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쳐
청와대 자유게시판 http://www1.president.go.kr/community/sy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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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가 조금 지난 지금 이 시각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일시 마비중이다. 담당자가 일부러 문을 닫은 것인지 아니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방문으로 자동 마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 오전 내내 다운되고 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닌 듯하다. 21세기 '인터넷 왕국'답게 대한민국에선 모든 건 인터넷으로 통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이 있기에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불상사'도 일어나고 있지만 인터넷 덕분에 평범한 국민들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꽃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 자유게시판이 마비되고 있는 건 한 열혈 네티즌이 '당돌한 제목'의 글을 청와대 홈피에 올린 덕분이다. 정송은이라는 네티즌은 27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게 대박이 나면서 결국은 청와대 홈피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 글은 게시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0만 건을 넘어섰다. 이 글에 ‘공감’을 클릭한 네티즌도 1만여명에 달했다.
이 글에 대한 '입소문'은 급격히 퍼져나가 4월 27일 밤엔 조회수 280,641 공감수 16,667 댓글수 583을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끌어냈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이 글은 28일 오전까지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청와대 홈피 개설 이후 최초, 최고 기록이다. 그만큼 민심이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박성미라는 여성 감독이 쓴 이 글은 정씨가 '용기있게'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면서 대중의 주목을 끌게 됐다. “지금의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을 질타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대통령을 비판해본 적은 거의 없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한 것 같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임무 중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며 장문의 글을 이어나갔다.
이 글에서 그는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몰랐다”는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다. 그는 “리더의 역할은 적절한 곳에 책임을 분배하고 밑에서 우왕좌왕하면 무슨 수를 쓰든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지 현장에 달려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일이 안 되는 핵심 문제를 파악하고 최우선 의제를 설정하고 비용 걱정 하지 않도록 제반 책임을 맡아주는 일이 리더의 일”이라고 말했다.
글에선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대통령이 “내가 책임질 테니 모든 시도를 다하라”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에) 유속의 흐름을 늦추게 유조선을 데려오고 싶어도 일개 관리자가 그 비용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그러나 누군가 그런 문제들을 책임져 주면 달라진다.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 (라는 말은) 어떤 민간인도 관리자도 국무총리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힘없는 시민들조차 죄책감을 느끼고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고 이끌 수 있었던, 해외 원조 요청을 하든 인력을 모으든 재벌 회장들에게 요청하든,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그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무슨 일을 고민했는가”라고 물었다.
또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도 썼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 그 막대한 권한과 모든 대우는 그것이 ‘책임의 대가’이기 때문이다”며 “해야할 일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대통령,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대통령, 책임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며 글을 마무리지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을 통해 실명인증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글에는 수백 명이 댓글을 달았다. 그만큼 국민정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결같은 공분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글쓴이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누리꾼 신모씨는 “정말 공감한다. 대통령이 꼭 이 글을 읽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모씨는 “나라에서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고 마음에 아로새겼다. 이 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도 않는데 왜 내가 이 나라에서 세금을 내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나”라며 “대통령과 정부에서 일하는 분들은 이 글을 뼈저리게 읽으라”고 말했다.
반면 양모씨는 “옳은 말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대통령 하야라니? 이런 독선적인 글은 이번 사태에 약이 아닌 독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청와대 홈페이지 개설이래 '최고의 인기'를 끈 이 글은 지금 자유게시판 마비로 접근할 수 없다. 아무래도 홈페이지 관계자가 '대통령 하야'라는 극단의 표현을 쓴 이 글을 더 이상 '열람'할 수 없도록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청와대 측은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자 '문제의 글'은 작성자가 직접 내린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어쨌든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힘없는 민초'일 뿐인 평범한 국민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자신의 의견을 '두려움 없이' 써서 올렸고 이에 대해 수많은 '호응'을 끌어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은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이야말로 상처받은 국민들이 '자유로운 소통'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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