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급히 돌아오고 있는 아베총리(다음 연합사진)
일본 총리 아베의 시시콜콜한 하루 일정들
일본에서 '총리 해먹기'는 한국에서 '대통령 해먹기' 보다 훨씬 어려워 보인다. 총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수족관의 물고기들처럼 너무도 투명하게 일본 유수의 일간지들에 '오늘의 총리 일정'이라는 제목으로 시시콜콜하게 공개된다. 총리 당사자로선 살짝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이러다 '암살 특공대'라도 쳐들어가면 어쩔까 싶을 정도로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절대'안될 내용들이다. 하루 이틀만 그러는 게 아니라 매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발행부수 1천만부 이상을 자랑하는 대형 메이저 신문 정치면에 '친절히' 총리 일정을 싣고 있다. 세월호 참사날 대통령의 행방이 7시간 동안이나 묘연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려들지 말라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엄포'같은 건 '선진국' 일본에선 먹히지 않는 것 같다.
8월 10일~11일의 아베는 이런 식으로 '긴하루'를 보냈다. 최고 권력자 치고는 소탈한 일정으로 보인다.
“8월10일. <오전> 야마나시현 나루사와무라의 별장에서 보냄. <오후> 12시46분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의 이탈리아 요리점 ‘리체타’, 모친 요코상, 비서관과 식사. 2시3분 별장. 오후 6시34분 야마나시현 중국요리점 ‘호궁’(湖宮), 친구들과 식사. 8시59분 별장.”
“8월11일. <오전> 별장에서 보냄. <오후> 2시59분 도쿄 도미가야 자택. 5시58분 중의원 제1의원회관 치과진료실에서 치료. 6시48분 도쿄 요쓰야의 불고기집 ‘류게쓰엔’, 지지통신의 가토 기요타카 해설위원, 정치 저널리스트 스에노부 요시마사, 다카하시 요이치 전 내각참사관과 식사. 9시14분 자택.”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 4면에 실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휴가중인 8월10일(일)·11일(월) 행적이다.
총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뭘 했는지 실명은 물론 분 단위까지 세세히 밝히고 있다.
'마마보이'로 알려진 아베는 휴가 3일째 점심때는 노모(老母)와 함께 이태리 식당에서, 저녁은 친구들과 중국집에서 수다를 떨며 중화요리를 먹었다.
환갑인 아베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오후엔 몇몇 언론사 간부들과 한식 불고기집에서 식사하고 밤 9시 넘어 귀가했다. 이 모든 일정이 신문에 실렸다는 게 우리 시각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같이 '비밀 엄수'풍조가 강해 '청와대 일'이라면 일단 무조건 '극비 사항'으로 쉬쉬하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처럼 ‘총리의 하루’는 일본의 주요 일간지에 날마다 실리고 있다. <교도통신> <지지통신> 담당 기자가 직접 관찰한 사실과 총리실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치'의 비밀도 자리붙이기
어려워 보인다.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팔팔한 젊은 기자들이 '총리의 일정'에 대해 시시콜콜 작성한다는 게
우리 입장에선 신기하고도 경이롭기조차하다. '일본 총리해먹기' 참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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