 고교생에게 위도 경도를 묻고 있겠는가 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적잖은 국민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이게 나라 맞냐"라며 분노했다. 그 분노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불과 1주일전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1%까지 치솟았다지만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대통령의 지지율은 15%나 떨어진 56%라고 한다. 청와대 브레인들은 이게 뭘 의미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어쩌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내 책임이 아니라는 철부지 소릴 하고 있는 동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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