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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살려주세요” 세월호 단원고 유족들 호소에 눈길 한번 안주고 지나가'

스카이뷰2 2014. 10. 29. 19:18

 

경직된 표정으로 국회문을 들어서는 박근혜대통령.뭔가 화난 표정이 역력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눈길한번 주지 않고 국회본청에 입장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1년에 한번 하는 시정연설을 하려고 여의도 국회를 찾았다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단호히 외면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요즘 신세대들은 잘 모를 흘러간 대중가수 황금심의 '알뜰한 당신'이라는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울고 와왔다, 울고 가는 설운 사연을 당신이 몰라주면 그 누가 알아주나요, 알뜰한 당신이 알뜰한 당신이 모른체 하신다면 그 누가 알아주나요"

 

 뭐 이런 가사다. 그런 청승맞은 가사가 품격있는 우리 여성대통령의 모처럼 국회나들이에 떠올랐다는 건

대통령이나 국민에게나 해피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도된 대로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마당에 나와 피켓을 들고 울며 하소연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단 한번도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완전 외면했다는 뉴스는 이 싸늘한 가을날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나는 가급적 세월호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블로그에선 다루려하지 않고 있다. 왜냐면 너무나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기에 차라리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는 것이 나을 듯 싶었던 거다.

 

하지만 그동안 세월호 유족들 특히 여린 개나리 새순같은 그 어여쁜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놓고 '교통사고네 뭐네'떠들던 인간들을 비롯해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가여운 단원고 학생들과 그 유족들에 대해 말과 행동으로 상처준 인간들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그렇기에 그 동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 애썼던 '멋쟁이' 우리 여성대통령이 우아하게 차려입고 국회 시정연설하러온 마당에 피눈물로 멍이든 세월호 단원고 유족들을 야멸차게 외면하고 지나쳤다는 소식은 요근래 내 가슴을 제일 아프게 만든 뉴스다. 대통령은 시정연설문에서 '경제'라는 단어는 59차례나 언급했지만 세월호 사태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시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의 마음이 행여 '그놈의 경제'때문에 너무나 조급하고 강퍅해진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리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제를 최우선 덕목으로 삼고 있다하더라도 그 가여운 세월호 유가족들 특히 17세 어리디어린 자식들을 앞세운 학부모들에게만큼은 그냥 아무 말없이라도 손 한번 잡아주고 "최선을 다할게요"라는 말 한마디 했더라면 어땠을까.

 

금쪽같은 자식을 잃고 극한의 감정으로 치닫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손 잡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며 단순한 위로의 말만 해주더라도 크나큰 위안을 받는다. 그렇게 위로해주는 상대가 최고권력자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아마 세월호 유가족들 특히 단원고 희생자 학생들의 부모들이라면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유가족들의 손을 꼬옥 잡아주시던 여성 대통령의 따스했던 위로를 잊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토록 목이터져라 대통령님을 불렀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해서라도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해드리겠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을 눈물까지 흘리며 말하던 그 자상했던 대통령님에 대한 추억탓에 그들은 더 가슴이 시리고 아렸을 것이다. 오죽하면 단원고 희생학생 부모 몇몇은 대통령이 저토록 차갑게 우리를 외면할 줄은 꿈에도 미처 몰랐다며 통곡을 했겠는가.   

 

어쩌다가 단원고 유족들과 대통령은 '변심한 연인들'처럼 됐을까. 물론 그동안 이런저런 사연들이 참 많았다. 특히나 새정련 국회의원과 술자리하다가 대리기사까지 폭행하고만 일부 유족들의 행태는 세상사람들의 마음에서 멀어졌다. 그들이 자신들보다 더 약자인, 대리기사를 그렇게 집단폭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월호 유족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일반국민들과는 달리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국회에서 그토록 매정하게 외면한 대통령의 모습은 적잖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자리는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마저도 보듬고 가야하는 '특별한 자리'라는 걸 우리 대통령은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쉽다.

 

나는 유가족들 편도 아니고 대통령편도 아니다. 그저 인지상정으로 저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200일 가까이 거리에서 통곡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오늘 대통령이 단 한번만이라도 연민의 눈빛과 따스한 손길을 보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이렇게 횡설수설 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대통령은 오늘 좀 실수하신 거다. 그 피맺힌 유족들을 향해 단 1초의 목례라도 했어야 했다. 그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아무리 경제가 중요하다지만 이건 경제 이상의 문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구호를 외면하고 국회본청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