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박근혜 대통령이 11월18일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해군 4성 장군 출신인 박인용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차관에는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이성호 안전행정부 2차관을 내정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웬만한 국민들은 "또 군출신이야"라는 생각을 했을 듯 싶다. 이 정부 들어 유독 고위 군장성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돋보인다는 건 '퇴행적 시대정신'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물론 정부 고위직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에 일반국민이 가타부타 말한다는 게 좀 주제 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빌려 얘기한다면 일반 국민들도 이 개명천지 민주공화국에선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품평'을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이번 대통령의 인사는 '세월호 참사'이후 국정을 추스르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걸 감안해 볼 때 신설한 국민안전처 장, 차관에 해군대장과 육군 중장 출신 인사들로 앉혔다는 건 일반 상식의 잣대로 볼 때 그리 썩 잘한 인사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군출신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군출신'보다는 '민간출신'의 톱 엘리트들이 훨씬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우리네 상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근혜대통령은 군출신이었던 '아버지 대통령'의 영향을 워낙 많이 받으면서 자라온 탓인지 군출신에 대한 '편애'가 역대 다른 대통령들 심지어 전두환 노태우 같은 '오리지날 군출신'들보다도 훨씬 두터운 것 같다.
얼핏 헤아려보더라도 이 정부 들어서 유독 군출신들이 '득세'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육군 대장출신들을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안보실장 등 '요직'에 앉힌 것을 필두로 심지어 경호실장까지 육군 대장출신으로 임명한 것만봐도 여성대통령의 '군인 사랑'은 남다른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지만 그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에 '국민정서'라는 것도 대통령은 헤아려야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번에 국민안전처라는 매우 중요한 부처를 신설하면서 장관과 차관을 해군4성제독(대장)과 육군 중장출신으로 임명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플러스 요인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아래 이번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신문 사설과 야당논평을 소개합니다>
[사설] 신설 조직 맡은 생소한 人物들에 대한 걱정(조선일보 11얼19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해군 4성 장군 출신인 박인용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차관에는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이성호 안전행정부 2차관을 내정했다. 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장에는 홍익태 경찰청 차장을 내정했다. 안전처는 정부의 안전 관련 기능과 조직을 재편·통합해 만든 기구로 19일 0시 공식 출범했다.
안전처 신설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내놓은 대답이다.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통합해 내륙(內陸)은 물론 바다·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사고 및 자연재해, 해양 경비까지 총괄하게 되는 만큼 결코 작은 변화라 할 수 없다. 이 조직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어느 한 정권 성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안전한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박인용 안전처 초대 장관 내정자는 해군에서 작전·교육·인사 분야 책임자를 두루 거쳤다. 그런 만큼 국가 안전 사령탑을 맡는 데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성호 차관 내정자도 이미 안전처 신설을 진두지휘해왔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안전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처와 군 사이의 협력 체계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초대 장·차관을 모두 군 출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안전처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구난(救難)·구조(救助) 활동의 체계화는 물론 재난 예방과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한 대비 단계까지 가야 한다. 군 출신이라고 해서 이런 일을 못하란 법은 없겠으나 장·차관을 모두 군 출신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말이 나중에 나와서는 안 된다. 안전처가 안전 문제 하나만은 확실히 다져놓았다는 평가를 듣지 못하고 안전처를 왜 만들었느냐는 말을 듣게 되면 안전처와 함께 정권도 위기에 몰릴 것이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양 주권(主權) 수호를 위한 경비와 해난 구조 등 과거 해경(海警)이 하던 업무를 그대로 맡는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 경비정은 배에서 스스로 걸어나온 사람만 구조했을 뿐 배 안에 갇힌 승객들은 거의 구해내지 못했다. 이런 해경의 무능은 해경 상층부의 편향 인사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해경의 총경 이상 간부 67명 가운데 경비함 근무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한 달 미만인 사람이 4분의 1이다. 역대 해경청장 13명 중 11명이 육상(陸上) 경찰 간부 중에서 나왔다.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내정자는 30년간 경찰에서 요직을 두루 거쳐 올 9월 경찰청 차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그의 경력 어디서도 바다나 선박과 관련된 업무를 찾을 수 없다. 청와대도 따로 내세울 게 없었는지 홍 내정자가 10년 전 태국 대사관에서 영사(領事)로 근무할 당시 쓰나미에 잘 대처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설명할 정도다. 지금 해경 간부들 가운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도 하지만 찾으려고만 들면 해경에서 뼈가 굵어 전문성을 갖추고 부하들 신망까지 갖춘 사람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사혁신처장에 삼성광통신 이근면 고문을 내정한 것은 관피아 적폐(積弊)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들어간 칼'이 적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행정부와 산하단체·기관들의 인사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위공무원 승진·보직 인사부터 심지어 공공기관 사외이사 지명까지 청와대가 휘두르고 있는 현실에서 이씨가 기업의 인사 기법(技法)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좁을 수밖에 없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인사를 담당했던 경험이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관료 조직에서 통할지도 미지수다.
14.11.18 18:37
[사설] ‘군 출신 만능주의’ 인사를 우려한다(한겨레 신문11월19일자)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신설한 국민안전처 장차관에 군 출신 인사를 기용했다. 장관은 해군 출신이고, 차관은 육군 출신이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 출신 인사가 재난안전의 사령탑을 맡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장차관을 모두 예비역 장성으로 채우는 걸 보면서, 군 출신을 중용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몹시 우려스럽다.
새로 기용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나 이성호 차관의 개인 역량과 자질에 대해선 서로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유난히 군 출신 인사들의 기용이 많은 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인사 직후에 ‘또 군 출신이냐’는 반응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터져나오는 건 의미심장하다.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우리 외교가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를, 외교안보정책 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군 출신 인사가 계속 맡는 데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육군 참모총장 출신을 청와대 경호실장에 기용한 것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군부 실력자를 경호실장으로 쓰던 관행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야 대통령은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군 출신을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군 출신을 써야 마음이 놓인다는 생각이 문제다. 그게 바로 ‘군사문화’에 젖은 리더십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란 거대 부처를 새로 만든 것은, 세월호와 같은 예기치 못한 참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의 재난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군에서 잇달아 터지고 있는 상식 이하의 사건·사고를 보면, 군 출신 인사가 복잡다기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재난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설마 재난 대응을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면 된다고 청와대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사혁신처장에 삼성 출신의 인사전문가를 기용한 것도 적절치 않다. 청와대는 “공직사회 인사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효율성·실적을 최우선에 두는 기업 인사와 정책 수행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공공부문 인사는 다른 점이 많다. 더구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가장 공정해야 할 ‘인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선거운동을 도운 재벌기업 출신 인사를 기용한다면 앞으로 누가 공직 인사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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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된 박인용 전 합참차장은 해군 4성제독 출신이고, 차관에 내정된 이성호 안행부 2차관은 3성장군 출신"이라며 "4성장군 출신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에 이어 안전처에 군 출신 인사를 포진시켰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를 군인 출신으로 지키는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도 군인들에게 맡기겠다니 군인 일색으로 대한민국을 채울 모양"이라며 "한 마디로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이후 군의 문민통제가 강화돼 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군인이 두각을 나타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또 "해양경비를 맡을 해양경비안전본부장에 홍익태 경찰청 차장을 내정한 것은 해경 조직의 반발 및 조직 통솔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을 제외하고 유일한 장관급 인사였던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대해서도 "(그는) 무색무취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무난함만이 강점인 인사로 대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해 규제할 공정위원장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박한 평을 내놨다.
새정치연합은 차관급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 경영고문이 임명된 데 대해서도 "기업과 관료조직의 인사시스템은 엄연히 다르다"며 "(기업인 출신이) 공직사회의 인사혁신에 적합한지는 역시 의문점을 갖게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또 새정치연합은 방위사업청장 인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장명진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이 내정된 점은 정실 인사"라며 "국민에게 호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