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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 헬스기구 구입 예산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종이에 적고 있다. 메모 내용에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안위에 관계되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이라고 적혀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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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전추 청와대 3급행정관(전지현 헬스트레이너로 유명했던 여성이다.) |
어제 국회에선 박대통령의 헬스기구를 놓고 대소동이 일었던 모양이다. 사실 일반 국민들이야 대통령이 1억 가까운 헬스기구로 운동을 하든 뭘하든 별 관심이 없는게 현실이다. .
일반국민들은 그저 하루하루 생업이 바쁜 탓에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처럼 그저 우리 대통령이 무병무탈해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신다면야 대통령이 무슨 운동을 하든 어떻게 여가를 보내시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야당 여성국회의원 한명이 무슨 한번 물면 놓치않는다는 진돗개처럼 우리 여성대통령의 초고가 헬스기구에 대해 다른 건 다 제쳐놓고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김기춘비서실장을 꼬치꼬치 괴롭혔던 모양이다. 대통령을 '윗분'이라고 칭하며 깍뜻이 모시고 있는 비서실장으로선 그런 야당 여성의원이 한없이 얄밉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77세된 고령의 비서실장이 위 사진에서처럼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 헬스기구 구입 예산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노인답잖은 저런 달필로 종이에 적고 있는 모습을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여봐란듯 보여줬는지도 모르겠다.
老비서실장의 메모 내용에는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안위에 관계되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이라고 적혀 있는게 보인다. 글쎄다 일견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한데 일견 좀 오버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경스런 생각'도 살짝 든다.
헬스기구가 무슨 국가안위와 관련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좀 오버한 거 같다. 어떻게 헬스기구가 국가안위와 직결되는지를 老비서실장은 좀 자상하게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또 구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일반국민의 생활에 별 보탬도 되지 않는 대통령의 헬스기구 문제를 언론이 저렇듯 상세히 보도한다는 건 그 자체가 문제인듯하다. 물론 뭘 자꾸 숨기려는 듯하는 1970년대식 극도의 권위주의적 청와대스타일도 큰 문제지만 말이 다.
어쨌거나 겨우 34세 여성 헬스트레이너가 청와대 3급'국장님'으로 일하고 있다는 건 그쪽 동네 일에 좀 관심있는 사람들 눈에는 그리 곱게 비쳐지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국정감사에서 줄기차게 '저격수'역할을 맡았던 야당의 그 여성의원 말로는 윤전추라는 이름도 특이한 이 여성헬스트레이너가 대한민국의 최연소 3급 고위공무원이라나 뭐라나...
해방이후 최연소 3급공무원이 된 이 여성에겐 '각별한 관운'이 따르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대통령의 건강을 관리해드려야하는 임무는 곰곰 생각해보니 엄청 막중한 '국가적 안보사업'인 것도 같다.
그렇다면 3급 정도는 그리 높은 직급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건강해야 우리 대한민국도 잘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기여배우의 헬스트레이너였던 젊은 여성이 하루아침에 청와대 3급에 올라갔다는 건 '정상적'인 현상으론 보이지 않는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박대통령이 부르짖는 주요현안이라는 걸 감안해보면 더더욱 찜찜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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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들통난 청와대의 ‘헬스기구 거짓말’(한겨레 신문 7일자 사설)>
소박하고 검소한 대통령, 국민의 세금을 한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대통령, 자신의 건강이나 미용을 위해서는 별로 돈을 쓰지 않는 대통령…. 청와대가 원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실제 생활은 그런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가 헬스장비’ 구입이나 유명 헬스트레이너의 청와대 행정관 채용 문제를 둘러싼 파문을 지켜보노라면 청와대의 ‘이미지 강박증’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처음부터 솔직히 인정했으면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데도 청와대는 모든 것을 숨기고, 거짓말하고, 억지 논리를 갖다 붙이는 데 급급하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조달청 자료를 보면, 청와대가 구입한 8800만원 상당의 수입품 트레이닝 장비들의 ‘위치’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돼 있다. 애초 예상대로 이들 헬스기구가 ‘대통령 전용 장비’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헬스기구는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면서 쓴다”느니, “용무가 있으면 (직원과 기자들의) 본관 출입이 가능하다”는 따위의 억지 답변으로 끝까지 잡아뗐다.
청와대가 시도 때도 없이 대통령의 경호와 안위를 들먹이는 모습은 더욱 쓴웃음을 짓게 한다. 대통령이 헬스장비로 건강관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고 신변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여길 경호 전문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경호니 안위니 하는 말을 앞세우는 것은 경호 업무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경외심을 활용한 전형적인 겁주기 작전이다.
사실 그것은 대통령의 신변 경호와는 관련이 없는 ‘심기 경호’일 뿐이다. 김기춘 실장은 이날도 “조달청이 대통령 안위와 관련된 서류를 제출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조달청 쪽에서 뒤늦게 청장까지 나서서 야당에 제출한 관련 자료를 반환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을 보면 ‘불경죄’가 적용돼 조달청에 인사 조처의 불벼락이 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결점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의 강박증은 이미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잘못과 시행착오가 있는데도 이를 숨기고 억지 논리로 정당화하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국정이 꼬이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고가 헬스장비 파문을 단순히 청와대의 ‘작은 거짓말’ 정도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