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살기 좋은 도시들바르셀로나(위)와 파나마시티<다음뉴스자료사진>
은퇴 후 살기 좋은 세계 10개 도시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세계 10개 도시'라는 제목의 기사가 좀 전 다음 뉴스의 대문 사진으로 소개됐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마켓워치가 선정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쓴 기사여서 우리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한 이유들이 재밌다.
‘은퇴’라는 건 말 그대로 생업에서 물러난 것이기에 ‘돈벌이’는 없는 대신 ‘돈 씀씀이’의 라이프스타일로 바뀌는 것이어서 아무래도 ‘돈’과 그리고 노후생활의 가장 근심거리라는 ‘건강’을 비중있게 생각한 듯하다. 물가, 주택비, 식품비 및 근접성, 친구 만들기 수월성, 모국과의 거리 등 8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작성한 것이다.
맨 첫 번째 꼽은 도시는 의외로 에콰도르의 수도 퀴토(Quito). 영어 사용이 가능하고 국외 거주자들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교통비, 문화시설비, 스포츠 관람권 등 50%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또한 의료시설도 파격적이다. 모든 국외거주자들은 한 달에 57달러만 내면 사회보장의료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파나마시티는 외국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데다 은퇴 최저 나이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파나마는 은퇴한 사람들을 위해 지역 내 각종 프로그램을 20% 할인하고 있으며 영화·공연·스포츠관람은 50%, 대중교통은 30%, 병원·개인 치료도 10%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외 거주자들은 국내 항공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돈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 달에 1500~2000달러 정도면 생활비로 충분하다. 부동산 비용도 비싼 편이 아니라서 해변가의 콘도는 18만 달러에 구입이 가능하며 450달러면 렌탈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뭐 그리 큰 혜택은 아닐 듯싶다.
멕시코 툴룸(Tulum)이 3위를 차지했다. 환경대비 가장 부동산이 싼 곳이라고 한다. 캐리비안 해변에 살기 좋은 집을 16만7000 달러만 있으면 구입이 가능하다. 글쎄, 굳이 해변가 주택에서 산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닐 텐데... 더구나 16만 달러라면 싼 것도 아니다. 게다가 멕시코는 듣기로 ‘치안’이 별로 안심해도 될 형편이 아니라서 굳이 그곳 까지 가서 은퇴이후의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멕시코 대부분의 도시에선 영어 사용이 가능하고 계절이 온화한 편이어서 노인들에겐 좋다고 한다. 특히 10월부터 4월까지는 날씨가 좋기 때문에 휴양지나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소중한’ 노후생활을 이런 ‘타관 땅’에서 살라는 권유를 하고 싶지도 받고 싶지도 않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가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외국인이 가장 편안하게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한 달에 1000달러의 생활비가 있으면 편안한 삶을 즐길 수 있는데다가 도로, 통신망, 금융 서비스가 탁월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콜롬비아의 메들린은 은퇴 후에 가장 활발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도시로 뽑혔다. 남아메리카는 전반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콜롬비아의 이 도시가 과연 얼마만큼 안전도를 보장해줄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메들린은 부동산 값이 저렴하고 기후도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뉴질랜드 퀸즈타운이 6위를 차지했다. 영어 소통은 물론 친구들을 사귀기도 쉬워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알맞은 곳이라고 한다.
치안은 물론 오염도 적어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게다가 미국의 겨울 시즌이 뉴질랜드의 여름이기 때문에 은퇴지로 인기가 높다.
니카라과의 그라나다도 살기 좋은 도시에 꼽혔다. 이 도시에선 보통 2~3달러로 한 끼를 해결할수 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3천~4천원 정도인데 그렇게 싼 편은 아닌듯하다. 한 달에 1200달러로 편안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소통이 쉽고 15달러면 의사의 방문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니카라과하면 ‘반군(叛軍)이 떠오를 정도로 정정(政情)이 불안한 곳이라는데 ’식비‘가 싸다는 이유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다는 건 아닐 텐데... 이해하기 어렵다. 노후에 ’치안 안정‘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건강문제를 제외하고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은퇴지로 선정된 도시다. 바르셀로나 하면 대한민국의 마라톤선수가 이곳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게 기억난다. 바르셀로나 어디에서나 스페인, 이탈리아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아름다운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선정이유다.
특히 건축가 가우디 구엘의 구엘공원을 비롯해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즐길 수 있으며 관광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특수 케이스겠지만 지인이 바르셀로나를 자동차 여행하다가 ‘강도’를 당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유감이지만 이 도시는 내게 그리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는 않다.
태국의 방콕은 말레이시아와 같이 비싸지 않은 물가가 장점이어서 아시아 지역에선 두 번째로 꼽혔다. 어디에서나 영어 소통이 가능하고 한 달 500달러면 태국 어디에서나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휴양지로도 유명한 곳이라는 게 선정 이유다.
작년에 거의 ‘노아의 방주’ 같은 ‘대홍수’를 겪은 데다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 ‘폭동’이 일어났고, 정정이 매우 불안한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아마 이런 건 그리 큰 감점요소는 아니었나보다.
온두라스의 웨스트엔드는 미국에서 3~4시간 떨어진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나라다. 물가가 싸며 서핑하기 좋은 곳이어서 10위에 선정됐다. 한 달에 1400달러면 해변가에서 삶을 즐길 수 있으며 스쿠버다이빙, 낚시, 항해, 카약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인 은퇴자라고 해도 그 ‘정서’는 동양인 특히 대한민국 은퇴자들과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이 마켓워치 잡지의 선정기준은 너무 ‘젊은 기분’의 은퇴자들만 생각한 듯하다.
개인적으론 은퇴 이후의 삶을 타국에서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그리 탐탁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 살던 굴로 향한다는 말로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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