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기자 사진.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개헌론자들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11월 4일 한 지방행사에서 "현 헌법은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위대한 헌법,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전진의 헌법으로 귀하게 생각한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사심많은 개헌론자'들의 목소리만 들려오던 참에 모처럼 시원한 발언으로 들린다.
김위원장은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이처럼 확실하게 개헌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1987년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헌법이라고 나쁘다고 보지 않고, 개헌을 하면 국가나 민생에게 득이 되기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고등학생 때 3선 개헌 반대 운동을 했었고,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다 감옥도 갔다 왔지만 지금의 헌법은 너무 좋다"며 개헌 반대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거다.
이쯤되면 '개헌 맹신론자'로도 불렸던 새누리당 김무성대표와의 사이가 썩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지만은 않다. 김무성 대표는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앉혀놓고 마이크까지 잡고 자신의'개헌구상'을 순진하게 다 말해버렸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가 좋다"는 속내를 밝히자 온갖 매스컴에선 야단법석을 떨며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을 집중적으로 띄워줬었다. 하지만 김무성의 그런 발언은 불과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해외나가계시는데 불찰이었다. 죄송하다. 앞으론 개헌에 대해 발언하지 않겠다"며 납짝 엎드리면서 그래도 국가권력 전체 7위라는 여당대표의 언행이 희화화되는 소동까지 일어났었다. 일설에는 당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던 박대통령이 김무성에게 직접 "해외에 까지 나가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수 있냐"는 문책성 전화까지했다는 믿거나말거나 소문마저 돌았다.
김무성을 개헌에 관한한 우군으로 착각했던 야당은 배신감을 느꼈는지 문희상 박지원 등 그쪽 동네 중견들이 직접 나서서 박대통령을 비난하고 김무성을 감쌌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얄밉다'는 속담처럼 김무성을 편드는 척하면서 비판의 화살을 날린 데에는 '개헌'에 대한 일구월심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저의'마저 느껴진다.
현재 정치권은 현직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개헌'때문에 여전히 소란스럽다. 이렇게 정치권 특히 여의도에서 '개헌 찬성론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그런 '착한 개헌 발언'을 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내각제인 일본처럼 국회의원들끼리 돌아가면서 장관도하고 실세 총리도 하면서 국정을 쥐락펴락하려는 속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대통령에게 편중된 권력'을 국회로 가져와 길이길이 국회의원들끼리 나눠먹겠다는 얘기라는 거다. 그렇기에 늘 으르렁대는 여당과 야당도 이 개헌문제만 나오면 언제그랬냐는 듯 짝짜꿍이 잘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개혁이미지가 강한 김문수 위원장이 "현행 헌법은 위대하다"면서 개헌이 필요없다는 말까지 하고 나섰으니 이제 정치권에선 개헌을 놓고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수준이다. (개헌논의를 할 경우) 혼란만 많아진다. 벌집만 쑤셔놓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우리는 그동안 신물이 나게 지켜봐왔다. 그런 그들에게 '실세 총리'도 하고 장관도 다 하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국민은 그렇게 '젯밥에만 관심많은' 4류 정치인들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김문수의 '개헌 반대'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대를 표하는 국회의원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을 주욱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도대체 어딜 어떻게 고친단말인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며칠전 뜬금없이 새누리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면서 소란을 피웠던 김태호는 슬그머니 최고위원직에 복귀하면서 '개헌'에 목숨걸겠다는 이상한 말까지 하고 있지만 그렇게 경거망동하는 의원들이 있는한 대한민국의 현행헌법은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김문수는 현행 권력구조와 관련해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다”며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상황에선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대통령제가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5년 단임 대통령에게 한 번 더 해달라는 사람을 못 봤다. 레임덕만 빨리 온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고한다.
사실이 그렇지않은가 말이다. 이제까지 여러 명의 대통령이 5년씩하고 스쳐갔지만 우리 국민은 어느 대통령의 편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의 행적은 국민을 불편하게 했던거다. 만약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면 모르긴 몰라도 '한번 더 해먹으려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그날부터 바로 또 '차기 선거'에 눈독들일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심하게 말하자면 4년중임제하겠다는 건 대통령임기를 8년으로 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일반국민의 눈엔 개헌을 부르짖는 국회의원들이 그리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공연히 잘 있는 '헌법'을 고쳐서 '높은 자리' 끼리끼리 나눠먹겠다는'수작'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현행 헌법은 위대하다'는 김문수의 발언에 대해 김무성이나 이재오를 비롯한 새누리당내의 개헌맹신론자들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그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일단은 팔짱끼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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