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일본 영화 '미래를 걷는 소녀'-틴에이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스카이뷰2 2014. 8. 26. 10:28

 

     ‘미래를 걷는 소녀’와의 100년 차 데이트

 

 

 

100년 전 도쿄제국대학의 문청(文靑) 토키지로와 100년 후 21세기를 달리는 SF소설가 지망생 미호의 시공을 뛰어넘은 애틋한 러브 스토리.  일본영화 ‘미래를 걷는 소녀’의 큰 줄거리입니다. 어른들이 봐도 이루어 지지 않은 사랑의 애절함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런 영화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어린 연인들의 사랑은 21세기를 상징하는 ‘핸드폰’이 가교역할을 합니다. 100년의 시공을 넘어서는데 디딤돌 같은 역할이지요. 

 

1912년 4월 16일 도쿄제대학생 미야타 토키지로는 2008년 4월16일 도쿄의 한 여고생으로부터 핸드폰을 돌려달라는 ‘영문 모르겠는’목소리를 듣습니다. 손바닥만큼 작고 단단한 사각의 물체를 통해.

21세기 도쿄에 살고 있는 여고생 미호는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SF작가를 꿈꾸는 꿈 많은 문학소녀입니다. 엄마가 재혼하려는 걸 불만스러워하고 엄마의 데이트를 훼방 놓으려는 철부지 소녀입니다.

 

그 소녀의 핸드폰이 어느 날 지진과 함께 100년 전 도쿄에 살고 있던 도쿄대학생, 소설가 지망생의 앉은뱅이 책상위로 떨어집니다. 만년필에 잉크를 넣고 있던 청년은 엄청 놀라게 되지요.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하지만 당시의 엘리트 청년 토키지로는 어느 새 핸드폰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만월이 뜨면서 벨 소리가 울리고 그렇게 해서 21세기 소녀와의 안타까운‘전화 데이트’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시공을 초월’한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가끔 스크린을 통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시월애’ ‘동감’ ‘프리퀀시’ 이런 영화들이 시간이 다른 세계 속에서 각각 살아가는 남녀의 애틋한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래를 걷는 소녀’는 기존의 ‘시간차 사랑 영화’보다 훨씬 ‘광폭의 시간차’를 둡니다.

 

무려 100년! 도저히 일어날 법하지 않은 스토리 같은데 저와 동행한 물리학자의 설명으론 “현재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나 물리학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는 물리학적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시간 차이가 나는 시공간 상의 두 위치를 웜홀(worm hole)로 연결하면 웜홀을 통해서 두 위치 사이의 시간 차이 만큼 과거 혹은 미래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쉽게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물리학 이론’이지만 여하튼 이런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 전혀 터무니없는 흰소리는 아니라는 거죠. 아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이런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것 같습니다.

 

100년의 시차를 둔 이런 ‘세기의 사랑’은 그 누구도 비난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비난 보다는 눈부셔할 지도 모릅니다. 세속에 찌든 어른들 중엔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냉소를 보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철부지’인 저 같은 사람은 ‘만월’이 떠야 이뤄지는 그들의 안타까운 '핸드폰 만남'에 같이

아파하면서 또 같이 아름다워지는 듯한 착각마저 느꼈습니다. 그러니 8천원짜리 한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영혼의 선물’값은 그 티켓 값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년 차 연인들'은 도쿄 긴자의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카레 전문점 ‘마츠야 사쿠라’에서 맛있는 카레라이스를 ‘함께 또 따로’ 먹으면서 카레 가격을 묻고 서로 놀랍니다. 20세기와 21세기의 카레 값은 ‘인플레이션’탓인지 수백 배 차이가 나 순진한 청년을 놀래킵니다. 21세기 소녀가 먹는 카레 한 그릇 값은 20세기 초 청년이 살던 시대엔 자동차 한 대 값이라는군요.  

 

그들은 한낮에도 어렴풋이 뜬 달님의 도움으로 긴자를 ‘함께 또 따로’ 걸으면서 선물가게도 들릅니다. 청춘의 데이트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엇비슷한 것 같습니다. 맛있는 거 사먹고 벚꽃 핀 공원길을 걸으면서 이들의 웃음은 봄꽃보다 싱그러워집니다.

 

그러나 ‘운명’은 늘 이런 청춘들의 다정함을 시샘하는 법이지요. 청년 앞에 닥쳐온 ‘비운’을 막아보려는 소녀의 애처로운 노력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어차피 100년전 사랑인데도... 사랑 앞에는 시간의 개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살고 있는 청년이 21세기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에 서서히 길들여지기 시작하는 순간 돌연 ‘배터리’가 수명을 다 하면서 이들의 ‘데이트’도 꺼져가는 촛불처럼 아슬아슬해집니다.

   

저의 정신연령이 10대 후반이라는 걸 확인해준 영화 ‘미래를 걷는 소녀’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안도감이 찾아왔습니다. 아주 편안하더군요.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을 스크린을 통해 ‘시간여행’을 다녀온 시간여행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뭐 ‘청춘을 돌려줘’이런 유행가도 있긴 하지만 그런 ‘피 끓는 청춘’보다도 오히려 한 계단 위의 애틋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감성이 사람의 마음을 세탁시켜주는 듯합니다.

 

자세한 영화내용은 영화를 꼭 보실 분들을 위해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오래전 영화라 DVD로 보셔요.

거친 세파에 시달린 어른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단 취향에 따라선 시시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카이뷰 영화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