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7 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오찬장에 참석한 이완구원내대표.
자화자찬하는 건 아니지만 어줍짢은 나의 '예언력'이 오늘 현실로 나타나는 걸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작년 1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장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연거푸 세번이나 '대통령 각하'를 외쳐댔다. TV 뉴스를 통해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 새 총리는 이완구 확실하다!"고.
나의 그 선언적 외침은 불과 한달 보름 남짓만에 현실이 됐다. 바로 오늘 오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표를 통해 확인된거다. 박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사표까지 냈다가 안대희 문창극 등 두 명의 총리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관운 좋게' 총리자리에 유임됐던 정홍원 대신 드디어 신임총리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택한 거다.
우스개소리지만 매스컴에 뻔히 보도될 '공식 자리'인 청와대 오찬장에서 이목을 의식하지 않고 '대통령 각하'를 세번이나 외쳐댔던 이완구의'영전'은 어쩌면 개나소나 다 '예언'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자화자찬할 필요도 없겠다.^^&
그동안 매스컴에선 틈만 나면 '이완구 총리론'을 꾸준히 예측보도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완구는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5월까진 당무에 충실하겠다는 하나마나한 말을 손석희 뉴스시간에까지 나와 말한 적이 있다.하지만 어젯밤 늦게 대통령의 부름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오늘 아침 드디어 총리지명에 '수락'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참 빨리도 결정했다. 총리 정도되는 중책을 맡으려면 적어도 2,3일은 고민좀 하고 대답해도 될 것을 말이다. 잠도 안 자고 불과 몇 시간만에 심사숙고해 총리지명에 예스했다는 건 과속인 것도 같다.
그러면서 이완구는 무엇보다도 경제를 살리고 국민과의 소통에 앞장서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직언 총리가 되겠다는 진부하지만 '좋은 소감들'만 밝혔다. '얄미운 시어머니 같은 '국회청문회'는 자신있다는 투다. 이 말을 마치자 마자 이완구는 새정련 의원들을 만나 사람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잘 부탁한다며 연신 꾸벅였다. 역시 뭘 좀 아는 '정치인 총리'스타일이다. 그러니 각하각하하며 대통령의 마음도 얻었겠지. 어쨌건 그 무시무시한 청문회도 아무 걱정 없어 보인다.
우스운 건 소통총리를 내세웠지만 '준비부족'을 앞세워 오늘 기자들의 질문은 아예 받지 않았다. 이율배반이다. 기자들과의 소통도 못하면서 무슨 국민과의 소통을하겠는가 말이다. 아직 임명되지도 않은 신임총리지명자를 공격하자는 의도는 없다.
단지 DJ정부 이후 오래전 사라진 '대통령 각하'라는 왠지 낯간지러운 아부성 호칭을 공식석상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대통령의 기분을 흡족하게 했던 사람이 대통령에게 쓴소리 직언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게 왠지 좀 블랙 코미디스럽다는 지적은 하고 싶다.
설 직전무렵쯤 발표하겠다는 인사개편안이 예상보다 빨리 발표된건 '13월의 세금폭탄', 담뱃값 대폭 인상, 청와대 권력암투 등으로 '성날대로 성난 민심'탓인 것 같다. 콩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했던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30%에서 턱걸이 중이고 이에 화들짝 놀란 대통령은 평소스타일과는 좀 다르게 서둘러 신임총리를 지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장 핵심인 '문제적 문고리 3인방'은 보직만 살짝 바꾸거나 아예 유임시켰고 비서실장인 기춘대원군도 유임시켰다는 점에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그리 쉽게 반등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좀전 종편 보도에 따르면 갤럽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로 1주일새 무려 5%나 빠졌다고 한다. 박대통령이 차기에 또 대선에 나올것도 아니니까 까짓 지지율 따윈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된다는 '위로용 직언'을 하는 친박인사들도 없지 않을거라는 소문마저 돌고 그래선지 민심은 더 흉흉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대통령은 서둘러 이완구카드를 선보인 것 같다.
글쎄, 그 카드가 잘 되기위해선 무엇보다도 대통령 자신이 확 변해야할 텐데... 누구 말처럼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긴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비상상황에서 어떤 비책을 써도 '백약이 무효'하다는 걸 대통령은 알지 모를지 그것이 궁금하다.
아마도 모를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오죽하면 '박근혜대통령 만들기'1등공신으로 불리는 김종인조차 박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아무 권한 없는 '새 총리'가 들어선다한들 정국은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지고 경제 또한 호전되지 못할 거라는 비관적 생각이 든다. 나라가 잘 돼야 할 텐데 말이다.ㅉㅉㅉ
* PS “대한민국 참 어려운 날, 힘들게 이끌어 오시는 ‘대통령 각하’께 의원 여러분이 먼저 박수 한 번 보내주시죠. 연금개혁 등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은데 함께 뜻을 같이하고 힘을 모은다면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대통령 각하’를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능히 해낼 수 있습니다.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할 때 국민들이 저희를 믿고 성공한 박근혜 정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대통령 각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by 이완구 in 청와대 오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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