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 송광용 청와대 교육수석
교육부 장관, 청와대 교육수석 모두 제자 논문 슬쩍...대통령은 비정상 추상같이 바로잡는다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머나먼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도 대한민국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대통령은 16일 저녁 인터내셔널 호텔 아미르 티무르홀에서 열린 동포만찬간담회에서 "이번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가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져놓을 것"이라며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 "켜켜이 쌓여왔던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문제들을 추상같이 바로 잡고, 경제 활성화의 불길을 살려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서릿발 같은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신문보도에 따르면 새로 지명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김명수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송광용이라는 사람들이 대학에 있을 때 제자들이 애써 쓴 논문을 '가로챘다'거나 표절했다는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그저 씁쓸하다.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분야의 수장과 대통령수석비서라는 사람들이 손 안대고 코풀듯이 자신은 전혀 펜대조차 굴리지 않은 채 어린 제자들이 공들여 쓴 논문에 '제1저자'라는 수상한 이름을 앞세워 저자행세를 했다는 건 아무리 봐줄려고 해도 봐줄수 없는 파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대통령이 아무리 비정상적 관행들을 추상같이 바로잡겠다고 선언한들 뭐하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송광용에 이어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까지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리 사회 전체에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잡놈'들이 우글거린다는 정치계도 아닌 '신성해야할' 교육계의 두 수장이 치사하기 짝이없는 방식으로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논문으로 포장해 학술지에 버젓이 게재했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세월호 대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크게 달라졌어야 하는데 이렇게 '비정상 관행'에 찌든 인간들이 판친다는 건 대한민국에 미래가 어둡다는 얘기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청와대도 인사검증 시스템에 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보자는 물론 가족과 사돈, 주변 지인까지 조사 대상에 올려 조사했지만 표절 문제에 있어선 검증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건 얄팍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제대로 하려고 정신바짝 차렸다면 이런 정도는 당연히 걸러졌어야할 문제인 거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도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어떻게 서울사대 교육학과 출신들을 우르르 교육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교육부 산하 양대 국책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개발원장, 청와대 교육비서관 등 중요한 다섯 자리에 같은 대학 선후배들을 앉혔다는 건 이건 '인사의 기본'도 모르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역대 어떤 정부에서 이처럼 편향된 인사를 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 1기 내각 때 장관 5명이 서울고등학교 27회동기동창이어서 국무회의를 하면 마치 서울고 3학년 4반 반창회를 하는 것 같았다는 코미디 같은 비아냥의 소리가 떠돌았다는 걸 대통령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비정상의 관행들을 추상같이 척결하겠다는 대통령 의지야 더없이 고귀한 생각이지만 '현실 인사'에서 이렇게 평범한 국민들의 정서에도 못미치는 인사솜씨를 보여준다면 비정상을 없애긴 커녕 오히려 '적폐'만 쌓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교육계에선 제자 논문을 슬쩍한 이들에 대해 심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려면 최소 한 명의 저자가 학술지 정회원이어야 하는 게 관행이라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로 나갈 때는 있다”면서 “하지만 제1저자가 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제1저자냐 제2저자냐에 따라 교수의 논문 실적 평가, 연구력 지표 등이 좌우되기 때문에 교수가 편법으로 실적을 쌓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일부 교수들은 ‘책임론’을 들었다. 본인이 제1저자로 발표한 제자의 논문이 만약 짜깁기 등 이유로 이후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 책임 역시 교수가 모두 질 수 있겠냐는 얘기다. 국내 대학가에선 김명수나 송광용처럼 교수들이 제자들이 쓴 논문을 자기가 쓴 것처럼 내세우는 '비정상적 관행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니 이번에 '벼락출세'한 이 두 사람이 제자들 논문을 슬쩍한 것을 나무랄수만은 없는 일이라는 항변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머나먼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비정상을 추상같이 바로잡겠다'고 결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는데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부문에서 제자 논문가지고 사기치는 인간들을 장관이네 대통령 수석비서관이네 출세시키는건 국민정서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거 같다. 이러면서 대통령이 적폐를 바로잡거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외친다면 어떤 국민이 박수를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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