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눈발 날리는 생일에 검찰 출두한 박지만의 인생

스카이뷰2 2014. 12. 15. 19:52

검찰 포토라인 앞에선 박지만씨.(다음-연합뉴스사진)

 

 

 

현직 여성 대통령의 남동생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건 건국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그래도 오늘(15일) 생일을 맞았다는 56세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는 비교적 여유있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돌잽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덕분일까, '늙은 아버지'의 티는 어디에도 묻어 있지 않았다. 

 

곧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박씨의 얼굴엔  엷은 행복의 기미마저 서려 있었다. 그만큼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재 최고 권력자의 동생이자 '18년 막강 통치자'의  아들로서 겪은 '자부심'이 저런 표정을 짓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의 참고인으로 나온 박지만씨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공손한 말투로 "사실대로 얘기하겠습니다. 아는대로 말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말만 되풀이 하고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정윤회처럼 '불장난 누가 했는지 알아내겠다'고 기염을 토하지는 않았다.


캐주얼 풍의 검은색 누비 코트 차림에 회색 목도리를 두른 박씨는 며칠 전 고급 정장 코트를 입고 그 자리에 섰던 정윤회씨보다는  세련된 분위기였다. 16년 연하의 젊은 아내 덕분일까, 헤어스타일도 요즘 청년들처럼 앞머리를 살짝 내려 50대 후반의 나이다는 훨씬 젊어 보였다. 

 

예전 '박정희 정권 시절' 박지만씨는 '청와대 황태자'였다. 고 박정희전대통령이 뒤늦은 나이에 본 외동아들이라 이름에 늦을 만(晩)을 썼다는 설이 있는 박씨의 일거수 일투족은 1960년대, 70년대 줄곧 화제거리였다. 언젠가 청와대를 방문한 정치인들 앞에서 '여섯살짜리 지만'은 당시 유행하던 감기약 CM송을 불렀고 그 기사는 정치면 가십으로 소개될 정도로 당대 최고권력자의 외아들은 청와대 안팎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16세때 모친 육영수여사가 흉탄에 숨지고 절대권력자 아버지마저 부하의 흉탄에 운명을 달리하면서 박지만씨의 인생은 파란만장해졌다. 알려진대로 마약 복용으로 여러차례 투옥돼 '재기불능'이라는 소문에 시달렸지만 40대 후반에 16세 연하 미모의 젊은 변호사를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그의 인생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다 '무서운 큰누나'가 대통령에 당선,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박씨는 또 한번 편치 않는 인생역정을 걷게 됐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 누나'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나름 애써왔다지만 지난 11월 말 터져나온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으로 박지만이라는 이름 석자가 다시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알려진대로 박근혜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와의 '권력 암투설'은 사실 박지만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좀 있는 듯하다.

박씨의 입장에선 '대통령 누나'곁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윤회같은 인사들이 서성거린다는 '소문'에 불안하고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박지만씨는 작은누나 박근령씨와 함께 1990년 노태우대통령시절 "최태민목사를 누나 곁에서 뗴어달라"는 탄원서를 낼 정도로 '최태민 일가'와는 불편한 관계였다. 정씨는 최태민의 사위이자 비서로 오랫동안 '박근혜의원'을 보좌해왔고 '형제보다 더 친한 사이'로 알려지면서 박지만씨가 지인들에게 "피보다 더 진한 물도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두 남자의 사이는 악화됐다고 한다.

 

나이로는 정씨가 55년생, 박씨가 58년생으로 불과 3세 차이나지만 검찰에 출두했던 두 남자를 눈여겨 본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표정이나 옷차림 머리모양에서 그들이 살아온 '판이한 인생역정'을 대번에 캐치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씨는 어려운 가정형편탓에 상고에 진학했고 요즘 한창 말썽많은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10여년 직장생활을 했지만 그 후 정씨의 인생은 '큰 영애 박근혜'의 멘토라던 최태민의 사위가 되면서 상전벽해처럼 변했고, 지금 저렇게 무성한 화제를 낳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황태자'박지만은 다섯살때 청와대에 입성해 부친이 서거한 1979년 스물한 살 청년이 될 때까지 아무 어려움 없이 청와대살이를 해온 왕자님 출신이다.그러니 '잡초'같은 인생살이를 해온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세상물정 전혀 모르는 '영원한 철부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권력자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 앞에 펼쳐진 세상은 녹록지 않았기에 이제 5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박지만씨도 웬만큼은 세상 보는 안목이 생겼을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그의 입장에선 왕년에 '큰누나' 곁에서 '전횡을 일삼던 사람'의 사위가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통이 컸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과 친한 사람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연거푸 당하고 있고 현 정권의 인사는 정윤회가 좌지우지한다는 세상의 소문은 그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을 것이다.

 

지난 8일 검찰에 나온 정윤회씨가 전직 대통령들도 거쳤다는 검찰의 보안검색대를 거치지 않자 '황제출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켠에선 그걸 보고 '정윤회가 실세는 실세다'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떠돌았다. 박지만씨는 이번에 검찰에 출두하면서 보안검색대를 거쳤다고 한다. 대통령 친동생 프리미엄은 없었던 셈이다.

 

어쨌거나 현직 대통령과 제일 가깝다는 세평을 듣고 있는 정윤회씨와 '대통령 큰누나'에게 박대받고 있다는대통령 남동생 박지만씨가 모두 검찰에 출석하면서 앞으로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적잖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